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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클래식이 새 얼굴로 돌아왔다
수원SK아트리움서 ‘낯익은 클래식’ 무대
2026-10-06 10:53:07최종 업데이트 : 2026-10-06 10:53:06 작성자 : 시민기자   이영관

클래시칸 앙상블 공연 모습

클래시칸 앙상블 공연 모습

"엇? 이 곡 아는데!" 

10월 3일 오후 5시, 수원SK아트리움 대공연장. 객석 곳곳에서 이런 반가운 표정이 번졌다. 그런데 곧이어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분명 귀에 익은 멜로디인데, 내가 알던 음악과는 조금 달랐다. 악기가 달라지고, 연주 편성이 달라지고, 음악을 풀어내는 방식이 달라지니 익숙했던 선율이 전혀 새로운 얼굴로 다가왔다.

 

(사)한국음악협회 수원시지부(회장 김명신)가 주최하고 클래폼(CLAFORM·대표 박지연)이 주관한 '낯익은 클래식'이 이날 관객들과 만났다. 2026 수원 방문의 해와 수원화성 축성 23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이번 공연의 슬로건은 '300년의 명곡을 한 무대에서!', 그리고 '알고 있던 음악이, 새롭게 들리는 순간'이었다. 제목부터 재미있다. '낯익은'과 '클래식'이 함께 있으니 무언가 익숙하면서도 낯선 느낌이다. 실제로 공연은 그 제목을 충실하게 보여줬다.

 

1부 '두 개의 악기, 서로 다른 매력'에서는 기타와 피아노가 주인공이었다. Guitar Duo HERMANO의 기타 2중주로 시작해 두 대의 피아노와 네 명의 피아니스트가 함께하는 '2 Piano 8 Hands'가 무대를 채웠다. 기타의 따뜻하고 섬세한 음색과 두 대의 피아노에서 뿜어져 나오는 풍성한 울림은 같은 클래식 음악도 악기에 따라 얼마나 다른 표정을 보여주는지를 실감하게 했다. 영화 '시네마 천국',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 비제의 '카르멘' 등 귀에 익은 음악들이 새로운 편곡과 연주로 펼쳐졌다.

기타 듀오 형제 HERMANO 김승원, 김승주

기타 듀오 형제 HERMANO 김승원, 김승주

2부는 '낯익은 클래식의 새로운 만남'이었다. 모차르트의 '아, 어머니께 말씀드리죠' 주제에 의한 변주곡, 비발디의 '사계-가을', 슈만의 '트로이메라이',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제1번'이 클래시칸 앙상블의 피아노 5중주로 이어졌다.

 

'트로이메라이'처럼 조용하고 서정적인 음악이 있는가 하면, '헝가리 무곡'처럼 리듬감 넘치는 곡도 있었다. 관객들은 굳이 음악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어도 멜로디만으로 작품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것이 이 공연의 매력이었다. '클래식은 어려운 음악'이라는 생각을 잠시 내려놓고, '내가 알고 있는 음악'에서 공연을 시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도네온 고상지 등장…객석의 온도가 달라졌다

3부 '탱고, 무대의 온도를 바꾸다'에서는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클래시칸 앙상블과 특별 게스트 반도네오니스트 고상지가 무대에 올랐다. G. M. 로드리게스의 '라 쿰파르시타', 카를로스 가르델의 '간발의 차이(Por Una Cabeza)', 피아졸라의 '안녕, 노니노', '리베르탱고'가 이어지면서 객석은 탱고 특유의 짙고 뜨거운 리듬에 빠져들었다.

제3부에서는 반도네오니스트 고상지(가운데)가 특별 출연해 탱고 음악을 선보였다.

제3부에서는 반도네오니스트 고상지(가운데)가 특별 출연해 탱고 음악을 선보였다.

특히 반도네온의 독특한 음색은 클래식 앙상블과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익숙한 클래식 공연을 생각하고 찾아온 관객들에게 탱고는 또 하나의 즐거운 '낯섦'이었다. 공연 프로그램이 말한 '탱고, 무대의 온도를 바꾸다'라는 표현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피날레는 '장밋빛 인생'부터 퀸까지

4부 '익숙한 선율과 함께 빛나는 피날레'에서는 다시 클래시칸 앙상블과 피아노 5중주가 무대를 장식했다. 에디트 피아프의 '장밋빛 인생(La Vie en Rose)', 영화 'E.T.'의 Flying Theme, 그리고 퀸의 'Bohemian Rhapsody Medley'가 차례로 울려 퍼졌다. 클래식 공연장에서 프랑스 샹송과 영화음악, 록 음악까지 만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관객들에게는 오히려 낯설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는 음악이었기 때문이다. 공연이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에도 박수가 쉽게 멈추지 않았다. 결국 앙코르가 이어졌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영화 '천공의 성 라퓨타'와 함께 익숙한 선율의 여운이 객석에 남았다.

앵콜곡에서는 배경화면에 애니메이션의 장면이 나왔다.

앵콜곡에서는 배경화면에 애니메이션의 장면이 나왔다.

4개 스테이지에서 14곡, 앙코르까지 모두 합치면 15곡. 그런데 놀랍게도 하나같이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본 음악이었다. '낯익은 클래식'이라는 공연 제목이 단순한 홍보 문구가 아니었던 셈이다.

 

음악보다 먼저 귀에 들어온 '이야기'

이번 공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또 한 명 있었다. 바로 해설·진행을 맡은 문화예술전문 MC 김병재다. 팸플릿을 보면서도 눈길을 끄는 이력이었다. KBS 공채 개그맨 출신으로 TV MC와 라디오 DJ, 성우 등을 거쳐 문화예술전문 MC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음악에 대한 전문적인 설명을 하면서도 관객이 지루해할 틈을 주지 않았다. 곡의 배경과 작곡가에 얽힌 이야기, 연주곡에 대한 에피소드를 알기 쉽게 풀어냈다. 때로는 유머를 섞고, 때로는 적절한 질문을 던졌다. 관객들은 음악을 듣기 전에 먼저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고, 이야기를 들은 뒤에는 음악이 더욱 친숙하게 들렸다. '음악을 설명하는 사람'이 아니라 '음악과 관객 사이를 이어주는 사람'이다.

김병재 문화예술전문 MC의 진행이 돋보였다.

김병재 문화예술전문 MC의 진행이 돋보였다.

"한 번의 공연이 아니라, 수원의 문화 브랜드로"

이번 공연은 일회성 기념음악회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OUR VISION'에는 '한 번의 공연이 하나의 문화가 되도록', 그리고 수원에서 계속 이어질 공연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 담겼다. 좋은 연주자가 다시 찾고, 관객이 다음 공연을 기다리고, 새로운 음악과 아티스트가 계속 무대에 더해지는 공연을 만들겠다는 것.

 

수원화성 축성 230주년이라는 역사적 시간과 클래식 300년의 명곡을 한 무대에 올린 것도 그런 의미에서 특별하다. 230년 전 만들어진 수원화성이 오늘의 수원에서 문화의 무대가 되고, 수백 년 전 탄생한 음악이 2026년의 시민들에게 새롭게 들려진 것이다.

 

1964년 창립한 수원음악협회, 시민 곁으로

이번 공연을 주최한 (사)한국음악협회 수원시지부(수원음악협회)는 1964년 창립 이래 성악·기악·피아노·합창·작곡·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음악인들과 함께 수원의 음악문화 발전에 힘써온 전문 예술단체다. 현재 약 120명의 개인회원과 20여 개의 단체회원이 활동하고 있으며, 수원음악인의 밤, 수원합창제, 신예음악회 등 다양한 공연과 문화행사를 통해 지역 예술인에게는 창작과 발표의 기회를, 시민들에게는 가까이에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출연진과 관계자의 기념 사진. 왼쪽에서 네 번째가 수원음협 김명신 회장

출연진과 관계자의 기념 사진. 왼쪽에서 네 번째가 수원음협 김명신 회장

김명신 회장은 인사말에서 이번 공연을 "230년 역사의 수원화성과 클래식 300년의 명곡들을 하나의 무대에서 만나도록 기획한 공연"이라고 소개했다. 또 익숙한 음악을 새로운 방식으로 만나 세대와 취향을 넘어 사람과 사람을 잇는 무대, 수원의 역사와 오늘의 감성이 음악을 통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특별한 경험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공연을 보고 나오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클래식이 낯선 것이 아니라, 우리가 클래식을 낯설게 느끼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시네마 천국'에서 '카르멘'으로, 모차르트와 비발디에서 슈만과 브람스로, 탱고의 '리베르탱고'에서 '장밋빛 인생', E.T., 퀸까지. 우리는 이미 그 음악들을 알고 있었다. 다만 이날은 조금 다른 악기로, 조금 다른 편성으로, 조금 다른 이야기를 들으며 다시 만났을 뿐이다.

 

그래서 '낯익은 클래식'의 진짜 매력은 낯선 음악을 익숙하게 만드는 데 있지 않았다. 이미 익숙한 음악을 다시 낯설게 듣게 만드는 것. 바로 그 순간, 수원SK아트리움의 가을 저녁은 특별해졌다.

이영관님의 네임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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