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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수집, 모두의 문화유산이 되다
수원박물관 특별기획전 「개인 소장에서 공공 유산으로 – 근당 양택동」, 기증 유물에 담긴 역사와 예술의 가치를 만나다
2026-10-06 14:28:27최종 업데이트 : 2026-10-06 14:28:24 작성자 : 시민기자 허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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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는 특별기획전 「개인 소장에서 공공 유산으로 – 근당 양택동」이 진행되고 있다
개인이 소중히 간직해 온 작품이 박물관으로 옮겨와 보존·연구되고, 시민과 만나는 공공의 문화유산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다.
전시는 크게 3부로 구성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조선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는 다양한 서화 작품이 눈에 들어온다. 유명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대에 따라 달라진 서체와 서풍을 살펴보며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생각과 예술적 표현을 만나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한 사람의 수집, 새로운 시작이 되다 1부에서는 근당 양택동 선생의 수집과 기증이 수원 서예 문화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보여준다. 근당 선생은 평생 수집한 서예 관련 자료를 2003년 수원시에 기증했다. 이를 계기로 수원시는 2008년 수원역사박물관과 함께 한국서예박물관을 개관했고, 이후 특별기획전과 학술 연구, 도록 발간, 교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 서예 문화의 가치를 알리고 시민과 공유해 왔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기증된 자료를 시작으로 한국서예박물관의 개관과 그 동안 진행된 특별전의 모습을 사진으로 볼 수 있다
글과 그림 사이, 고서화의 가치를 발견하다 2부에서는 조선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는 서화 작품을 통해 우리 서예와 회화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조선시대 왕실과 관련된 서예 자료다. 수원박물관에는 정조가 세손 시절인 9세와 21세에 쓴 글씨가 전시돼 있다. 어린 시절 왕실 인물이 남긴 글씨를 직접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정조예필 - 주희시첩(정조가 세손시절에 쓴 글씨를 모아 만든 시첩으로 9세에 쓴 글씨)
정조예필 - 주희시첩(정조가 세손시절에 쓴 글씨를 모아 만든 시첩으로 21세에 쓴 글씨로 점획이 분명하고 조맹부 송설체의 영향이 나타난다)
영조어필 벼루 - 약간 붉은 빛을 띄며 별도의 무니를 새기지 않은 소박한 형태. 바닥면에 작은 해서로 글씨가 새겨져 있으며, 장식없이 소박하게 제작된 형태는 검소한 생활을 중시했던 영조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비슷한 작품이 추가로 확인되면서 두 작품의 인장과 글씨체, 종이에 남은 흔적 등을 비교했고, 서로 관련된 작품일 가능성을 살펴보게 됐다. 이후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관련 작품을 추가로 확인하면서 본래 10곡으로 구성된 병풍 형태의 작품 가운데 일부였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한다. 현재 전시장에서는 그 가운데 2폭을 만나볼 수 있다.
유한지가 쓴 예서 오언시 대한 이야기를 설명하는 모습
한 점의 기증 유물이 다른 작품의 발견으로 이어지고, 다시 하나의 작품군에 대한 연구로 확장된 것이다. 이를 통해 박물관의 기증품은 단순히 전시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문화유산을 발견하고 이해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다.
전시의 흐름은 조선시대에 머물지 않는다. 난초와 대나무, 매화 등을 소재로 한 근현대 서화 작품을 비롯해 위창 오세창, 소전 손재형 등 한국 서예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작품들이 이어진다. 전통적인 서화가 시대를 거치며 어떻게 변화하고 계승됐는지를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되어있다.
위창 오세창이 임서한 고와전문 - 장수와 자손 번창 등 길상적 내용을 담고 있다
현중화가 쓴 오언율시, 서희환이 쓴 한글 대련, 하남호가 쓴 '애국시', 소전 손재형이 쓴 '호예공생' 작품도 한 눈에 볼 수 있게 전시되어 있다
삼무재인, 수원에 예술을 남기다 3부에서는 중년 이후 호를 '삼무재(三無齋)'로 정하고 스스로를 '삼무재인(三無齋人)'이라 칭했던 근당 양택동 선생의 작품과 삶을 만날 수 있다. '삼무(三無)'에는 명예와 재물, 형식 등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뜻이 담겨 있으며, 이는 그의 예술관과 삶의 태도를 보여준다.
전시장에서는 여러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표현한 근당 선생의 작품을 살펴보고, 수원에 정착한 이후 창작과 교육 활동을 이어가며 지역 곳곳에 남긴 글씨도 만나볼 수 있다.
근당 양택동 선생의 작품들과 서예 대중화에 힘쓴 모습을 전시를 통해 볼 수 있다
수원에 새긴 근당 양택동 선생의 글씨를 영상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개인의 소장에서 시민의 문화유산으로 이번 전시의 의미는 무엇보다 '개인 소장'에서 '공공의 문화유산'으로 이어지는 과정에 있다. 근당 양택동 선생의 기증은 한국서예박물관 건립의 중요한 계기가 됐으며, 기증 유물은 전시와 연구, 교육을 통해 시민들과 만나고 있다.
한 사람이 오랜 시간 정성껏 모은 작품들은 이제 특정 개인의 서재가 아닌 박물관에서 누구나 만날 수 있는 문화유산이 됐다. 그리고 그 유물들은 새로운 연구와 전시, 또 다른 유물의 발견으로 이어지며 그 의미를 넓혀가고 있다.
이번 전시는 그래서 단순히 오래된 글씨와 그림을 감상하는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한 사람의 수집이 어떻게 공공의 문화유산으로 이어졌는지, 그리고 그 유산이 또 다른 발견과 연구의 출발점이 되는지를 보여준다.
가을 나들이를 계획하고 있다면 수원박물관에서 한 점의 글씨와 그림에 담긴 시간을 천천히 만나보는 것도 좋겠다. 작품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누군가의 소장품이 어떻게 우리 모두의 문화유산이 되었는가'를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수원박물관 특별기획전 「개인 소장에서 공공 유산으로 – 근당 양택동」> ◯ 전시기간 : 2026. 10. 2. ~ 2026. 12. 6. ◯ 전시장소 : 수원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창룡대로 265) ◯ 관람시간 : 09:00 ~ 18:00(17:00까지 입장) ◯ 휴 관 일 : 매주 월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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