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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걷고 인권을 마주하다
해설사와 함께한 수원여성담길 탐방…역사 속 여성의 삶에서 성평등과 인권을 배우다
2026-10-23 18:01:37최종 업데이트 : 2026-10-23 18:01:35 작성자 : 시민기자   허지운

여성길 탐방 단체사진

해설사와 함께하는 여성길 현장탐방에 참여한 수원시 여성친화도시 조성 모니터단 성평등 책읽기 모임 '청개구리 거꾸로 읽기' 단원들의 단체사진 (수원시여성문화공간휴센터 제공)


익숙한 거리와 골목에도 여성들의 삶과 역사가 남아 있다. 여성의 시선으로 지역을 다시 바라보면 잊혔던 인물과 사건이 드러나고, 과거의 이야기는 오늘날 성평등과 인권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10월 22일 오전, 수원시 여성친화도시 조성 모니터단의 성평등 책읽기 모임 '청개구리 거꾸로 읽기' 단원들은 수원시여성문화공간-휴(休)가 진행한 여성길 현장탐방에 참여했다. 해설사와 함께 경기여성역사탐방로인 '수원여성담길'을 걸으며 여성 인물과 역사적 장소를 살펴보고, 수원여성인권돋움에서 여성 인권 관련 전시를 관람했다.

이번 탐방에서는 수원 여성 독립운동의 역사부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기억, 성매매 피해 여성들의 인권과 자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만났다. 참가자들은 역사적 장소와 인권 현장의 기록을 따라가며 여성들의 삶이 오늘날의 성평등과 인권 문제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살펴봤다.


용담 안점순 기억의 방

수원시가족여성회관 내 문화관 1층에 마련된 '용담 안점순 기억의 방'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매산로 119)

 

탐방은 수원가족여성회관 내 문화관 1층에 마련된 '용담 안점순 기억의 방'에서 시작됐다. 해설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인 안점순 할머니의 삶과 증언이 지닌 의미를 다뤘다. 피해자의 증언은 과거의 폭력을 기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사회가 어떤 책임을 다해야 하는지 묻는다. 피해자의 경험을 존중하고 편견이나 책임 전가 없이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일이 중요하다는 점도 되새겼다.


용담 안점순 기억의 방 해설로 시작

여성길 탐방은 '용담 안점순 기억의 방' 전시 해설로 시작됐다

기억의 방 내부 모습

'용담 안점순 기억의 방' 내부 전시 모습 - 안점순 할머니의 증언, 평화의 소녀상, 피해 할머니들의 이름과 당시 나이가 기록된 김서경 작가의 작품, 할머니의 생애를 기억할 수 있는 다양한 전시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수원여성담길은 경기도여성비전센터가 조성한 '경기여성역사탐방로' 중 하나로, 역사 속 여성들의 삶과 활동을 지역의 장소와 연결해 소개하는 역사문화 탐방로다. 여성 독립운동가를 비롯해 교육·의료·종교·문화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통해 지역의 역사를 새로운 시선으로 돌아보게 한다.

 

수원여성담길 안내도

수원여성담길 안내도 - 수원여성담길은 경기도여성비전센터가 조성한 '경기여성역사탐방로' 중 하나다


이 길에서 만난 대표적인 인물은 1919년 3월 29일 수원기생조합의 만세 시위를 주도한 독립운동가 김향화다. 김향화는 동료 기생 30여 명과 함께 당시 수원군 자혜의원 앞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독립 만세를 외쳤다. 사회적 편견과 제약 속에서도 독립운동에 나선 여성들의 용기와 주체성을 보여주는 역사다.

 

수원여성담길 해설

수원여성담길을 따라 걸으며 독립운동가 이선경·이현경 자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대한성공회 수원교회 앞)

 

독립운동가 이선경·이현경 자매의 활동도 소개됐다. 수원 산루리 출신인 이선경은 3·1운동에 참여한 뒤 학생 비밀결사 조직인 '구국민단'에서 활동했다. 언니 이현경 역시 일본 유학 중 만세운동에 참여했으며, 귀국 후에는 언론과 여성단체 활동을 통해 민족운동과 여성의 권리 신장에 힘썼다.

 

참가자들은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익숙했던 공간에 담긴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 역사 속에서 충분히 조명받지 못했던 여성들의 역할을 돌아봤다. 여성들의 활동을 따라가는 과정은 지역의 역사를 새롭게 이해하고, 당시 여성들이 마주했던 사회적 제약과 그 속에서도 이어간 주체적인 삶을 살펴보는 시간이 됐다.

 

이어 방문한 수원여성인권돋움에서는 성매매 집결지에서 여성들이 겪은 인권 침해와 성매수자의 책임을 보여주는 기록, 성매매에서 벗어난 이후의 삶을 그린 여성들의 그림 등을 관람했다. 전시는 성매매 문제를 여성 개인의 선택이나 책임으로만 바라볼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줬다. 여성들이 처한 환경과 사회적 편견을 함께 살펴보고, 피해 경험을 넘어 자신의 삶과 미래를 스스로 선택할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전했다.


수원여성인권돋움 전시 모습

사단법인 수원여성인권돋움에서는 'Error 404 이 페이지를 찾을 수 없습니다. 성매매의 현장의 기록을 중심으로' 전시가 진행중이다

전시 관람 모습

참여자들이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수원여성담길에서 만난 독립운동가들의 삶과 수원여성인권돋움에서 마주한 인권의 기록은 여성들이 겪어온 차별과 폭력을 돌아보게 했다. 한 참가자는 해설을 들으며 가족이 겪었던 과거의 일이 떠올랐다고 전했다. 역사적 사건이 단순히 지나간 이야기가 아니라 개인의 기억과 삶에 맞닿아 있음을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서로의 경험에 귀 기울이는 일은 타인을 이해하고 인권의 의미를 되새기는 출발점이 된다.

 

여성의 권리와 사회적 인식은 피해자의 증언과 여성단체의 활동, 시민들의 연대와 제도적 변화가 쌓이며 발전해 왔다. 이러한 변화가 지속되려면 여성의 삶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존중하고, 차별과 폭력에 무관심하지 않은 시민의 참여가 이어져야 한다.

 

이번 여성길 탐방은 여성친화도시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도 됐다. 여성친화도시는 누구나 안전하게 이동하며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사회에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도시다. 지역의 역사를 기억하고 서로의 경험을 존중하며 차별과 폭력에 함께 대응하는 시민의 실천은 더 평등하고 안전한 도시를 만드는 밑거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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