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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월수목원에 피어난 ‘기억의 숲길’…치매와 함께 걷는 지역사회
어르신·가족·지역주민 200여 명 숲길 함께 걸어…치매에 대한 이해와 사회적 공감대 넓혀
2026-09-18 09:54:20최종 업데이트 : 2026-09-18 09:54:15 작성자 : 시민기자   이난희

일월수목원의 푸른 숲길이 어르신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일월수목원의 푸른 숲길이 어르신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어머니의 손을 잡고, 남편의 손을 잡고 일월수목원을 찾은 가족들이 있었다. 봉사자의 손을 꼭 잡은 채 숲길을 걷는 어르신도 눈에 띄었다. "사라져 가는 기억을 붙잡고 싶어 나왔다"는 71세 어르신의 말은 이날 행사장의 풍경과 겹쳐 오래 귀에 남았다.

 

장안구치매안심센터는 16일 일월수목원 일원에서 치매극복의 날(9월 21일)을 기념해 '2026년 치매극복의 날 기념 캠페인, 「기억이 피어나는 숲길」'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치매안심센터에 등록된 어르신과 보호자, 지역주민 등 200여 명이 참여해 숲길을 함께 걸으며 치매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수목원을 찾은 어르신들이 봉사자들의 동행 속에 즐거운 산책 시간을 갖고 있다.

수목원을 찾은 어르신들이 봉사자들의 동행 속에 즐거운 산책 시간을 갖고 있다.
 

이번 캠페인은 치매 가족과 지역주민이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치매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고, 치매 극복을 위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숲길을 걸으며 만나는 '기억'…웃음과 노래도 함께

오후 2시, 행사장에서는 장안구보건소 치매안심센터 고경순 팀장의 인사말과 행사 취지 소개에 이어, '치매예방운동법'으로 몸을 풀며 본격적인 프로그램의 문을 열었다.


본격적인 행사에 앞서, 어르신들과 봉사자들이 다함께 가벼운 체조를 하며 활기차게 몸을 풀고 있다.

본격적인 행사에 앞서, 어르신들과 봉사자들이 다함께 가벼운 체조를 하며 활기차게 몸을 풀고 있다.
 

이날의 중심 프로그램은 '기억이 피어나는 숲길' 스탬프 투어였다. 참가자들은 일월수목원 곳곳을 걸으며 히어리홀과 식물원 입구, 센터 외부 등 세 곳에서 미션을 완수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수목원 산책과 함께 세 개의 스탬프를 모으는 미션이 진행됐으며, 완주자에게는 소정의 기념품이 증정되어 큰 호응을 얻었다.

이번 행사에서는 수목원 산책과 함께 세 개의 스탬프를 모으는 미션이 진행됐으며, 완주자에게는 소정의 기념품이 증정되어 큰 호응을 얻었다.
 

숲길에서는 어르신들의 표정이 유난히 밝았다. 봉사자의 부축을 받으며 천천히 걸으면서도 주변의 식물을 바라보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이어졌다. "수목원에 처음 와 본다"며 예쁜 꽃 앞에서 사진을 요청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은 오랜만에 소풍 나온 아이들처럼 해맑았다. 

 

작품에 담긴 기억, 가족과 지역사회를 잇다

수목원 내부에 마련된 어르신들의 작품 전시 코너도 큰 주목을 받았다. 참가자들은 작품을 감상하며 어르신들의 삶과 마음을 한층 더 가까이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치매 어르신들의 손끝에서 탄생한 작품들이 놀라운 완성도를 자랑하며 눈길을 사로잡았다.

치매 어르신들의 손끝에서 탄생한 작품들이 놀라운 완성도를 자랑하며 눈길을 사로잡았다.
 

걷기와 작품 감상, 사진 찍기 등 자연스러운 체험 프로그램은 치매를 멀리 있는 질환이 아닌, 우리 이웃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게 하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

 

걷기를 마친 뒤에는 웃음치료사의 진행으로 노래와 춤, 여흥이 어우러지는 축제 같은 순서가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한자리에 모여 웃고 이야기를 나누며 긴장을 풀었다. 숲길에서 시작된 작은 발걸음이 이웃 간의 따뜻한 교류로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치매 가족에게 필요한 것은 따뜻한 관심과 시선"

이날 행사를 지켜보며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 것은 치매 가족에게 특별한 무언가보다 '평범한 일상을 함께 누리는 마음'이 더 절실하다는 점이었다. 함께 걷고, 말을 건네고, 기다려주는 따뜻한 시선이야말로 무엇보다 중요해 보였다.


초록빛으로 가득한 식물원 내부를 천천히 둘러보며 여유로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어르신들.

초록빛으로 가득한 식물원 내부를 천천히 둘러보며 여유로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어르신들.
 

장안구보건소는 이번 캠페인을 통해 치매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넓히고, 지역사회가 치매를 함께 이해하고 보듬는 치매 친화적 환경을 조성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날 일월수목원을 찾은 어르신들의 모습은 치매가 있다고 해서 삶의 즐거움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진솔한 메시지를 전해줬다. 누군가는 가족의 손을 잡고, 누군가는 봉사자의 손을 잡고 숲길을 걸었으며, 또 누군가는 흥겨운 노랫소리를 더했다.

 

화창한 가을 날씨 속, 조별로 짝을 이룬 어르신들과 봉사자들이 일월수목원의 푸른 숲길을 걸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화창한 가을 날씨 속, 조별로 짝을 이룬 어르신들과 봉사자들이 일월수목원의 푸른 숲길을 걸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기억이 조금씩 흐려져도 함께 걷는 시간은 온전히 남는다. 이날 '기억이 피어나는 숲길'은 치매 환자와 가족만을 위한 길이 아니라, 지역사회가 함께 발을 맞추며 서로를 깊이 이해하는 따뜻한 동행의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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