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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이름만큼 마음도 행동도 착하고 바르길
2012-08-21 12:34:14최종 업데이트 : 2012-08-21 12:34:14 작성자 : 시민기자   오선진

거래처 회사에 갔다가 우연히 근 이십년만에 반가운 친구를 만났다. 앞으로 연락이라도 자주 하자는 말과 함께 전화번호를 들고 왔다.
엊그제, 시간이 좀 나길래 친구의 안부가 궁금해 집에 전화를 걸었더니 여자 아이가 받는다. 목소리도 참 예쁘길래 "너, 이름 뭐니?"하고 묻자 "난희예요"라 한다.
"난희? 이름도 예쁘네. 너 언니도 있지? 언니는 이름이 뭐야?"라고 다시 묻자 "난희가 아니구요, 나니예요. 나니! 언니는 하늬구요"라 말한다. 똑 부러지는 아이의 설명에 감탄이 나온다. 똑똑한 제 아빠를 닮아서 아이들도 영특하다.

친구가 전화를 받았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아이들 이름이 무척 예쁘네"하자 "요즘 이름들 다 그렇게 짓잖아"라며 우리 아이들 이름도 묻는다. 우리 아이들은 할아버지가 지어주셔서 돌림자를 딴 탓에 친구네 아이들처럼 예쁘지는 않다고 했더니 요즘 누가 돌림자 따냐고 되묻는다. 
그러나 아버지의 엄명인데 거역할수 없잖은가. 그래서 우리 아이들 이름은 약간 투박할 정도로 예쁘지는 않다.

 

예쁜 이름만큼 마음도 행동도 착하고 바르길_1
예쁜 이름만큼 마음도 행동도 착하고 바르길_1

친구와 한동안 이야기를 하다가 끊은 뒤 아이들 이름이 예쁜만큼 마음과 행동도 예쁘고 착하게 자라기를 바라몀서 우리네 이름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보았다.
예전에 인기가 있었던 '영자의 전성시대'와 '별들의 고향'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말 그대로 영자가 나오는 영자의 전성시대였고 별들의 고향에서는 경아라는 이름이 나온다. 

경아는 그래도 영자보다는 무척 세련된 이름이었는데 지금 나이가 40대 이상인 여성들중에는 이렇게 영자는 물론이고 경자, 금자, 순자, 미자, 숙자, 심지어 말자 등 '자(子)'로 끝나는 이름이 무척 많았다.
그 이유는 일제 강점기에 악랄한 일본인들이 우리 이름을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후 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자'는 순(順), 숙(淑), 희(姬), 이런 식으로 많이 바뀌어 미순, 효순, 금순 에다가 미숙, 효숙, 금숙, 양숙, 정숙 등이 나오고 미희, 순희, 주희, 금희, 난희 등이 여자이름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때 초중고의 앨범을 펼쳐 보노라면 영자, 순자, 수자, 명자, 춘자, 문자, 윤자, 경자 등과 이들 '자'자 돌림 대신에 '순·숙·희'를 대입하면 졸업생의 거의 대부분의 이름을 다 열거할수 있을 정도였다.

그 와중에 남자가 귀한 집에서는 이름이 유난했다. 
즉 남아선호 사상이 여자들의 이름을 통해서 드러난 것이다. 아들이 없이 계속해서 딸이 태어날 경우 필남(必男-반드시 아들을 낳자)이라던가 혹은 후남(後男-다음에는 아들을 낳자) 아니면 필녀·필순(畢女·畢順-딸은 이제 끝내자) 같은 이름들이다. 
얼마나 아들이 낳고 싶었으면 그랬을까 싶어 이런 이름을 들을때마다 살짝 웃음도 나온다.

가까이 사는 처남은 집안에서 막내이기에 그 아이들의 이름을 짓는데 돌림자를 써야 하거나 하는 제약이 없어서 이름을 나름대로 상당히 예쁘게 지었다.
딸 둘의 이름이 '아름'과 '다운'이니 이름이 그 정도면 무척 예쁜 축에 든다. 사실 이름을 그렇게 지을수 있어서 부럽기까지 했다.  9월말 추석을 앞두고 다다음주쯤에는 고향으로 내려가 조상님의 머리를 다듬어 드려야 한다.

벌초때마다 온 가족이 모이는 것도 집안에서는 나름 큰 일이고 행사가 되었다. 벌초를 하면서 할아버지 할머니의 합장묘를 보면 할머니 무덤 앞에는 묘비명에 '배전주이씨지묘(配全州李氏之墓)'라고 되어 있다.  즉 "바로 옆에 누워 있는 아무개의 배우자로서, 친정의 본관이 전주 이씨"라는 사실 밖에는 없는 것이다. 이는 오래전부터 우리나라 여성들은 제대로 된 이름을 갖지 못했던 것을 증명한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닌데도 여전히 묘비에는 여성 본인의 이름을 쓰지 않은채 "아무개의 배우자로써"라는 의미의 글귀를 새겨 넣고 있으니 이런 문화도 이제는 바뀌어야 할때가 아닌가 싶다.

요즘은 이름이 세련됨을 넘어 은은하고 기품 있고 부드러우면서 잔잔한 이미지를 주는 이름들이 많다.
주변의 아이들을 보자면 서연, 민서, 예은, 수빈, 윤서 등등. 거기에 약간 영어식 이름을 곁들여 수지, 리나, 세라, 세리, 세나 같은 이름까지. 
어쨌거나 예쁜 이름을 가진 아이들이, 마음도 행동도 항상 예쁘고 착하게 잘 자라서 이 나라의 훌륭한 재목이 되고 사회를 이끌어갈 우수한 인재로 커줬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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