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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규홍 나무학자와 함께 걸은 영흥수목원 산책
일월도서관 생태학습 탐방... 식물의 비밀을 따라 걸은 특별한 수목원 답사
2026-09-30 14:30:27최종 업데이트 : 2026-09-30 13:33:03 작성자 : 시민기자   진성숙

나무 고규홍 1

영흥수목원 입구에서 단체사진나무 고규홍 9시민들의 휴식처 수목원 내 싱그러운 들길을 걷는다

 

9월 29일 30여 명의 수강생이 모여 맑고 투명한 가을 하늘 아래, 영흥수목원이 조금 특별한 교실로 변했다. 꽃과 나무를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안에 숨겨진 생존의 전략과 시간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식물 답사였다.

 

이번 답사를 이끈 고규홍 나무인문학자는 길위의 인문학 수업으로 4번의 실내강연에 이어 이번 5회차에 야외실습을 담당했다. 
 

이번 강연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식물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였다. 강연자는 "나뭇잎은 바람에 흔들리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능동적으로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햇빛이 지나치게 강해지면 칡과 같은 콩과 식물은 잎의 방향을 바꾸어 강한 빛을 피한다. 새잎이 돋아날 때 기존 잎이 아래로 늘어지는 나무도 있다. 새로 태어나는 잎에게 햇빛을 양보하기 위해서다.
 

식물의 세계에는 놀라운 '속임수'도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에서 자라는 이른바 '시체 꽃'이다. 거대한 꽃차례는 높이가 3m에 이르기도 하지만, 진짜 꽃은 그 안쪽에 숨어 있다. 꽃은 시체가 썩는 듯한 냄새를 풍겨 그 냄새를 좋아하는 곤충을 불러들인다. 곤충은 산란 장소라고 생각해 찾아오지만, 실제로는 꽃의 꽃가루를 옮기는 역할을 하게 된다.
 

꽃은 냄새만으로 곤충을 유인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꽃이 필 때 식물의 온도를 평소보다 10~15도 높여 냄새 성분을 더 멀리 퍼뜨리는 '발열 전략'까지 사용한다. 거대한 꽃의 높이 역시 냄새를 멀리 퍼뜨리는 일종의 굴뚝 역할을 한다는 설명에 참가자들은 감탄을 쏟아냈다.
 

나무 고규홍 4

백송에 대해 설명하는 고규홍 학자나무 고규홍 7몰입은 즐겁다. 나무와 식물에 대해 더 더 자세히 알고파요!


세상에서 가장 큰 꽃과 잎에 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한 송이의 꽃 자체가 거대한 라플레시아는 지름이 1.5m에 달하며, 빅토리아 수련은 잎의 지름이 약 3m에 이른다. 질긴 잎맥과 공기층 덕분에 한 장의 잎이 상당한 무게를 견딜 수 있다는 설명은 식물의 '구조적 지혜'를 새롭게 바라보게 했다.
 

남미 안데스 고원에 자라는 푸야 라이몬디는 더욱 놀랍다. 꽃차례가 무려 15m에 달하고, 약 100년에 한 번 꽃을 피운 뒤 수많은 씨앗을 남기고 생을 마감한다. 식물의 생애가 인간의 시간과 얼마나 다른지를 실감하게 하는 대목이었다.
 

수목원을 걷는 동안 식물은 역사와 문화의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중국이 원산지인 백송은 조선시대부터 중국과의 문화 교류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나무로 소개됐다. 추사 김정희가 중국 연경을 다녀오며 백송을 가져와 심었다는 이야기는 한 그루의 나무가 단순한 조경수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나라와 나라를 잇는 문화의 흔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손기정 선수의 이야기와 연결된 대왕참나무도 특별했다.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마라톤 우승을 차지한 손기정 선수에게 전달된 화분 속 나무가 훗날 우리나라에 뿌리를 내리게 된 사연은 나무 한 그루에 역사가 어떻게 켜켜이 쌓이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였다.
 

나무 고규홍 6

싱그러운 온실내 식물들을 이모저모 관찰하고 있다나무 고규홍 3

온실 내 시원한 분수의 뒤안길에서


익숙했던 계수나무에 얽힌 이야기 역시 흥미로웠다.  너도 나도 계수나무잎 달고나 잎을 주워 향기를 맡아보았는데  가을이면 달콤한 달고나 같은 향기를 풍기는 계수나무와 우리가 동요 '반달'에서 떠올리는 '달나라 계수나무'가 사실 다른 나무라는 설명은 익숙한 풍경을 다시 바라보게 했다. 이름 하나에도 오랜 오해와 문화적 배경이 숨어 있었다.
 

망고와 모과에 관한 이야기는 식물의 '번식 전략'을 생각하게 했다.

식물에게 열매는 단순히 우리가 먹는 과일이 아니다. 씨앗을 어미나무에서 멀리 이동시키기 위한 치밀한 생존 전략의 결과다. 망고처럼 큰 열매는 과거 거대한 포유류가 씨앗을 먹고 멀리 옮겨주었을 것으로 설명됐다. 오늘날에는 그 역할을 사람이 대신하고 있다.
 

반면 밤은 조금 다른 전략을 택한다. 우리가 먹는 밤 자체가 씨앗이기 때문에, 씨앗을 보호하기 위해 가시투성이 밤송이로 감싼다. 밤송이가 벌어지고 나서야 다른 동물에 의해 우연히 이동될 수 있다. 식물마다 씨앗을 살아남게 하는 방법이 모두 다르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나무 고규홍 2

식물원내  작은 꽃이 사람의 마음을 훔친다.  꽃 이름이 [야트로파 포다그리카] 라나?나무 고규홍 5

식물원을 나와서도  그 안에 있던 식물에 대해 보충설명하는 고규홍 학자.


답사의 마지막에 고규홍 나무인문학자는  참가자들에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한마디를 건넸다. "나무는 한 번에 모든 것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한 그루의 나무에는 지난해 만들어진 부분과 올해 새로 자란 부분이 겹겹이 쌓여 있다. 식물학자들이 나무 한 그루를 제대로 관찰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나무의 솔방울 하나가 완전히 익는 데도 긴 시간이 걸린다. 우리가 수목원에서 바라본 것은 결국 식물의 긴 생애 중 아주 짧은 한순간이었다.
 

그래서 이번 답사는 '나무를 보러 간 하루'라기보다 나무를 보는 법을 배운 하루에 가까웠다. 꽃의 크기보다 꽃이 피는 이유를, 열매의 맛보다 씨앗이 이동하는 방법을, 흔들리는 잎보다 그 잎이 왜 움직이는지를 생각하게 했다.

첫회만 빼고 3번의 이론강의를 듣고 이번에 처음 영흥수목원에 왔다는 참가자 최윤민(화서동)씨는 "너무 좋은  인문학강의와 탐방까지 연계하여 참 뜻 깊은 공부가 되었다.  날씨까지 참 좋아서 저절로 힐링이 되었다.  영흥, 일월 두 군데의 수원수목원이 있는 수원시민이어서 행복하다" 라고 미소로 소감을 전한다.

 

이제 수목원을 빠져나오는 발걸음이 조금은 달라졌다. 평범하게 서 있던 나무 한 그루가 이제는 더 이상 평범해 보이지 않는다. 나무는 말없이 그 자리에 서 있지만, 그 안에서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에게 아직 보여주지 않은 수많은 시간과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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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월도서관 생태학습, 길위의 인문학, 고규홍 , , 영흥수목원, 진성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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