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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테마공연장에 울린 축원의 소리, 우리소리 바라지 《비손》
전통 장단과 소리로 삶의 희로애락 풀어내…시민과 가족 관객이 함께한 가을밤 국악 무대
2026-09-23 11:08:47최종 업데이트 : 2026-09-23 11:08:47 작성자 : 시민기자   강남철
우리소리 바라지가 22일 수원 정조테마공연장에서 《비손》 공연을 펼치고 있다.

우리소리 바라지가 22일 수원 정조테마공연장에서 《비손》 공연을 펼치고 있다.


22일 오후 7시 30분, 수원 정조테마공연장에 우리소리 바라지의 《비손》이 올랐다. 소리와 장단, 춤이 한 무대에서 이어지며 전통음악에 담긴 기원과 축원의 마음을 오늘의 관객에게 건넸다. 가을밤 행궁동을 찾은 시민들도 국악의 울림 속으로 들어갔다.

공연을 앞두고 정조테마공연장 무대에 북과 장구 등 국악기가 놓여 있다.

공연을 앞두고 정조테마공연장 무대에 북과 장구 등 국악기가 놓여 있다.


공연 전 객석에는 어린 자녀와 함께 온 가족부터 국악 공연을 꾸준히 찾아다니는 관객까지 차례로 자리를 잡았다. 무대에는 북과 장구, 징, 가야금 등 여러 국악기가 낮은 단 위에 놓였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부터 악기 배치만으로도 어떤 소리가 이어질지 기대하게 했다. 

《비손》은 두 손을 비비며 소원을 비는 행위에서 이름을 가져왔다. 우리소리 바라지는 전통음악과 연희를 바탕으로 소리, 기악, 타악, 춤을 한 흐름으로 엮었다. 한 사람의 간절한 바람이 여러 사람의 소리와 장단을 만나 공동체의 축원으로 넓어지는 구성이었다.

첫 곡 '비손'에서는 간절한 기원의 정서가 소리로 번졌다. 이어 '생!사고락'에서는 여러 고수의 북가락이 무대의 흐름을 빠르게 바꿨다. 북소리가 주고받듯 이어지고 장단이 겹칠수록 객석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무대로 모였다. 소리와 타악의 대비가 선명했다.

'바라지 축원'에서는 진도 씻김굿의 제석굿에서 가져온 축원 사설과 연주자들의 바라지 소리가 어우러졌다. 한 사람이 소리를 이끌면 다른 연주자들이 받쳐 주고 되받았다. 독창처럼 시작한 소리가 여러 사람의 목소리로 넓어지며 무대의 밀도도 함께 높아졌다.

'무취타'에서는 태평소와 타악의 강한 울림이 두드러졌다. 기쁨과 분노, 슬픔과 즐거움이라는 삶의 감정을 빠른 장단과 힘 있는 연주로 풀어냈다. 앞선 곡의 기원과 축원이 내면을 향했다면 이 곡은 몸으로 바로 느껴지는 리듬과 에너지로 객석을 흔들었다.

후반의 '별신축원'과 '만선'에서는 축원의 뜻과 흥겨운 장단이 한층 가까워졌다. 공연자는 무대 앞까지 나와 몸짓과 소리로 관객과 호흡했고 객석에서도 장단에 맞춘 박수와 추임새가 이어졌다. 듣는 공연에서 함께 반응하는 공연으로 분위기가 바뀌는 순간이었다.

《비손》 공연을 앞두고 관람객들이 정조테마공연장 객석에 자리하고 있다.

《비손》 공연을 앞두고 관람객들이 정조테마공연장 객석에 자리하고 있다.


안산에서 온 이연주 씨 가족은 공연을 보기 위해 수원을 찾았다. 평소에도 정조테마공연장의 공연과 행사를 관심 있게 찾아본다는 이 씨는 "바라지 공연은 처음인데, 개인이 이끄는 국악 공연과 달리 여러 연주자가 함께 만드는 소리가 인상적이었다."라고 말했다.

수원 영통구 이의동에 사는 하ㅇㅇ 씨는 국악에 관심이 많아 직접 북 장단도 배우고 있다. 국립극장과 국립국악원, 정조테마공연장 등의 일정을 꾸준히 확인한다는 하 씨는 "수원에 볼거리가 많아졌고 시민 할인 같은 혜택도 있어 공연을 접하기가 좋아졌다."라고 말했다.

하 씨는 공연 선택의 폭이 넓어진 점은 반겼지만 예매 수수료와 인기 국악 공연의 빠른 매진에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좋은 공연을 마련하는 것과 함께 시민이 놓치지 않도록 일정과 예매 정보를 넓고 꾸준하게 알리는 일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7세 자녀와 함께 온 수원 영통구의 이채원 씨는 수원시 카카오톡 채널의 축제·행사 소식을 보고 공연을 알게 됐다. 화성행궁을 찾을 때 정조테마공연장 주변도 자주 지났다는 그는 "아이에게 우리 전통 국악 공연을 직접 보여주고 싶어 함께 왔다."라고 방문 이유를 설명했다.

어린이에게는 책이나 영상에서 보던 국악기를 눈앞에서 보고 실제 소리를 듣는 경험이 된다. 성인 관객에게는 익숙한 전통 장단을 새로운 구성으로 만나는 시간이 된다. 세대와 국악 경험이 달라도 같은 장단에 박수치고 반응할 수 있다는 점이 이날 객석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비손》 공연을 찾은 관람객들이 정조테마공연장 로비에서 공연 안내물을 살펴보고 있다.

《비손》 공연을 찾은 관람객들이 정조테마공연장 로비에서 공연 안내물을 살펴보고 있다.


정조테마공연장은 화성행궁과 가까운 수원 팔달구 정조로에 자리한다. 한옥 형태의 외관 안에 전문 공연장을 갖춘 공간이어서 행궁 일대를 찾은 시민과 관광객이 전시와 산책에 공연까지 이어서 즐길 수 있다. 수원에서 전통문화와 공연예술을 함께 만나는 동선이 되는 셈이다.

이번 《비손》은 수원특례시가 주최하고 수원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정조테마공연장 2026년 하반기 기획공연으로 마련됐다.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의 '2026 전국풍류자랑' 공모 선정작으로, 전석 1만 원에 5세 이상 관람할 수 있도록 운영됐다. 

공연이 끝난 뒤 불을 밝힌 수원 정조테마공연장의 밤 풍경.

공연이 끝난 뒤 불을 밝힌 수원 정조테마공연장의 밤 풍경.


공연장을 나서자 한옥 지붕에 불이 들어온 정조테마공연장과 행궁동의 밤 풍경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전통을 옛것으로만 보여주는 대신 지금의 무대에서 듣고 보고 함께 반응하게 하는 것, 이날 《비손》이 관객에게 남긴 장면은 그 지점에 있었다.

우리소리 바라지 《비손》 공연 안내 포스터. 공연은 9월 22일 정조테마공연장에서 열렸다.(수원문화재단 홈페이지 캡쳐)

우리소리 바라지 《비손》 공연 안내 포스터. 공연은 9월 22일 정조테마공연장에서 열렸다.(출처 : 수원문화재단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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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테마공연장, 바라지, 수원문화재단, 비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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