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오늘은 우리도 여행객입니다”…휠체어 바퀴가 만난 파주의 가을
수원시지회 장애인·봉사자 등 100여 명 마장호수·벽초지수목원 무장애 여행
2026-10-02 10:25:10최종 업데이트 : 2026-10-02 10:25:04 작성자 : 시민기자   이영관

파주 마장호수에서의 우리들의 여행 단체 사진

파주 마장호수에서의 우리들의 여행 단체 사진

"바람이 참 맛있네요"
 
9월 30일 경기도 파주 마장호수 데크길. 휠체어를 이용하거나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호수를 바라보며 천천히 길을 따라 움직였다. 누군가는 스마트폰으로 풍경을 담고, 누군가는 동행한 가족과 손을 맞잡았다. 평소 쉽게 떠나기 어려웠던 사람들이 이날만큼은 분명한 '여행객'이었다.
 
사단법인 경기도지체장애인협회 수원시지회(지회장 한영렬)는 이날 한국마사회 수원지사(회장 박희태)의 지원으로 '휠체어 바퀴 끝에서 시작하는 첫 여행' 무장애 관광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 26명을 비롯해 회원과 자원봉사자 등 100여 명이 참여해 파주 마장호수와 벽초지수목원을 찾았다.
 
이번 여행은 장애인들의 여행에 대한 갈망에 주목해 마련됐다. 한영렬 지회장은 "장애인은 교통수단과 경제적 어려움, 편의시설 부족 등으로 여행하기가 쉽지 않다"며 "특히 휠체어 사용 장애인은 여행에 대한 두려움도 큰 만큼, 여행 욕구가 높은 회원들에게 여행의 즐거움을 나눠드리고 싶어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휠체어 이용 참가자가 경기도 누림버스에 승차하는 모습

휠체어 이용 참가자가 경기도 누림버스에 승차하는 모습

출발부터 일반 여행과는 달랐다. 무장애 관광버스 두 대에 휠체어 이용자가 리프트를 이용해 탑승하고, 휠체어는 차량에 안전하게 실었다. 이번에 이용한 누림버스는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차량으로, 경기도장애인복지지원센터에 사전 신청해 무상으로 이용했다. 다만 단체당 하루 이용 가능한 차량이 두 대로 제한돼 참가 규모에도 현실적인 제약이 있었다. 한 지회장은 "더 많은 휠체어 사용 회원을 모시고 싶어도 이용 가능한 누림버스가 제한돼 이번 여행도 두 대에 맞춰 진행했다"고 말했다.

 

첫 번째 목적지는 파주시 대표 관광지인 마장호수였다. 마장호수는 무장애 관광지로 지정돼 휠체어 이용 장애인의 접근성이 비교적 좋은 곳이다. 수원시지회는 호수를 감상하고 이어 벽초지수목원에서 가을꽃을 만나는 일정으로 여행 코스를 구성했다. 특히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춘 대형 음식점이 가까이 있어 이동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여행지 선정에 고려했다.

 

참가자들은 호수 주변에서 스탬프투어에 참여했다. 체육공원과 계류장, 전망대 등 정해진 장소를 찾아가 '참 잘했어요' 스탬프를 받는 프로그램이었다. 세 곳의 스탬프를 모두 모으면 생활용품을 선물로 받을 수 있었다. 작은 프로그램이었지만 참가자들은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남궁선아 수원시지회 사무국장은 "목표가 있으니 그 목표를 찾아 움직이는 참가자들의 모습이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며 "우리 모두가 원했던 모습이 이런 것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이 무장애 통로를 이용해 호수로 내려가고 있다.

참가자들이 무장애 통로를 이용해 호수로 내려가고 있다.

스탬프 투어에서 참가자들이 확인 도장을 받고 있다.

스탬프 투어에서 참가자들이 확인 도장을 받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무장애 관광의 과제도 확인됐다. 호수 주변 데크길은 휠체어 이용자가 비교적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었지만, 휠체어 이용자를 태운 대형버스의 진입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출렁다리 역시 입구가 계단으로 되어 있어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직접 건너기는 어려웠다. 한 지회장은 "계단과 턱, 좁은 출입구, 경사로 부족 등 편의시설 미비가 장애인 여행의 가장 큰 어려움"이라며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교통수단의 부족과 복잡한 이용 절차도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점심식사 후 찾은 벽초지수목원에서는 분위기가 한층 달라졌다. 빛솔원과 여왕의 정원 등에 국화꽃이 만발한 가운데 참가자들은 휴대전화 카메라를 꺼내 꽃과 자연을 담았다. 휠체어 바퀴가 꽃길을 따라 천천히 움직였고, 얼굴에는 오랜만의 나들이가 주는 설렘이 묻어났다.

 

이어진 프로그램은 보물찾기였다. 수목원 곳곳에 숨겨진 보물티켓을 찾아 생활용품으로 교환하는 프로그램에 참가자들은 어린아이처럼 즐겁게 참여했다. 한 참가자는 동행한 남매와 손을 맞잡고 걸으며 "출렁다리가 출렁대도 무섭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함께 걷는 사람의 손길이 두려움을 덜어주는 순간이었다.

파주 벽초지 수목원 꽃대궐을 통과하는 참가자들

파주 벽초지 수목원 꽃대궐을 통과하는 참가자들

한 참가자가 보물찾기에 성공해 기뻐하고 있다.

한 참가자가 보물찾기에 성공해 기뻐하고 있다.

한영렬 지회장은 여행을 마친 참가자들의 표정에서 출발할 때와 다른 변화를 느꼈다고 했다. "출발할 때는 '잘 다녀올 수 있을까, 재미있을까' 하는 긴장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행지를 돌아보고 마무리 인사를 나눌 때는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또 다른 여행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갖고 계신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장애인에게 여행은 단순한 여가활동 이상의 의미가 있다. 낯선 곳을 경험하고 사회적 장벽을 넘어서는 과정에서 새로운 자신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지회장은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여행은 새로운 경험과 즐거움을 느끼는 활동"이라며 "특히 장애인에게 여행은 사회적 장벽을 줄이고 낯선 환경에 대한 두려움을 벗어나 자신감을 갖게 하는 큰 힘"이라고 말했다.

 

실제 여행지 선정 과정부터 장애인 여행은 일반 여행과 달랐다. 답사를 하면서 식당 입구가 계단으로 되어 있거나 장애인이 이용하기 어려운 화장실 구조를 발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음식의 맛이나 관광지의 유명세보다 먼저 휠체어 접근성과 장애인 화장실, 차량 진입 여부 등을 살펴야 한다.

우리가 이용한 쌈밥 식당은 문턱이 없어 쉽게 이동할 수 있었다.

우리가 이용한 쌈밥 식당은 문턱이 없어 쉽게 이동할 수 있었다.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회원들(좌측에서 두 번째가 한영렬 지회장)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회원들(좌측에서 두 번째가 한영렬 지회장)

그래서 장애인에게 여행은 '사전답사'부터 시작된다. 한 지회장은 "가고 싶은 곳을 사전답사 없이, 부담 없이 떠날 수 있는 여행이 가능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바라는 무장애 관광도 단순히 휠체어가 지나갈 수 있는 길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장애인이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면서 미안함을 느끼지 않고, 봉사자 역시 힘겹게 휠체어를 밀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다.

 

"장애인이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함께해 주세요"

이를 위해서는 관광지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주변 음식점과 약국, 편의점 등 생활시설의 경사로 설치와 장애인 편의시설 확대가 필요하다. 부족한 특별교통수단과 관광지 연계 서비스의 확장도 과제로 꼽힌다.

 

한 지회장은 "주요 관광지에 계단과 경사로 등의 편의시설이 완비되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며 "관광지 주변의 음식점과 약국, 편의점 등 이용 빈도가 높은 시설에도 경사로가 설치된다면 장애인들의 여행활동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행 참가자들이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이동하고 있다.

여행 참가자들이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이동하고 있다.

참가자들이 출렁다리를 즐겁게 왕복했다. 휠체어 이용자는 아쉽게도 입구에 계단이 있어 다리를 이용할 수 없었다.

참가자들이 출렁다리를 즐겁게 왕복했다. 휠체어 이용자는 아쉽게도 입구에 계단이 있어 다리를 이용할 수 없었다.

이번 여행은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는다. 수원시지회는 회원들의 여행 욕구를 반영해 10월 40명, 11월 50명 규모의 나들이를 추가로 준비하고 있으며, 내년에도 보다 알찬 프로그램을 마련해 여행 기회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파주의 호수와 꽃길을 뒤로하고 수원으로 향하는 버스 안. 하루 종일 이어진 여행의 피곤함보다 만족과 기대가 묻어났다. 이날 참가자들이 얻은 것은 아름다운 풍경만이 아니었다. '우리도 여행할 수 있다'는 경험과 누군가와 함께 걷고 웃는 즐거움, 그리고 다음 여행을 기다릴 수 있다는 기대였다.

수원시지회 직원이 우리들의 여행 참가자들의 무사귀환을 환영하고 있다.

수원시지회 직원이 우리들의 여행 참가자들의 무사귀환을 환영하고 있다.

휠체어 바퀴는 이날 파주의 호수와 꽃길을 달렸다. 그 바퀴 끝에서 '장애인도 아무런 미안함 없이 여행할 수 있는 사회'를 향한 작은 질문이 시작됐다. 한영렬 지회장은 참가자들에게 "즐겁고 멋진 추억을 담아낸 여행이 되셨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회원들의 건강과 행복을 지키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수원시민들에게도 당부했다.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장애인들이 이동하고 활동하는 데 불편한 공간이 많습니다. 우리의 이웃인 장애인들이 편리하게 이동하고 활동할 수 있도록 함께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영관님의 네임카드

경기도장애인협회 수원시지회, 무장애 여행, 자신감, 휠체어, 이영관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

독자의견전체 0개

SNS 로그인 후, 댓글 작성이 가능합니다. icon 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
QUICK MEN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