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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당장 벌어진 일을 즐기며 살자
2012-12-27 12:16:44최종 업데이트 : 2012-12-27 12:16:44 작성자 : 시민기자   정진혁

최근에 회사에서 하던 업무가 바뀌어서 내가 맡은 분야는 계약과 마케팅 전략 파트다. 그래서 2013년 새해 업무 계획을 짜느라 근 한달간 머리에 쥐가 날 정도였다. 
개별적으로 볼수 있도록 수십페이지짜리 엑셀 차트를 만들고, 그걸 토대로 다시 PPT용 파워포인트 작업을 다시 하느라 여간 힘든게 아니었다.

 

오늘 당장 벌어진 일을 즐기며 살자_1
오늘 당장 벌어진 일을 즐기며 살자_1

지난주말쯤 최종 점검을 한 뒤 마지막 수정이 끝나 이번주 초에 최종안으로 확정이 되었다. 이제는 새해에 관련부서 담당자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만 하면 된다.
이 일을 시작할때만 해도 준비할게 너무 많아서 여간 걱정스러운게 아니라 잠도 잘 안 올 정도였다. 특히나 회사 고위 간부들은 물론이고 수많은 사원들이 즐비하게 앉아 있는 가운데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것도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기에 더욱 그랬다.

직장인들이 업무 부담 때문에 머리 빠진다는 말이 정말 거짓이 아니라는걸 절감하고 있었다.
그러던중 비슷한 업무를 하는 다른 직원과 정보교류도 할겸 업무 협조도 구할겸 함께 점심식사를 하게 되었다.
이 직원도 최근 며칠간 나와 똑같은 일을 하느라 신경을 써서 그랬는지 얼굴이 약간 핼쓱해진 모습이었다.
식사를 하면서 요즘 맡은 일의 준비는 잘 돼가는지, 언제쯤 최종안이 떨어지는지, 혹시 막히는 부분은 없는지 이것저것 물으면서 이야기를 해볼 작정이었다.

그런데 대화 도중 이 직원의 말에는 하나도 힘들어 하는 기색이 나타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까이꺼'하는 느낌을 받았다. 
동병상련이라 했다. 나는 같은 일을 하는 사람으로써 일의 어려움과 고충을 좀 나누면서 하소연도 하고 푸념좀 해보려고 만난건데 이 직원은 전혀 딴판이었다. 밤새껏 일을 해도 즐겁고 어려운 부분이야 여기저기 물어서 해결하면 되는 것이기에 어느 한구석 막힘이 있는것도 아니라 했다. 

얼굴이 약간 해쓱해진것도 일에 대한 고민과 부담때문이 아니라 일을 즐기며 하다 보니 밤을 낮삼아 하게 되고 그런 피로가 약간 누적됐을뿐이라 했다.
이 직원은 일을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그가 부러웠다.
그와 식사를 마친 뒤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았다. 그와 나의 차이가 무엇인지. 
업무능력이나 실력이나 회사내 위치나 어느 한군데 내가 특별히 차이가 나게 뒤지지는 않는 위치였다. 

하지만 같은 종류의 일을 하면서 그 일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적잖은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흔하게 쓰는 말로 '피할수 없다면 즐겨라' 라는 말이 있는데 이 직원은 그 '원리'를 철저히 따르는 스타일, 뭐 그런거였다. 은근히 그런 성격이 부럽기까지 했다.

전에 보았던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한 명문 고등학교에 부임한 키팅(로빈 윌리암스)선생은 학생들에게 '까르뻬 디엠'이라는 말을 기회 있을 때 마다 외쳐댄다.
라틴어인 이 말을 우리말로 옮기면 '매 순간에 충실하라' 또는 '현실을 즐겨라'라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한다. 
엄격한 학교 규율에 얽매여 있던 학생들은 시나 연극활동 등을 통해 자유분방하게 자신의 젊음을 발산하게 되었다.
영화에서는 이 같은 키팅 선생의 의도는 규격화된 학교의 방침이나 공부만을 요구하는 학부모들과 충돌하며 무산됐지만 규격화 된 생활과 하루하루 똑같은 일의 반복속에서 학생들은 자유를 느꼈다. 

오늘을 즐긴다는 것은 먹고, 마시고 놀자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로 오늘에 충실하자라는 뜻이다. 
오늘을 즐기는 것, 다시 말해 오늘에 충실한 것만큼 우리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없다. 그래서서일까.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당할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당할 수 없다고 한다.
어제는 이미 흘러간 역사이고, 내일은 알 수 없는 미스테리이며, 오늘만이 축복을 받은 선물이라는 말이 있다. 

과거는 그리워도 이미 추억이며 내일은 불확실하고 즐길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오늘 뿐이라는 뜻이다. 내일의 꿈과 희망이 인생의 절대 목표이긴 하나 내일을 위해 현실을 유보하거나 숫제 희생시키는 것은 바보짓인 것 같다.

전자제품을 구입할 때 흔히 겪는 현상 중 하나는 좀 더 성능이 나은 제품이 나올 때까지 구입을 미루는 일이다. 내일 벌어질 일을 미리 예단해서 내리는 결정이다. 
하지만 "몇 달 있으면 새 제품이 나온다는데" 하며 구입을 자꾸 미루다간 죽을 때까지 구입을 할 수 없다. 따라서 내일 새 제품이 나온다 해도 오늘 필요하면 당장 구입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며 그게 인생을 즐기는 것이다.

그래, 내일 일은 내일 닥치고 보자.  희망의 무지개는 신기루처럼 잡으려하면 저만치 도망가고 만다. 오늘은 내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오늘일 뿐이다. 매 순간 주어진 삶에 충실하다 보면 내일도 희망차게 나를 맞이하지 않을까. 
내일 일을 미리 걱정하기 보다 오늘 당장 벌어진 일을 즐기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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