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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의 미술관, 관광지 너머 시민의 일상으로
매주 수요일 무료 관람 수원시립미술관…엄마와 딸, 대학생, 친구들이 찾은 《킨쉽》
2026-10-15 10:41:42최종 업데이트 : 2026-10-15 13:58:31 작성자 : 시민기자   강남철
수원시립미술관 《패트리샤 피치니니: 킨쉽》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조각 작품과 설명을 살펴보고 있다.

수원시립미술관 《패트리샤 피치니니: 킨쉽》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조각 작품과 설명을 살펴보고 있다.


10월 14일 수요일 오후, 수원시립미술관 행궁 본관 전시장에서는 관람객들이 저마다 다른 속도로 걸음을 옮겼다. 친구와 함께 조각 앞에 멈춰 선 청년이 있었고, 엄마와 딸은 나란히 작품을 바라봤다. 행궁동 한복판에서 만난 평일의 풍경이었다.

이곳에서는 11월 1일까지 국제전 《패트리샤 피치니니: 킨쉽》이 열린다. 실제 피부처럼 보이는 조각과 사진, 영상이 전시실마다 이어진다. 낯선 생명체의 모습은 시선을 붙들지만, 이날 눈길을 끈 것은 작품을 마주한 시민들의 다양한 방문 사연이었다.

수원시립미술관은 지난 4월부터 매주 수요일 무료 관람을 시행하고 있다. 매월 마지막 수요일에만 적용하던 혜택을 넓힌 것이다. 특별한 행사를 기다리지 않아도 평일 하루를 골라 미술관에 들를 수 있다는 점에서 시민의 문화생활 선택지가 하나 늘었다.

엄마와 딸이 수원시립미술관 전시실에서 나란히 조각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두 사람은 평소에도 가끔 전시관을 찾는다고 했다.

엄마와 딸이 수원시립미술관 전시실에서 나란히 조각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두 사람은 평소에도 가끔 전시관을 찾는다고 했다.


전시실에서 만난 엄마와 딸은 가끔 함께 전시관을 찾는다고 했다. 어머니는 딸의 어깨에 손을 얹고 조각을 바라봤고, 딸은 눈앞의 낯선 형상을 살폈다. 두 사람에게 미술관은 먼 곳으로 떠나는 특별한 여행지가 아니라 일상에서 함께 들를 수 있는 공간이었다.

청년 관람객 이찬기 씨는 친구와 함께 전시장을 찾았다. 화성 동탄에 살며 수원 경기대학교 경영학과에 다니는 그는 전시 보기를 좋아하지만, 수원시립미술관 방문은 처음이었다. 친구가 함께 가자고 권했고, 자신도 전시 관람을 좋아해 동행했다고 설명했다.

경기대학교에 재학 중인 이찬기 씨와 친구가 전시된 인물형 조각을 가까이에서 살펴보고 있다.

경기대학교에 재학 중인 이찬기 씨와 친구가 전시된 인물형 조각을 가까이에서 살펴보고 있다.


이 씨는 서울의 국립현대미술관에는 두세 차례 가봤지만 수원 지역 미술관은 처음이라고 했다. 학교가 있는 도시와 문화생활을 즐기는 도시는 꼭 일치하지 않았던 셈이다. 이번 방문은 수원에도 가까이 찾아갈 만한 전시 공간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기회였다.

수원의 문화예술 환경을 묻자, 이 씨는 "적어도 행궁동은 요즘 굉장히 훌륭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수원 전체를 잘 아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지만, 학교 주변에서 벗어나 행궁동을 찾은 청년의 눈에 이 일대는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는 장소로 다가왔다.

수원시 정자동에서 온 조지혜 씨와 친구들이 《킨쉽》 전시실에서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수원시 정자동에서 온 조지혜 씨와 친구들이 《킨쉽》 전시실에서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에서 온 조지혜 씨는 친구들과 행궁동을 둘러보다 미술관에 들렀다. 함께 온 친구는 미술관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이날은 길을 지나가다 들르게 됐다고 했다. 전시를 미리 계획한 방문객과 달리, 주변을 걷다가 만난 문화공간으로 들어온 경우다.
 

조 씨 일행에게 행궁동의 문화시설은 낯설지 않았다. 친구들은 수원화성박물관과 수원미디어센터 등을 가본 경험을 이야기했고, 자녀들과 함께 문화시설을 찾았던 기억도 꺼냈다. 아이들이 자란 뒤에도 친구와 나들이하며 도심의 문화공간을 다시 찾고 있었다.

일행 중 한 명은 지난해 고향 친구들을 수원으로 초대했던 이야기를 들려줬다. 수원에 볼거리가 얼마나 있겠느냐던 친구들과 서장대 등 여러 곳을 돌아보자, 예상보다 즐길 거리가 많다는 반응이 돌아왔다고 했다. 주민에게 익숙한 길도 외부 방문객에게는 새로운 여행지가 된다.

다만 행궁동이 인기를 얻는 것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친구는 관광객이 늘면서 기다려야 하는 일이 많아졌다며 "수원 시민이 좀 더 문화적으로 위축되는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지역이 활기를 띠는 만큼 주민의 이용 편의도 살펴야 한다는 이야기다.

사진 작품이 걸린 벽면과 전시장 중앙의 푸른색 조형물이 어우러진 《킨쉽》 전시실 전경.

사진 작품이 걸린 벽면과 전시장 중앙의 푸른색 조형물이 어우러진 《킨쉽》 전시실 전경.


관광객에게 이름난 행궁동과 시민이 자주 찾는 행궁동은 같은 거리이지만 경험이 다를 수 있다. 카페와 관광 명소를 찾는 사람들 사이에서 주민은 자신의 속도로 문화생활을 즐기고 싶어 한다. 미술관의 무료 관람은 그 거리에서 시민이 누릴 기회 가운데 하나다.

관람객들이 초록빛 영상이 상영되는 전시실에 앉아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관람객들이 초록빛 영상이 상영되는 전시실에 앉아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영상 전시실에서는 초록빛 화면 앞에 관람객들이 앉아 한동안 작품을 바라봤다. 다른 공간에서는 누워 있는 형상의 조각을 가까이 살피거나 친구와 함께 사진을 남겼다. 같은 전시를 보더라도 어떤 사람은 오래 머물고, 어떤 사람은 대화를 나누며 이동했다.

그렇다고 이날 만난 관람객 모두가 무료 관람 때문에 찾아왔다고 볼 수는 없다. 이찬기 씨에게는 친구의 제안이, 조지혜 씨 일행에게는 행궁동 산책이 직접적인 계기였다. 무료로 문을 여는 수요일은 그런 우연한 방문도 부담 없이 이어질 수 있게 하는 날이다.

행궁동을 찾는 관광객이 늘수록 주민이 편하게 이용할 문화공간도 중요해진다. 이날 미술관에서는 엄마와 딸의 나들이, 대학생의 첫 방문, 친구들의 오랜 수원 이야기가 만났다. 매주 수요일의 무료 관람은 일상적인 방문을 이어갈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된다.

전시 안내
○ 전시명: 2026 국제전 《패트리샤 피치니니: 킨쉽》
○ 전시기간: 2026년 7월 23일~11월 1일
○ 전시장소: 수원시립미술관 행궁 본관 2~5전시실
○ 관람시간: 10월까지 10:00~19:00, 11월 10:00~18:00
○ 휴관일: 매주 월요일(공휴일인 경우 다음 날)
○ 무료관람: 매주 수요일
○ 전시문의: 031-5191-3800
강남철님의 네임카드

수원시립미술관, 킨쉽, 수원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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