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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일 셰프, ‘한 그릇의 음식에 시간을 담다’
별마당 행복특강... '먹는다는 것'에 깃든 기억과 삶의 풍경을 이야기하다
2026-09-28 14:20:02최종 업데이트 : 2026-09-28 14:20:00 작성자 : 시민기자 진성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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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추억, 삶을 이야기하는 박찬일 셰프
지금은 너무나 평범해 보이는 음식과 소리가 누군가에게는 한 시대를 통째로 불러오는 기억이 된다. 요리연구가이자 셰프인 박찬일이 음식에 얽힌 어린 시절의 기억과 삶의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청중을 오래전 그 시절로 데려갔다. 지난 23일 150여 명의 청중이 모인 가운데 열린 그의 이야기는 음식에 관한 강연이면서 동시에 가난과 가족, 성장과 시대의 풍경을 되짚어보는 한 편의 따뜻한 회고록이었다. 박찬일 셰프에게 '먹는 것'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일이 아니었다. 음식에는 가족의 사연이 담겨 있고, 한 시대의 경제적 풍경이 스며 있으며, 때로는 잊고 싶었던 상처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특히 외할머니의 이야기는 음식이 어떻게 한 사람의 평생 기억이 되는지를 보여준다. 가난했던 시절, 임신으로 몹시 허기졌던 외할머니가 우연히 아궁이에 병아리를 넣었던 사건은 평생 닭고기를 먹지 못하게 만든 기억으로 남았다. 맛있는 음식에 대한 추억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음식은 때로 삶의 고통과 트라우마까지 품고 있다. 그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객석에는 아련한 공감이 번졌다. 누나와 함께 먼 길을 걸어 학교에 다니며 아껴 모았던 차비,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사 먹었던 '삼립 곱빼기' 빵, 겨울이면 꽁꽁 얼어 있던 김치 항아리…. 지금의 풍요로운 식탁에서는 좀처럼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들이다. 하지만 그 시절을 살아온 이들에게는 너무나 생생한 풍경이다.
박찬일 세프의 소울푸드, 계란찜과 김치전
그 시절의 라면은 단순한 간편식이 아니었다. 배고픔을 견디게 해주는 든든한 한 끼였고, 때로는 아이들이 처음 요리를 배우는 음식이었다. 박찬일 셰프는 라면을 '요리의 전 과정을 배울 수 있는 음식'이라고 설명했다. 물의 양과 시간을 맞추고, 계란을 풀어 넣을지 통째로 넣을지 결정하고, 파를 넣으며 맛의 변화를 경험하는 과정까지 라면 한 그릇 안에 요리의 기본이 들어 있다는 것이다. 빨간 떡볶이에도 시대의 변화가 담겼다. 과거 궁중에서 먹던 떡볶이는 소고기와 버섯, 참기름 등 귀한 재료가 들어간 음식이었지만, 밀가루 떡과 고추장으로 만든 빨간 떡볶이는 서민들도 즐길 수 있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음식의 변화가 곧 우리 삶의 변화였던 셈이다. 박찬일 셰프는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도 음식만큼은 놀라울 정도로 오래 살아남는다고 이야기했다. 전화와 이동수단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발전했지만, 사람은 여전히 밥을 먹고 김치를 담그며, 누군가와 마주 앉아 한 끼를 나눈다.
라면의 역사. 라면은 많은 남성들의 대표적 소울푸드
그래서 음식에는 '쉼표'가 있다. 책의 행간처럼 음식과 음식 사이에도 사람의 기억과 이야기가 머문다. 한 그릇의 음식은 단순히 맛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먹었던 장소와 사람, 그날의 날씨와 마음까지 함께 불러낸다. 그가 특히 좋아하는 음식으로 꼽은 계란찜에 얽힌 이야기는 그래서 더욱 정겹다. 예전 부엌에서는 계란찜이 익어가며 냄비 뚜껑에 부딪히는 소리가 났고, 그 소리는 가족들에게 '무언가 맛있는 것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신호였다. 지금처럼 각자의 방에서 생활하는 집에서는 들을 수 없는, 가족이 한 공간에서 함께 살던 시절의 소리였다. 김치 항아리를 열러 마당으로 나가던 겨울밤의 풍경도 마찬가지다. 얼어붙은 김치를 꺼내오고, 김치 국물까지 아껴 김치전을 부쳐 먹던 시절. 과학기술이 발전해 김치를 더 오래 보관할 수 있게 되었지만, 현대의 김치냉장고가 대신할 수 없는 것은 그때의 냄새와 손끝의 감각, 그리고 가족의 모습일 것이다. "먹는다는 것은, 결국 살아온 시간을 먹는 일" 강연의 마지막에 이르자 음식은 더 이상 음식만이 아니었다.소개팅의 한 끼, 생일의 식사, 특별한 날의 음식처럼 우리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음식이 함께한다. 그래서 음식에는 삶의 수많은 사건과 감정이 켜켜이 쌓인다.
강연장을 나서는 사람들의 마음에도 저마다 하나씩 오래된 식탁이 떠올랐을 것이다. 한 청중은 "어쩌면 그렇게 음식과 우리 삶에 관한 이야기를 맛깔스럽게 풀어내는지 감탄하였다. 평소에 좋아하던 소울푸드를 기억해내고 감동에 젖기도 했고 어머니로서 가족들에게 더 많은 추억의 음식을 선물해야겠단 생각도 난다"며 아련한 표정으로 소감을 전한다.
이날의 도서 ' 밥 먹다가 울컥' 박 셰프는 음식이야기를 감칠맛 있게 풀어 낸 10권 이상의 책을 낸바 있다
박찬일 셰프는 그리운 기억의 창고를 헤집어 먹거리가 우리 삶을 얼마나 윤기 있고 풍성하게 만드는지, 나아가 먹는 일이 어떻게 더 멋진 삶으로 이어지는지를 푸근한 입담으로 들려주었다. 관객들은 잔잔한 감동을 느끼며 각자의 소울푸드를 떠올리며 강연장을 나섰으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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