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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옷의 축원·화성의 기억·소나무의 시간… ‘수원의 향’에 담다
수원문화예술아카데미 하반기 기획전, 강남철·김순옥·정현숙 3인 참여
2026-10-20 12:47:06최종 업데이트 : 2026-10-20 01:02:37 작성자 : 시민기자 강남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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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문화원 빛누리아트홀 전시실에 펼쳐진 '수원의 향' 전시 전경 수원화성의 기억을 품은 색채, 소나무의 결에 새긴 시간, 혼례복에 담긴 축원이 한 전시실에서 만났다. 수원문화예술아카데미가 10월 6일부터 17일까지 수원문화원 빛누리아트홀 전시실에서 연 기획전 '수원의 향(香)―역사 속에 스민 수원의 숨결'이다.
2026년 하반기 기획전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에는 강남철·김순옥·정현숙 작가가 참여했다. 세 작가는 전통의 형식, 지역의 기억, 자연의 물성을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풀어냈다. 같은 전시장 안에서도 작품에 다가가는 방법은 조금씩 달랐다.
전시장 입구에는 제목과 참여 작품을 담은 안내물이 방문객을 맞았다. 안으로 들어서면 흰 벽을 따라 선명한 색채의 그림과 먹의 흔적, 자연물을 더한 작업이 이어진다. 가운데 놓인 탁자와 의자, 양쪽 벽을 따라 이어지는 작품 배치는 전시 공간의 중심축을 형성한다.
눈길을 끄는 것은 전시장 안쪽 벽에 걸린 붉은 활옷 형상의 작품이다. 양옆으로 펼쳐진 소매와 아래로 이어진 자락이 넓은 벽면에서 하나의 구조를 이룬다. 그 주변의 서로 다른 회화는 전통과 자연이라는 주제를 같은 방식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혼례복 활옷을 회화로 재해석한 강남철 작가의 작품을 관람하는 모습 강남철의 작업은 혼례 때 입던 활옷에서 출발한다. 대홍색의 넓은 면, 색동의 반복, 모란과 새 등의 길상 문양은 혼례에 담겼던 축원과 공동체의 바람을 환기한다. 옷의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화면을 읽게 하는 힘은 색과 문양의 관계에서 나온다.
작가의 작품 설명에 등장하는 '이형사신(以形寫神)'은 형상을 통해 그 안의 정신을 드러낸다는 뜻이다. 활옷의 윤곽을 따라가던 시선은 색채의 대비와 문양의 리듬으로 옮겨 간다. 전통 의복은 이 과정에서 오늘의 회화로 다시 읽힌다.
민화의 상징과 현대적 색채가 어우러진 김순옥 작가의 작품 김순옥의 작품 앞으로 이동하면 전시실의 분위기가 바뀐다. 푸른색과 분홍색, 노란색이 펼쳐진 화면에 원형의 공간과 꽃, 새, 수원화성을 떠올리게 하는 형상들이 놓여 있다. 익숙한 민화의 상징들은 밝고 자유로운 색채 속에서 새로운 관계를 맺는다.
김순옥은 자개를 활용해 화면에 빛의 변화를 더 한다. 보는 위치와 조명에 따라 반짝임이 달라지고, 둥근 화면의 안팎에 놓인 이미지도 다르게 읽힌다. 전통의 상징을 단순히 옮기는 데서 그치지 않고 현대적 색채와 구성 속에 다시 배치한 것이다.
이를 설명하는 말은 '경영위치(經營位置)'다. 형상들의 자리를 살펴 화면의 질서를 세운다는 뜻이다. 모티프의 크기와 간격, 원형의 경계, 주변 색 면을 함께 보다 보면 개별 소재보다 그것들이 놓인 관계가 더 중요하다는 점이 드러난다.
실제 솔잎과 소나무껍질을 활용한 정현숙 작가의 작품을 살펴보는 관람객 정현숙의 작품은 또 다른 감각을 불러낸다. 소나무를 그리는 데서 나아가 실제 솔잎과 소나무껍질을 화폭에 붙이고 먹의 농담과 결합했다. 가느다란 선과 거칠게 돌출된 표면이 교차하면서, 그림은 눈으로 보는 풍경이자 물성을 느끼는 장소가 된다.
정현숙의 작업을 읽는 열쇠는 '기운생동(氣韻生動)'이다. 대상을 닮게 그리는 것을 넘어 생명의 기운과 움직임을 담는다는 뜻이다. 솔잎의 방향과 껍질의 결, 그 위로 드리우는 그림자가 나무가 견뎌 온 시간을 화면 가까이 불러온다.
세 작가의 서로 다른 조형 세계가 이어지는 전시실 전경 세 작가의 작업을 나란히 마주하면 표현 방식의 차이가 선명하다. 강남철은 복식의 색과 문양에서 정신적 의미를 길어 올리고, 김순옥은 민화의 상징을 재배치해 지역의 기억과 삶의 소망을 엮는다. 정현숙은 자연의 실물을 끌어들여 시간의 질감을 남긴다.
이러한 작품들은 관람객에게도 저마다 다른 감상과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전시장에서 만난 수원시 권선구 고색동 주민 정석영 씨는 평소에도 가끔 수원문화원을 찾아 전시를 관람한다고 했다. 작품들을 둘러보던 그는 자신 역시 시와 그림을 함께 표현하는 시화(詩畫)를 그리는 작가라고 소개했다.
정 씨는 "같은 그림을 그리는 처지에서 반가웠다"라며 "작가의 노고가 보인다"고 관람 소감을 전했다. 작품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다른 작가들의 작업에 담긴 시간과 수고를 헤아린 것이다. 그의 짧은 소감에는 완성된 그림뿐 아니라 그 뒤에 놓인 창작의 과정까지 바라보는 시선이 담겨 있었다.
실제로 이번 전시에서는 작품 앞에 오래 머물수록 새로운 표현들이 눈에 들어온다. 나무껍질의 돌출된 표면, 자개의 반짝임, 활옷 문양의 세부는 바라보는 거리와 각도에 따라 다르게 다가온다. 인쇄된 이미지로는 온전히 전하기 어려운 차이도 이 전시의 감상 요소다.
'예술은 삶을 예술보다 더 흥미롭게 하는 것'이라는 전시의 문구는 이들 작업이 향하는 곳을 암시한다. 옷에 담긴 축원, 성곽을 품은 상상, 숲이 견딘 시간은 모두 삶에서 길어 올린 소재다. 세 작가의 전시는 그 기억들이 현재의 화면에서 어떻게 살아나는지 보여줬다.
전시 안내 ○ 전시명: 2026 하반기 수원문화예술아카데미 기획전 '수원의 향(香)―역사 속에 스민 수원의 숨결' ○ 기간: 2026년 10월 6일~17일 ○ 장소: 수원문화원 빛누리아트홀 전시실 ○ 참여 작가: 강남철·김순옥·정현숙 ○ 주최: 수원문화예술아카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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