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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산실 ‘수원문학대학’을 채운 뜨거운 ‘한시반’ 학구열
엄격한 평측(平仄)과 압운(韻) 너머로 시대를 노래하고 삶을 치유하다
2026-09-15 11:13:07최종 업데이트 : 2026-09-15 11:13:01 작성자 : 시민기자   김형기

한시반을 강의하는 김운기 수원문인협회 회장

한시반을 강의하는 김운기 수원문인협회 회장


신선한 가을바람이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의 장안동 성곽을 따라 부드럽게 불어오는 9월 14일 월요일 오전 11시, 수원문인협회 산하 '수원문학대학' 강의실은 이른 시간부터 문학적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주말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월요일 오전이지만, 이곳에 모인 수강생들의 눈빛은 옛 선인들의 고결한 정신과 풍류를 좇아 그 어느 때보다 빛나고 있었다.

 

'한시반(漢詩班)' 강의는 특히 한문학 박사이자 시인인 김운기 수원문인협회 회장이 직접 강단에 올라 지휘하는 직강으로 진행되어 그 무게감과 깊이를 더했다. 매주 월요일 오전 11시는 단순한 교육 시간을 넘어, 수강생들이 일상의 번잡함을 내려놓고 정제된 언어와 깊은 성찰의 세계로 들어서는 온전한 '치유와 조탁(彫琢)의 시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오전 11시에 시작된 강의는 김운기 회장의 카랑카랑하면서도 깊이 있는 목소리로 문을 열었다. 칠판 가득 적히는 오언절구(五言絶句)와 칠언율시(七言律詩)의 평측식(平仄式)을 바라보는 수강생들의 손길이 분주해졌다. 한시는 단순히 한자를 배열하는 기술이 아니라, 글자의 높낮이인 평성(平聲)과 측성(仄聲)을 맞추고 정해진 자리에 압운(押韻)을 배치해야 하는 엄격한 규칙의 정형시 형식이다. 한문학의 대가이자 시집 '바람의 알'로 제33회 경기도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바 있는 김운기 회장은, 한시가 가진 규칙이 결코 창작의 제약이 아님을 강조했다.

김 회장은 "한시의 규칙이 처음에는 감옥처럼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엄격한 틀을 이해하고 나면 오히려 그 안에서 가장 완벽하고 정제된 문학적 자유를 누릴 수 있다"며, "글자 하나를 고르기 위해 밤낮으로 고심하는 퇴고(推敲)의 과정을 통해 우리의 정신 또한 맑고 단단해진다"고 한시 창작의 묘미를 설명했다. 


강의실을 메운 수강생들의 면면은 다양했다. 수십 년간의 공직 및 사회생활을 마무리하고 제2의 인생을 고전 인문학으로 채워가는 신중년층부터, 시의 깊은 리듬감을 빌려 작품의 외연을 넓히고자 찾은 기성 문인들까지 한자리에 모였다. 세대와 직업은 저마다 달랐지만, 김 박사의 설명에 집중하며 좋은 시구를 얻기 위해 숨을 죽이는 열정만큼은 모두가 하나였다. 한시반에서 공부하는 이명주 작가는 "그동안 몰랐던 한시에 대하여 이해하는 깊이가 훨씬 깊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느낌을 전했다.

 

김운기 회장이 주도하여 설립한 수원문학대학은, 시민들이 문학을 어렵게 느끼는 편견을 깨고 누구나 체계적으로 문학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문학 인재 양성의 요람이다. 그중에서도 '한시반'은 이론과 실전이 완벽하게 결합된 유기적인 커리큘럼을 자랑하고 있다.

 

김운기 박사의 열강에 심취한 한시반 수강생들

김운기 박사의 열강에 심취한 한시반 수강생들


문학박사인 김 회장의 예리한 해석을 통해 이백, 두보, 소동파 등 대문호들의 작품은 물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선인들의 시를 깊이 있게 분석하고, 시인의 시대적 아픔과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을 학습하며 시상의 발상법을 익힌다. 그리고, 배운 규칙을 바탕으로 수강생들이 직접 시를 짓는다. 가을의 초입에서 느끼는 계절의 변화, 가족에 대한 사랑, 혹은 현대 사회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이 한 편의 시로 탄생한다.

수강생들이 지어온 작품을 칠판에 적고 함께 읽는 시간도 가진다. 김운기 회장의 정교한 교정과 평측 수정, 그리고 동료 수강생들의 애정 어린 조언이 오가며 거칠었던 습작은 비로소 품격 있는 한 편의 한시로 다듬어진다.

 

특히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을 품고 있는 '문화도시 수원'이라는 공간적 배경은 '한시반' 수강생들에게 끊임없는 영감의 원천이 된다. 조선의 제22대 국왕이자 뛰어난 학자이자 시인이었던 정조대왕의 효심과 개혁 정신이 깃든 수원에서 한시를 배우고 짓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지역의 역사적 숨결을 몸소 이어받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날 강의에 참석한 김선희 작가는 인터뷰에서 "월요일 오전 11시는 나에게 일주일 중 가장 기다려지는 치유의 시간"이라며, "한문학 박사이자 현역 시인이신 김운기 회장님께 직접 평측법을 배우고 제 시를 교정받을 수 있어 매주 눈이 밝아지는 기분이다. 얼마 전 수원화성 방화수류정을 거닐며 느꼈던 시상을 오늘 오언절구로 다듬었는데, 옛 선인들의 정신을 옛 선비들의 방식으로 기록할 수 있어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벅찬 소회를 밝혔다.

 

김운기 회장은 강의를 마무리하며 "문학은 결코 대중의 삶과 괴리된 것이 아니며, 사람을 키우지 않고서는 지역 문화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라며, "앞으로 수원문학대학을 더욱 체계적인 평생교육기관이자 전문 문학 교육기관으로 발전시켜, 수원의 인문학적 깊이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인재 사관학교로 만들 것"이라고 강한 포부를 전했다.

 

스마트폰과 디지털 기기가 지배하는 속도의 시대에, 한 글자 한 글자 뜻을 음미하며 리듬을 맞추는 '한시반'은 역설적으로 가장 현대적인 '느림의 미학'이자 '정신적 풍요'를 보여준다. 이곳에서 수강생들이 창작한 한시 작품들은 책자, 그리고 하반기 종강 작품 전시회를 통해 시집으로 묶어지고, 수원 시민들에게도 공개되어 따뜻한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한시를 짓기위한 평측자전을 들고

한시를 짓기위한 평측자전을 들고


수원문학대학 정영은 사무차장은 "일반인들은 어렵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강의를 따라가 보면 현대인의 삶에도 많은 도움이 될만한 한시를 만날 수 있다"며 기자에게도 강의를 들어보기를 권했다. 단조롭고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글자 하나, 문장 한 줄에 자신의 삶과 철학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싶은 이들이라면 수원문학대학 '한시반'의 문을 두드려보는 것은 어떨까. 김운기 회장의 깊이 있는 지도 아래 붓끝에서 피어나는 선인들의 지혜가, 당신의 삶을 더욱 깊고 품격 있게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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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문학대학, 한시반, 평측과 압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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