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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의 여백에 흐르는 클래식… 나혜석과 드보르자크가 빚어낸 영혼의 울림
문화예술공동체 더뮤엘, 그림책 클래식 콘서트 <나혜석, 드보르자크를 듣다> 열다
2026-09-15 10:57:35최종 업데이트 : 2026-09-15 10:57:32 작성자 : 시민기자   강영아
나혜석, 드보르자크를 듣다 공연포스터

나혜석, 드보르자크를 듣다 공연포스터


그림책의 섬세한 이미지와 깊은 여백, 그리고 이를 감싸 안는 단단한 클래식 선율이 하나의 무대에서 만났다. '2026 경기예술활동 지원사업(모든예술 31)'의 일환으로 기획된 문화예술공동체 더뮤엘의 그림책 클래식 콘서트 <나혜석, 드보르자크를 듣다>가 지난 9월 12일 수원컨벤션센터 이벤트홀과 9월 13일 수원시 선경도서관 로비홀에서 잇달아 개최되며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이번 공연은 조선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이자 문학가인 나혜석의 삶을 체코의 거장 드보르자크의 음악과 결합한 작품이다. 단순한 역사적 사실의 연대기적 나열에서 벗어나, 시대와 마주하며 자신만의 예술적 언어와 존재를 찾아간 '예술가 나혜석'의 내면과 여정에 집중했다.

공연은 나혜석의 삶의 궤적을 9개의 테마로 나누어 전개됐다. 어린 시절의 순수한 꿈과 도전을 담은 드보르자크의 <유모레스크>를 시작으로, 현악 4중주 <아메리카>, <슬라브 무곡>, 성악곡 <엄마가 나에게 들려주신 노래>, 첼로 연주곡 <고요한 숲>, 오페라 루살카의 아리아 <달에게 부치는 노래>, 피아노 5중주 등 다채로운 악기 편성과 장르를 넘나드는 연주는 나혜석의 삶이 깊어지는 흐름과 어우러지며 그녀의 내면을 한층 입체적이고 풍성하게 그려냈다.

조선의 정체성을 서양 미술 언어로 표현해낸 나혜석과, 체코 보헤미아의 정서를 서양 음악 언어로 담아낸 드보르자크의 예술적 공통점이 무대 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공연의 바탕이 된 인물그림책 '나는 나혜석'( 정하섭 글,윤미숙 그림)의  표지

공연의 바탕이 된 인물그림책 '나는 나혜석'( 정하섭 글,윤미숙 그림)의 표지


무대 위 연주뿐만 아니라 원작 그림책 『나는 나 나혜석』(정하섭 글, 윤미숙 그림, 우주나무)과 활동지를 배부해 관객이 나혜석의 글귀를 직접 적어볼 수 있게 했으며, 도서관 북 컬렉션과도 연계하여 공연 이후까지 깊은 여운이 이어지도록 배려했다.

2층 열람실 서가에 마련된 '선경도서관 추천도서'코너에 이번 그림책 콘서트의 주제 인물인 나혜석 관련 도서가 전시되어 있다.

2층 열람실 서가에 마련된 '선경도서관 추천도서'코너에 이번 그림책 콘서트의 주제 인물인 나혜석 관련 도서가 전시되어 있다.


공연을 기획한 김서현 연출가는 나혜석이라는 인물의 다채로운 면모 중에서도 '예술가로서의 삶과 고민'에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했다.

"관객들에게 나혜석이라는 인물을 어떤 시선으로 풀어낼지, 그리고 다양한 연령층이 어떻게 공감하게 할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단순한 지식 전달보다 한 사람의 삶에 깊이 몰입하도록 이야기의 깊이를 조율했다." 드보르자크의 음악을 매칭한 이유에 대해서는 그림책과 클래식 음악이 가진 '여백의 미'를 꼽았다.

"그림책의 여백과 클래식 음악은 정해진 해석 대신 각자의 경험으로 감정을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 새로운 환경에서도 고향의 정체성을 잃지 않았던 드보르자크의 서정성이 새로운 길을 개척한 나혜석의 삶과 맞아떨어졌다. 음악이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나혜석의 내면을 표현하는 또 하나의 언어가 되도록 구성했다."

김서현 기획 연출가가 그림책 '나는 나 나혜석'을 활용해 드보르자크 음악과 결합된 공연의 연출의도를 관객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김서현 기획 연출가가 그림책 '나는 나 나혜석'을 활용해 드보르자크 음악과 결합된 공연의 연출의도를 관객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현장을 찾은 관객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공연을 관람한 한 어린이 관객은 "그림책 그림이 화면에 나오고 연주자 선생님들이 멋지게 악기를 연주해 줘서 동화책 속으로 직접 들어간 기분이었다. 나혜석 선생님이 어릴 때 꿈을 꾸는 장면에서 나온 <유모레스크> 음악이 신나고 기억에 남는다"라며, "옛날에는 여자들이 그림을 그리거나 혼자 멀리 여행을 가는 게 힘들었다고 들었는데, 끝까지 자기 꿈을 포기하지 않고 멋진 그림을 그린 게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집에 가서 나혜석 선생님 그림책을 더 읽어보고 싶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문화예술공동체 더뮤엘의 그림책 클래식 콘서트 나혜석, 드보르자크를 듣다 공연 현장 전경. 로비를 가득 채운 관객들이 연주와 낭독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문화예술공동체 더뮤엘의 그림책 클래식 콘서트 나혜석, 드보르자크를 듣다 공연 현장 전경. 로비를 가득 채운 관객들이 연주와 낭독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이번 무대는 각 분야 전문 예술가들의 정교한 호흡으로 완성도를 높였다. 김서현 연출과 허석환 음악 감독을 필두로, 차영희의 나레이션이 더해져 서사의 몰입감을 끌어올렸다. 피아노 안지인, 플루트 임한나, 첼로 김보라, 비올라 신강철, 바이올린 허석환·천소리가 참여해 섬세하고 입체적인 클래식 연주를 선보였다.

연주자들의 열정적인 앙상블과 미디어 화면을 통한 그림책 상영, 나레이션이 어우러져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연주자들의 열정적인 앙상블과 미디어 화면을 통한 그림책 상영, 나레이션이 어우러져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문화예술공동체 더뮤엘은 음악, 미술, 디자인, 인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모여 융복합 콘서트를 선보이는 단체다. 2018년부터 <그림책 클래식 콘서트>, <슬리핑 콘서트> 등을 통해 클래식의 문턱을 낮춰왔으며, 2023년에는 '경기the오케스트라'를 창단해 시민 연주자들과 함께 지역 사회와 호흡하고 있다.

더뮤엘은 앞으로도 인물과 음악, 지역의 이야기를 연결하는 신선한 공연을 지속해서 개발할 계획이다. 오는 10월 말에는 수원SK아트리움과 공동기획으로 관내 초등학생들을 초청해 그림책 클래식 콘서트 <나는 지하철입니다>를 무대에 올린다. 

예술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 시대와 지역의 이야기를 잇는 더뮤엘의 따뜻한 여정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무대 위에서 아름답게 피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강영아님의 네임카드

2026 경기예술활동 지원사업, 문화예술공동체 더뮤엘, 그림책 클래식 콘서트, 나는 나 나혜석, 선경도서관, 김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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