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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살던 고향은》 전시회, 가을을 물들이는 잔잔한 감동의 현장을 가다
80대 엄마와 40대 딸이 붓끝으로 엮은 인생의 기록, 창룡도서관에 스며들다
2026-10-01 16:33:25최종 업데이트 : 2026-10-01 16:33:22 작성자 : 시민기자 김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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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무동 창룡 도서관
창룡도서관이 가을맞이 특별 기획으로 선보인 《나의 살던 고향은》 전시회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번 전시는 '80대 엄마와 40대 딸의 그림 이야기'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긴 세월을 지나온 어머니와 타국에서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는 딸이 오직 '그림'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소통해 온 오랜 기록이자 인생의 아름다운 하모니를 담아낸 자리다. 9월 21일부터 오는 10월 7일까지 이어지는 이 전시는 도서관을 찾는 시민들과 지역 문화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전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어머니인 경현덕 여사(80대)는 지역 사회에서도 유명 인사인 '열정의 아이콘'이다. 홀로 생활하는 고요한 일상에서 외로움에 갇히기보다 붓을 잡았고, 서예와 그림, 그리고 아코디언 연주까지 섭렵하며 하루하루를 예술적 영감으로 가득 채워왔다. 경 여사의 작품들 앞에서는 관람객들의 발길이 유독 길게 머문다. 오랜 세월의 깊이가 느껴지는 단단한 서예 필체와 함께, 주변의 소박한 풍경들을 따뜻하고 정감 어린 시선으로 포착해 낸 그림들은 보는 이들이 깊은 향수와 위로를 느끼게 한다. 80대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과감하면서도 섬세한 터치는 인생의 희로애락을 모두 포용하는 어머니의 품을 닮아있다. 그 어머니에 그 딸이다. 멀리 캐나다 밴쿠버에서 항공기 승무원으로 비행길에 오르는 딸 김혜원 씨(40대) 역시 그림을 통해 삶을 치유하고 기록해 온 예술가다. 시차가 바뀌고 낯선 도시를 오가는 고된 직업 세계 속에서, 김 씨는 자신만의 고유한 취미인 '그림 그리기'를 놓지 않았다. 그녀의 캔버스 안에는 밴쿠버의 푸른 하늘, 비행기 창밖으로 내려다보이던 솜사탕 같은 구름, 그리고 이국땅에서 문득 찾아오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가족을 향한 애틋한 마음이 맑은 수채화와 아기자기한 일러스트 형식으로 녹아 있다. 비록 물리적 거리는 지구 반 바퀴만큼 떨어져 있지만, 엄마와 딸은 모바일 메신저로 서로의 작품을 공유하고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마음의 거리를 좁혀왔다. 이번 전시는 그렇게 쌓아 올린 모녀의 비밀스러운 대화록이 세상 밖으로 나온 결과물이다. 전시된 엄마 경현덕 여사 작품들
전시가 열리고 있는 창룡도서관 1층 로비는 관람객들이 저마다의 어머니와 딸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히는 감동의 장소가 되었다. 우연히 도서관을 찾았다가 발걸음을 멈추고 전시를 관람한 지역 주민 이경자 씨는 상기된 표정으로 소회를 전했다. "원래는 책을 반납하러 가볍게 들렀는데, 로비에 걸린 포스터의 '80대 엄마와 40대 딸'이라는 글귀를 보는 순간 저도 모르게 발걸음이 이쪽으로 향했습니다. 작품 하나하나를 찬찬히 들여다보는데, 가슴 한구석이 아려오더군요." 이경자 씨는 어머니 경현덕 여사의 서예 작품과 딸 김혜원 씨의 이국적인 일상 그림이 나란히 배치된 작품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저희 어머니도 올해 여든둘이 되셨어요. 나이가 드시면서 기억도 조금씩 흐려지시고 늘 적적해하셔서 마음이 쓰였는데, 경현덕 여사님의 작품들을 보니 반성을 하게 됩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이렇게 멋지게 자신의 삶을 표현하고 열정을 불태우시는 모습이 정말 아름답고 존경스럽습니다. 우리 엄마에게도 '아직 늦지 않았다'고, 좋아하시는 자수나 일기 쓰기를 다시 시작해보시라고 권하고 싶어졌어요."
또한, 캐나다에서 승무원으로 일하며 외로움을 그림으로 달랬다는 딸 김혜원 씨의 이야기에 대해서도 깊은 공감을 표했다. "제 딸도 지금 직장 생활 때문에 멀리 떨어져 타지에서 혼자 지내고 있거든요. 늘 통화할 때마다 '밥은 잘 먹느냐, 힘들진 않으냐' 잔소리만 할 줄 알았지, 아이가 타지에서 외로움을 어떻게 견뎌내고 있는지 깊게 헤아려주지 못했던 것 같아요. 승무원 딸이 낯선 밴쿠버에서 고향의 엄마를 생각하며 그렸을 그림들을 보니까, 마치 제 딸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것 같아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전시를 보는 내내 '가족이란, 그리고 엄마와 딸이란 존재는 멀리 있어도 결국 같은 마음으로 연결되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씨는 스마트폰을 꺼내 전시회 전경을 사진으로 담으며 말했다. "오늘 주말에는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멀리 있는 딸에게도 영상통화를 걸어서 이 전시를 꼭 같이 보고 싶어요. 이런 따뜻하고 의미 있는 전시를 기획해 준 창룡도서관에 감사드립니다. 가을날 지친 일상에 가장 큰 선물을 받은 기분입니다." 전시된 딸 김혜원 작가 작품 이번 《나의 살던 고향은》 전시회는 거창하고 화려한 기성 미술가들의 초대전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 곁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이웃들의 숨겨진 이야기이기에 관람객들에게 전달되는 울림의 크기가 더욱 크다. 두 모녀의 작품은 세대 간의 격차를 해소하고, 디지털 시대에 잊혀 가던 '가족 간의 소통'이라는 근원적인 가치를 시각적으로 증명해 낸다. 도서관이라는 공공의 공간이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곳을 넘어, 지역 주민들의 삶과 예술을 잇고 서로의 인생을 위로하는 문화 사랑방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작품을 감상하고 있던 또 다른 지역 주민 한대영 씨는 "어머니의 깊은 연륜이 묻어나는 전통적 예술과 딸의 현대적이고 감각적인 일상이 한 공간에서 조화를 이루는 모습 그 자체가 하나의 큰 스토리"라며, "전시 제목처럼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마음속의 고향'과 '가족'에 대한 온기가 느껴졌다"고 말했다.
80대 엄마와 40대 딸의 그림이야기 높고 푸른 가을 하늘 아래, 마음의 허기를 채우고 싶은 시민들이라면 이번 가을 창룡도서관 로비를 찾아 모녀가 건네는 따뜻한 대화를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 전시는 10월 7일까지 이어지며, 도서관을 방문하는 이용객이라면 누구나 상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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