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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빠가 되려면 권위 대신 공감을 먼저
2012-07-07 16:24:19최종 업데이트 : 2012-07-07 16:24:19 작성자 : 시민기자   오선진
"너희들, 이번 주말에 약속 잡지마. 가족 모두 여행 가자!"
"어디로요?"(중1 딸)
"제부도나 대이작도(인천쪽에 있는 예쁜 섬)로 갈거야"
"미리 말하지 않았으면서 왜 아빠 맘대로야? 친구랑 약속 있는데"(중3 아들) 
"그거야 아빠가 말할 시간이 없었으니까 그랬지. 그리고 그런거 일일이 말하고 너희들 결재 받아야 하는거니?"
"가서 언제 올거야? 나는 일요일날 친구들하고 놀러 가기로 했단 말야"
"1박2일이야. 토요일날 갔다가 일요일날 오는거지"
"동생들 안가면 나도 안가." (고2 아들)

'나를 따르라'는 말이 더 이상 안 먹힌다. 아빠가 깜짝 선물로 준비한 가족 여행이 아이들에게는 부담스러운 숙제 같다. 
형사가 취조실에서 범인 추궁하듯 처음부터 꼬치꼬치 따지며 요것조것 트집이다. 그런 아이들에게 은근히 서운하다. '내가 뭘 잘못했나' 는 생각 끝에 은근히 부화가 치민다. 제 애비의 마음을 그렇게 몰라주다니.

설사 제녀석들이 바쁘고 약속이 있다 한들, 하루하루 피말리는 전쟁터 같은 생존경쟁에서 처자식 먹여 살리기 위해 애쓰는 제 애비가 하루쯤 짬을 내어 가족들과 함께 쉬고 싶어 그러는건데 그조차도 몰라줘? 나쁜 놈들...
아이들에 대한 감정이 커지자 결국 내뱉은 말.
"관둬, 관둬. 관둬라 야.! 그 대신 늬덜 용돈은 없어. 앞으로 엄마더러 달라고 해"
마지막 히든 카드로 아이들을 협박(?) 한다.
 "아빠는 맨날 맘에 안들면 용돈 가지고 저러신다. 치이~"
둘째 아들놈이 입을 삐쭉 내밀자 막내 딸도 눈을 크게 뜬다. 아이들이 여행과 용돈이 무슨 관계가 있는지 의아해 할 정도로 약간 뜬금 없는 협박을 한 나를 옆에 두고 아내는 안쓰러운 마음에 중재하고 설득하느라 바쁘다. 

아버지가 호루라기를 불면 아이들이 운동화끈을 고쳐매고 뛰쳐 나갈 태세를 하던 예전과 비교하면 정말 많이 달라졌다. 그때 생각만 하면 정말 화날 만도 하다. 엄마에게는 반말을 해도 아버지에게는 존댓말을 했던 예전과 비교하면 정말이지 많이 달라졌으니까.

하지만 바뀐 걸 어떡하랴. 옳다 그르다를 말하기 이전에 행복하려면 아이들에게 맞추어야 하는 시절이니. 
30년 전만 해도 부모와 자식이 따로 떨어져 산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는데 앞으로 30년 후엔 부모와 자식이 같이 산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는 세상이 올지 모른다.

꼭 아빠의 권위가 중요한건 아니지만 그래도 가장 본연의 우직한 기둥같은 느낌마저 사라지는 듯한 이 기분이 살짝 우울하게 만든다.
어쩌면 과거에 우리 아버지세대의 확고한 권위를 보고 자란 탓에 더더욱 그런것 같다. '그때 아버지는 정말 권위 그 자체셨는데...' 라면서.

그러나 이젠 귄위를 뺏긴 것이 아니라 마음을 나눈 것이라고 생각하자. 엄마에게만 드러내던 진심을 이제 아빠에게도 내비치는 것이다. 

좋은 아빠가 되려면 권위 대신 공감을 먼저_1
좋은 아빠가 되려면 권위 대신 공감을 먼저_1

오래전에 가수 전인권씨가 한 방송에서 했던 말이 있었다.
"같은 공간에서 두개의 언어를 배웠다. 하나는 아버지를 대할 때 사용하는 존댓말이었고, 다른 하나는 어머니를 대할 때 쓰는 반말이었다. 하나는 공식적 언어였고 하나는 비공식적인 말이었다. 하나가 문자라면 하나는 입말이었다. (중략) 어머니의 공간에선 내 마음의 진실에 더욱 가깝고 내 느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었지만 아버지가 나타나면 일순간 거둬 들여야 했다"고.

그이의 말이 맞는것 같다. 
아이들이 제 엄마에게 했던 말, 즉 이젠 아빠에게도 진실에 가깝게 다가설 수 있도록 한거라고 생각하자. 이제는 내가 보고 배우고 자란 과거 아버지 세대의 권위가 아니라, 아이들의 이야기에 먼저 귀기울여 주고 공감해 주고 발 맞춰주는게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한 첫걸음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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