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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여름과 초가을 사이, 행궁동 골목길을 물들인 서정적 바람
최경숙 개인전 ‘어느날 바람이 들려준 이야기’ 갤러리 7209에서 열려
2026-09-14 17:27:13최종 업데이트 : 2026-09-14 17:27:10 작성자 : 시민기자   강영아
'어느날 바람이 들려준 이야기' 전시 초대 엽서

'어느날 바람이 들려준 이야기' 전시 초대 엽서


최경숙 작가의 초대전 '어느날 바람이 들려준 이야기'가 관객들의 따뜻한 호응 속에 지난 9월 1일부터 9월 13일까지 2주간의 여정을 마쳤다. 이 전시회는 수원 화성 성곽길과 선경도서관 오름길 사이에 아기자기하게 자리 잡은 문화 공간 '갤러리 7209(경기 수원시 팔달구 신풍로23번길 54)'에서 열렸다. 

계절이 고개를 넘어가는 늦여름과 초가을의 길목, 고즈넉한 행궁동 골목길을 밝힌 이번 전시회는 서정적인 작품들과 위트 넘치는 동화적 서사로 골목을 찾은 수많은 관람객에게 쉼터와도 같은 고요한 울림을 선사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따스한 조명 아래 캔버스 위를 채운 다채로운 색채와 질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최경숙 작가는 어릴 적 잠들기 전 어머니가 들려주시던 이야기와 상상력에서 시작해, 캔버스 위에 한 편의 함축적인 시이자 동화 같은 작품을 선보여왔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관계의 본질'을 이야기한다. 작가는 "나무가 한자리에 오랫동안 머물며 보고 듣고 겪은 관계를 조용히 전하는 화자라면, 바람은 경계를 넘어 자유롭게 이동하며 이야기와 냄새, 감촉을 뒤섞고 퍼뜨리는 화자"라며 바람의 의미를 전했다. 영원히 고정된 관계는 없기에 때로는 적절한 거리 조절과 놓아줌, 비워내는 결단이 필요하다는 작가의 시선은 작품 곳곳에 은유적으로 녹아있다.

특히 이번 초대전에서는 스크래치 기법이나 나이프를 활용한 입체적이고 다채로운 질감 작업이 돋보였다. 대표작 중 하나인 〈기억이 머문 시간(해님 달님)〉에서는 지는 해가 아쉬워 어둠을 조용히 응시하는 호랑이의 모습을 통해, 세상엔 밝은 빛뿐만 아니라 어둠 속을 비춰줄 달과 별 같은 은은한 기억의 빛도 존재한다는 위로를 건네준다. 작가는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속 여우 모티브에서 시작해 앨리스, 호랑이 등 다양한 동화적 캐릭터들을 낯선 공간에 모아두고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을 평화롭고 친근한 시선으로 풀어냈다.

최경숙 작가가 관람객들에게 작품 세계와 스크레치 기법을 설명해 주고 있다

최경숙 작가가 관람객들에게 작품 세계와 스크레치 기법을 설명해 주고 있다


또 다른 작품 〈여름, 바람에 잠든〉은 밤새 돌아다니던 표범이 나무 위에서 바람에 취해 잠들고, 이를 깨우지 못한 채 바라보는 앨리스와 시간이 됐다며 재촉하는 토끼의 모습을 해학적으로 그려냈다. "서두르지 않고 기다리는 것부터가 새로운 관계의 시작"이라는 메시지가 돋보인다.

최경숙 작가의 대표작 〈여름, 바람에 잠든〉 (Oil and colored pencil on canvas). 녹음이 우거진 나무 위에서 잠든 표범과 이를 가만히 바라보는 앨리스의 서정적인 모습이 담겨 있다.

최경숙 작가의 대표작 〈여름, 바람에 잠든〉 (Oil and colored pencil on canvas). 녹음이 우거진 나무 위에서 잠든 표범과 이를 가만히 바라보는 앨리스의 서정적인 모습이 담겨 있다.


전시 기간 갤러리 7209를 찾은 관람객들은 저마다 작품 앞에 오래 머물며 추억을 반추하는 시간을 가졌다.
초등학생 자녀의 손을 잡고 갤러리를 방문한 한 학부모 관람객은 "평소 아이 알림장이나 주변 소개를 통해 갤러리 소식을 접하곤 했는데, 실제로 와보니 그림체와 기법이 독특하고 따뜻해서 아이와 함께 이야기 나눌 요소가 정말 많다"며 "원했던 작품 엽서가 품절되어 아이가 조금 아쉬워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지만, 캔버스 질감과 캐릭터 속에 담긴 숨은 이야기를 찾아보며 깊은 재미를 느꼈다"고 미소를 지었다.

엄마와 함께 전시장을 찾은 어린 관람객.엄마와 나란히 서서 캔버스 속 동화 같은 이야기를 감상하고 있다.

엄마와 함께 전시장을 찾은 어린 관람객.엄마와 나란히 서서 캔버스 속 동화 같은 이야기를 감상하고 있다.


수원화성 성곽길 나들이와 축제를 즐기다 갤러리를 들른 한 성인 관람객은 "바쁜 일상 속에서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바람처럼 자연스럽게 흐르고 변하는 관계를 받아들이라는 작가노트의 글귀와 잔잔한 작품들이 마음을 편안하게 토닥여주는 기분이었다"면서 "화려하고 자극적인 전시와 달리 나 자신을 온전히 돌아볼 수 있는 힐링의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2주간의 전시를 성황리에 마무리한 최경숙 작가는 전시를 마친 소감에 대해 "전시 기간 비가 쏟아지기도 하고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기도 했지만, 그 비바람 속에서도 갤러리를 찾아주신 모든 분과 마음을 나눌 수 있어 가슴 벅찬 시간이었다"며 감사를 표했다.

이어 작가는 "작품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처럼 관람객 각자가 자신을 둘러싼 관계의 흐름을 반추하고, 자유로운 상상력을 통해 따뜻한 위로와 소소한 행복을 가져가셨기를 바란다"고 정성 어린 작별 인사를 덧붙였다.
 

대표작들 사이에 선 최경숙 작가대표작들 사이에 선 최경숙 작가


신풍로 선경도서관 오름길에 아늑하게 자리한 갤러리 칠이공구(Gallery 7209)는 행궁동의 고즈넉한 한옥 풍경과 어우러져 지역 주민과 관광객들에게 예술적 감성을 채워주는 힐링 문화공간이자 갤러리 카페다.
가을의 서막을 알리는 9월, 갤러리 7209에서는 최경숙 작가전에 이어 다채로운 초대전이 펼쳐질 예정이다.

갤러리 칠이공구 외관 전경, 신풍로 선경도서관 오름길에 위치하여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갤러리 칠이공구 외관 전경, 신풍로 선경도서관 오름길에 위치하여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오는 9월 15일(화)부터 27일(일)까지는 김상훈 작가 초대전 '글씨, 수원 화성을 짓다'이 열리며, 29일(화)부터 10월 5일(월)까지 최봉호 작가 초대전 '동행, Happy Together'가 이어진다. 

풍성한 가을 축제가 이어지는 수원 행궁동 골목길을 걸으며, 갤러리 7209가 선물하는 예술 작품들과 함께 일상의 소소한 여유를 느껴보길 권한다.

[갤러리 7209(칠이공구)]
○ 관람 시간: 오전 11시 ~ 오후 8시 (매주 월요일 휴무)
○ 전시 장소: 경기 수원시 팔달구 신풍로23번길 54 (갤러리 7209)
○ 문의: 031-302-1111
강영아님의 네임카드

최경숙, 갤러리 7209, 어느날 바람이 들려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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