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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을 읽다... 달빛 따라 달리는 자전거 도서관
책을 싣고 시민을 찾아가는 움직이는 도서관, 화성행궁 밤길에 펼쳐진 특별한 독서 경험
2026-09-14 17:08:53최종 업데이트 : 2026-09-14 14:51:12 작성자 : 시민기자   권선미

'달빛 따라 달리는 자전거 도서관(Bicycle Library)'의 모습

'달빛 따라 달리는 자전거 도서관(Bicycle Library)'의 모습


"책이 있는 곳으로 시민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있는 곳으로 책이 찾아갑니다."

 

가을밤 화성행궁에 특별한 도서관이 등장했다. 지난 12일 저녁 화성행궁 앞에는 책을 싣고 달리는 '달빛 따라 달리는 자전거 도서관(Bicycle Library)'이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화려한 조명으로 꾸며진 자전거 서가와 책을 마주한 시민들은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책장을 넘겼다. 누군가는 책을 골라 읽었고, 누군가는 마련된 의자에 앉아 가을밤의 정취와 함께 독서를 즐겼다.

 

▶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책을 읽을까"... 작은 고민에서 시작된 도전

자전거 도서관은 수원문화재단 책문화팀이 직접 운영하며, 9월부터 10월까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총 16회 운영된다. 화성행궁을 중심으로 행궁광장, 전통문화관, 방화수류정 등 수원화성 일대의 주요 관광 동선을 따라 이동하며 시민과 관광객을 직접 찾아가 다양한 독서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자전거 도서관은 '어떻게 하면 시민들이 책을 더 가까이하고 독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담당자인 이은정 차장은 책을 읽지 않는 분위기가 커지는 상황에서 기존의 독서 장려 캠페인만으로는 시민들의 관심을 끌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그렇다면 책을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직접 가져가 보자"는 생각에서 자전거 도서관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자전거 도서관을 살펴보고 SNS 인증 이벤트에 참여하기 위해 시민들이 모여들고 있다.

자전거 도서관을 살펴보고 SNS 인증 이벤트에 참여하기 위해 시민들이 모여들고 있다.

   

▶ 관광과 독서의 만남... 책이 사람을 찾아가다

여기에 수원화성이 가진 관광과 문화의 매력을 결합했다. 책을 읽기 위해 일부러 도서관을 찾는 것이 아니라, 산책하고 관광하며 거리를 걷던 시민들이 우연히 책을 만나고, 잠시 쉬어가며 책장을 넘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독서를 하나의 '경험'으로 만들어 시민들이 보다 쉽고 편안하게 책과 마주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자전거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이동형 서가로 제작됐다. 네 가지 주제인 '시작·쉼·기회·관계'를 중심으로 상황과 대상에 맞는 책을 골라 선보인다.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이 부담 없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주제를 고민한 끝에 선정했다. 누구나 읽기 좋은 책을 중심으로 구성했으며 외국인 방문객을 위한 외국어 도서도 함께 마련했다.

 

▶ 책 한 권, 문장 하나가 만드는 가을밤의 작은 쉼표

현장에서는 책만 만나는 것이 아니다. 선정 도서에서 좋은 문구를 골라 주제에 맞는 도장을 책갈피에 직접 찍어보는 체험도 마련했다. 자전거 도서관 옆에는 캠핑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어 마치 작은 소풍을 나온 듯한 분위기에서 책을 읽을 수 있다. SNS 인증 이벤트에도 시민들의 참여가 이어졌다.


시민기자가 자전거 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시민기자가 자전거 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왼쪽)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날 안성에서 수원을 찾았다는 한 시민은 여러 행사를 둘러보다 잠시 쉬고 싶었는데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어 좋았다며 "수원에서 느끼는 새롭고 즐거운 경험"이라고 말했다. 관광과 독서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자전거 도서관의 취지가 시민들의 일상 속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셈이다.

 

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예산 등 현실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담당자들은 시민들에게 책 읽기의 즐거움을 알리고 독서를 독려하겠다는 마음으로 묵묵히 자전거 도서관을 만들고 홍보하는 데 힘을 쏟았다.

아이디어를 실제 공간으로 구현하는 과정에는 수많은 고민과 시행착오가 뒤따랐다. 무엇을 싣고, 어떤 방식으로 보여줄지, 시민들이 어떻게 하면 부담 없이 다가올 수 있을지 하나하나 고민해야 했다. 그럼에도 수원문화재단 담당자들이 끝까지 놓지 않은 것은 '시민들이 책을 한 번이라도 더 만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 수원만의 밤을 만든다... 독서에 문화와 관광을 더하다

자전거 도서관을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는 수원만의 야간 문화 콘텐츠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도 이어지고 있다. 경륜 프로선수를 홍보대사로 위촉해 화성문화제 기간 특별 홍보에 나서는 등 자전거라는 소재를 독서문화와 연결하는 다양한 시도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수원화성이라는 역사문화 공간과 야간 관광, 독서가 결합하면서 자전거 도서관은 단순한 독서 캠페인을 넘어 수원만의 새로운 문화 콘텐츠로 확장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달빛 따라 달리는 자전거 도서관' 앞면과 뒷면에는 수원문화재단 주요 사업에 대한 영상이

수원문화재단의 주요 사업과 관련한 영상과 리플렛도 만날 수 있다.
 

자전거 도서관이 향하는 곳은 결국 시민의 삶이다. 담당자들은 향후 자전거 도서관을 보다 멀리 이동시킬 수 있는 차량이나 관련 지원이 마련된다면 수원 곳곳을 찾아가 시민들의 일상 가까이에서 책을 만나게 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도서관에서 시민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있는 곳으로 직접 찾아가는 '움직이는 도서관'으로 한 단계 더 나아가겠다는 것이다

 

그 고민은 다음 단계로도 이어진다. 지금까지가 '왜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독서를 권하는 캠페인을 만드는 과정이었다면, 이제는 그 너머를 바라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인공지능(AI) 기술을 비롯해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일수록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어쩌면 더 깊이 생각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일 수 있다. 빠르게 정보를 얻는 것을 넘어 천천히 읽고, 사색하고, 타인의 생각을 이해하는 독서의 가치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이유다.

 

▶ AI 시대, 더 필요한 것은 '읽고 생각하는 힘'

수원에는 이미 많은 도서관과 다양한 독서·문화 프로그램이 있다. 이제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보관하고 읽는 공간을 넘어 시민의 삶과 문화가 만나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자전거 도서관은 이러한 변화의 한가운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새로운 시도다.
 

자전거 도서관 옆 캠핑 의자에서 외국인 관광객과 시민들이 책을 읽으며 휴식을 즐기고 있다.

자전거 도서관 옆 캠핑 의자에서 외국인 관광객과 시민들이 책을 읽으며 휴식을 즐기고 있다.

 

대한민국 제1호 독서도시인 수원은 2026~2027 수원 방문의 해를 맞아 시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특별한 독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아름다운 수원화성의 밤길을 걷다가 우연히 만난 한 권의 책, 잠시 쉬어가며 마주한 한 문장, 그리고 책갈피에 남겨진 작은 스탬프 하나가 수원을 기억하는 또 하나의 추억이 될 수 있다.

 

달빛을 따라 이동하는 자전거 위에 책을 싣고, 사람을 찾아가는 도서관. 자전거 도서관이 꿈꾸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시민들이 책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책을 만나고, 한 페이지라도 더 읽게 하는 것. 그리고 그 작은 만남이 생각과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다.

 

수원의 독서문화가 이제 도서관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시민을 위한 도서관, 시민을 향해 움직이는 도서관, 자전거 도서관은 올가을 밤 수원화성의 달빛과 낭만을 싣고 오늘도 달린다.

권선미님의 네임카드

자전거도서관, 달빛독서록, 수원문화재단, 화성행궁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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