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회 출품 작가들이 그림 공부에 더욱 정진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왼쪽에서 두번 째가 김순녀 강사
수원시청 본관 1층 로비가 꽃과 나무가 어우러진 작은 정원으로 변했다. 연꽃과 목련, 선인장, 석류 등 다양한 식물을 색연필로 섬세하게 표현한 그림들이 시민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전문 화가의 작품이 아니라 주민자치센터에서 그림을 배운 이웃들이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완성한 작품이다.
권선구 세류2동 주민자치회가 마련한 '보태니컬 아트 작품 전시회'가 10월 19일부터 23일까지 수원시청 본관 1층 로비에서 열린다. 전시에는 대형 작품 6점과 일반 작품 27점 등 모두 33점이 선보인다. 세류2동 주민자치센터 보태니컬 아트반 김순녀 강사와 황순금 회장, 수강생들은 전시장을 찾은 시민들에게 작품을 소개하며 식물 그림의 매력을 전했다.
보태니컬 아트는 식물의 형태와 구조, 색감 등을 세밀하게 관찰해 그림으로 표현하는 예술이다. 이번 전시 작품에는 동백과 수국, 호접란, 장미, 금낭화, 아네모네 등 친숙한 꽃부터 다양한 열매와 식물까지 폭넓은 소재가 담겼다. 큰 작품마다 꽃잎의 결, 줄기의 굴곡, 열매의 질감이 정교하게 표현돼 관람객에게 식물을 새롭게 바라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시청을 방문한 시민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김경민 수강생이 자신의 작품 연꽃 앞에 섰다.
전시회의 의미는 작품 감상에만 머물지 않는다. 주민자치센터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알리고 시민들에게 생활 가까이에서 예술을 접할 기회를 제공하는 데도 목적이 있다. 수강생들은 완성한 작품을 엽서로 제작해 지인에게 선물하기도 한다. 자신의 이름이 담긴 작품을 가족과 이웃에게 보여주고 "정말 잘 그렸네", "사진처럼 섬세하다"는 칭찬을 들으면 성취감과 자신감도 커진다.
김경민 씨는 2022년 5월부터 보태니컬 아트를 배워 온 4년 차 수강생이다. 이번 전시에는 연꽃과 아마릴리스, 석류, 대추 등을 출품했다. 두 곳의 주민센터에서 주 3회 그림을 배울 만큼 식물 그림에 푹 빠져 있다. 그는 "그림을 보고 '사진 같다', '멋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큰 보람을 느낀다"며 "그림을 그리면서 전에는 몰랐던 식물의 특징까지 알게 되니 아는 만큼 더 잘 보인다는 말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대형 작품 '선인장'을 출품한 박서영 씨에게 그림은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하루 3시간씩 두 달에 걸쳐 꽃과 줄기, 나이테 등을 세밀하게 표현했다. 작업에 몰입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고 한다. 그는 "꼭 해 보겠다고 마음먹고 도전했는데, 작품을 완성하면서 내 마음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었다"며 "예술을 통해 스스로 성숙해지는 느낌도 받았다"고 전했다.
박서영 수강생이 자신의 작품 선인장 앞에 섰다.
황순금 회장이 자신의 작품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황순금 보태니컬 아트반 회장은 동아리의 가장 큰 장점으로 함께 배우며 나누는 즐거움을 꼽았다. 그림을 잘 알지 못했던 사람들도 하나씩 익히면서 배움에 대한 열정을 키워 가고, 서로 도우며 친밀한 관계를 만들어 간다는 것이다. 그림 실력뿐 아니라 서로에게 힘이 되는 공동체의 가치도 함께 자라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이끄는 김순녀 강사는 보태니컬 아트의 매력을 '관찰과 집중, 그리고 발견의 즐거움'에서 찾는다. 단순히 색을 칠하는 활동이 아니라 식물의 구조와 특징을 이해하고, 색을 겹쳐 명암과 질감을 표현하며 자신만의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김 강사는 그림을 처음 그리는 수강생도 부담 없이 도전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라이트박스를 활용해 식물의 형태와 비례를 정확하게 스케치하도록 돕고, 직접 키우거나 촬영한 식물 사진과 수강생들이 찍어 온 사진을 작품의 소재로 활용한다. 식물을 직접 관찰하고 루페로 꽃의 구조와 세부적인 특징을 살펴보는 과정도 수업에 포함된다. 사진 촬영법부터 색을 겹쳐 칠하는 방법, 명암과 질감 표현까지 단계적으로 익히도록 한다.
수강생들은 자신의 작품을 엽서로 만들어 지인들에게 선물한다.
그에게 특히 보람 있는 순간은 그림을 통해 수강생들의 경험과 추억이 새로운 배움으로 이어질 때다. 가족 여행에서 만난 꽃, 부모님이 생전에 키우던 식물 등 작품마다 저마다의 이야기가 담긴다. 그림을 완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식물에 얽힌 기억을 서로 나누면서 배움의 깊이도 더해진다.
김 강사는 최근 수강생들과 함께 관찰한 땅콩 이야기를 인상 깊은 사례로 소개했다. 한 수강생이 밭에서 직접 캐 온 땅콩을 살펴보며 꽃이 진 뒤 씨방자루가 땅속으로 자라 들어가 열매를 맺는 독특한 생육 과정을 알아본 것이다. 땅콩이 뿌리에서 열매를 맺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 수강생도 있었다.
한 수강생은 "예전에 어머니가 땅콩꽃이 필 때쯤이면 땅콩밭에 흙을 돋아 주라고 하셨는데, 그때는 이유를 몰랐다"며 "이제 식물을 배우고 그림을 그리면서 그 까닭을 알게 되니 정말 재미있고 신기하다. 내년에는 직접 땅콩을 키워 사진도 찍어 오겠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에 나온 작품들
김 강사는 이처럼 생활 속 경험이 식물 지식과 연결되고 새로운 호기심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보태니컬 아트의 교육적 가치를 발견한다. 그림을 배우는 일이 자연을 이해하고 지난날의 추억을 되새기며 일상에 활력을 더하는 배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도 분명히 했다. "전문적으로 미술을 공부하지 않았더라도 누구나 식물 그림을 배우고 자신만의 작품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시민들이 작품을 보며 보태니컬 아트에 관심을 갖고, 직접 배워 보고 싶다는 마음을 얻으셨으면 합니다." 앞으로는 기초부터 심화 과정까지 체계적인 교육을 이어 가고 작품 발표 기회도 넓혀 수강생들이 성장의 기쁨을 나눌 수 있도록 돕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전시회는 식물 그림 33점을 선보이는 자리이면서, 주민들이 함께 배우고 서로를 격려하며 일상 속 예술을 가꿔 온 과정의 결실이기도 하다. 시청을 찾은 시민들이 작품 속 꽃과 열매를 천천히 들여다본다면 평소 무심히 지나쳤던 식물의 아름다움은 물론, 배움으로 삶을 풍성하게 가꾸는 이웃들의 이야기도 함께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