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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의 기억을 품은 집, 후소를 돌보는 손길
1층 영화 기획전과 2층 오주석 서재… 조성우 학예연구사의 현장 이야기
2026-10-26 09:26:25최종 업데이트 : 2026-10-25 23:50:04 작성자 : 시민기자   강남철
소나무와 잔디 정원이 어우러진 열린문화공간 후소 전경. 주택을 문화공간으로 조성해 시민에게 개방하고 있다.

소나무와 잔디 정원이 어우러진 열린문화공간 후소 전경. 주택을 문화공간으로 조성해 시민에게 개방하고 있다.

수원 행궁로에 자리한 열린문화공간 후소에 들어섰다. 잔디밭과 오래된 소나무 너머로 낮은 건물이 보였다. 밖에서는 주택처럼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수원을 담은 영화와 옛 극장의 기록, 한 미술사학자의 서재를 차례로 만날 수 있다.

조성우 학예연구사가 후소 1층에서 관람객들에게 수원과 관련된 영화와 역사적 인물을 설명하고 있다.

조성우 학예연구사가 후소 1층에서 관람객들에게 수원과 관련된 영화와 역사적 인물을 설명하고 있다.

1층 전시실에는 조성우 학예연구사의 설명을 듣는 관람객들이 모여 있었다. 그가 벽면 자료를 가리키자, 사람들의 시선이 사진과 설명문으로 옮겨갔다. 관람객들은 해설을 듣다가 자료에 가까이 다가가 사진 속 장면을 자세히 살펴보기도 했다.

조 학예연구사는 벽면 설명문을 그대로 읽지 않고, 수원과 영화의 관계를 이야기하듯 풀어냈다. 역사적 배경을 짚는 동안 수원 출신 영화감독에 관한 이야기도 짧게 곁들였다. 관람객은 그의 설명을 들으며 자료를 다시 살폈다.

1층에서는 테마전 《수원의 영화, 수원의 극장》이 열리고 있다. 올해 5월에 시작해 2027년 3월까지 이어지는 이 전시는 수원과 관계된 영화 열 편과 지역 극장의 역사를 다룬다. 작품 목록 옆에 도시의 옛 모습이 담긴 사진을 배치한 점이 눈에 띄었다.

한쪽 벽에는 정조가 등장하는 영화 자료가 놓였다. 이어 김향화와 나혜석을 다룬 설명문이 나온다. 왕의 삶과 일제강점기 두 여성의 이야기가 영화에 어떻게 담겼는지를 비교할 수 있다. 같은 수원과 관계된 인물들이지만 작품이 바라보는 방향은 서로 다르다.

《수업료》와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처럼 수원을 담은 작품도 소개된다. 영화 속 장소가 지금은 어떻게 바뀌었을지 떠올리며 자료를 읽는 재미가 있다. 수원 시민에게는 화면에 등장한 거리와 자신의 기억을 겹쳐 볼 기회이기도 하다.

후소 1층 기획전시실에 마련된 영화 관련 서적과 기록자료 전시 공간. 나무 서가와 유리 진열대에 다양한 자료가 소개돼 있다.

후소 1층 기획전시실에 마련된 영화 관련 서적과 기록자료 전시 공간. 나무 서가와 유리 진열대에 다양한 자료가 소개돼 있다.

수원극장과 중앙극장 등 옛 극장의 사진도 있다. 영화 관람을 위해 사람들이 모여들던 건물들은 이제 사진으로 만날 수 있다. 한쪽 서가에는 영화 관련 책과 자료가 놓여 있어 옛 극장 사진과 나란히 살펴볼 수 있다. 당시의 영화 문화를 짐작하게 하는 자료들이다.

열린문화공간 후소 2층에 조성된 미술사학자 오주석의 서재. 책장과 연구 관련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열린문화공간 후소 2층에 조성된 미술사학자 오주석의 서재. 책장과 연구 관련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1층을 돌아보고 계단을 오르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2층은 수원 출신 미술사학자 오주석의 서재를 꾸민 상설 전시 공간이다. 영화와 극장을 소개하던 아래층과 달리 책장과 책상, 오래된 컴퓨터가 중심을 이룬다. 누군가 잠시 자리를 비운 연구실 같은 모습이었다.

책장에는 미술사 도록과 연구 서적이 빼곡했다. 창가에는 컴퓨터와 사무용 책상이 있고, 다른 책상에는 펼쳐 둔 책과 자료가 놓였다. 책의 제목과 표지, 사용하던 물건들을 살펴보면 그가 어떤 주제를 연구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오주석의 서재에 전시된 서적과 자료, 컴퓨터 등 연구 관련 물품. 한 미술사학자의 학문적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오주석의 서재에 전시된 서적과 자료, 컴퓨터 등 연구 관련 물품. 한 미술사학자의 학문적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오주석은 김홍도와 조선 회화를 연구하며 옛 그림의 가치를 알렸다.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과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이 대표적인 저서다. 2016년 그의 유품과 미술사 연구 자료가 수원시에 기증됐고, 이를 바탕으로 후소에 서재가 마련됐다.

서재에서는 벽면 설명보다 책과 물건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연구에 사용했던 자료와 작업 환경을 함께 보여주기 때문이다. 1층이 여러 사람이 극장에 모이던 시절을 다룬다면, 2층은 한 사람이 책과 그림 앞에서 보낸 시간을 전한다.

조성우 학예연구사가 후소 1층 지붕에 올라 배수로에 쌓인 낙엽과 오물을 직접 치우고 있다. 전시 해설뿐 아니라 건물 관리에도 세심한 손길을 기울이고 있다.

조성우 학예연구사가 후소 1층 지붕에 올라 배수로에 쌓인 낙엽과 오물을 직접 치우고 있다. 전시 해설뿐 아니라 건물 관리에도 세심한 손길을 기울이고 있다.

조 학예연구사의 며칠전 모습이다. 이번에는 관람객 앞이 아닌 1층 지붕 위다. 배수로에 쌓인 낙엽과 오물을 직접 치우기 위해 몸을 낮추고 있다. 전시 해설과는 전혀 다른 일이지만 후소를 관리하는 현장의 한 장면이다.

방문객이 보는 것은 정돈된 전시실과 마당이지만 그 상태를 유지하려면 손볼 곳이 적지 않다. 낙엽이 쌓이는 계절에는 배수로도 살펴야 한다. 조 학예연구사가 지붕을 살피는 사진은 전시를 설명하는 일 못지않게 보이지 않는 관리 업무도 중요함을 보여준다.

후소는 원래 개인 주택이었다. 수원시가 매입해 고쳐 꾸몄고, 2018년 9월 시민에게 문을 열었다. 주택의 구조를 살린 채 1층을 전시 공간으로, 2층을 서재와 자료실로 활용하고 있다. 정원과 나무 책장이 어우러져 일반 전시관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한 번의 방문으로 서로 다른 두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 후소의 매력이다. 1층에서는 수원 영화와 극장의 기록을 보고, 2층에서는 옛 그림을 연구한 오주석의 흔적을 살필 수 있다. 행궁로를 걷는 시민이라면 잠시 들러볼 만한 공간이다.

《수원의 영화, 수원의 극장》 열린문화공간 후소 테마전시
기간: 2026. 5. 14.(목) ~ 2027. 3. 28.(일)
장소: 열린문화공간 후소 1층 전시실
관람시간: 09:00~18:00(입장 마감 17:00)
휴관: 매주 월요일, 법정 공휴일
관람료: 무료(예약 없이 자유 관람)
전시 해설·교육: 매주 토·일요일 오후 2시 《후소와 함께》 운영, 평일 사전 전화 예약 시 맞춤형 교육 가능
문의: 031-5191-3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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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전시, 열린문화공간 후소, 조성우 학예사, 수원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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