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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이 통하는 사회
잘못을 깔끔하게 인정할줄 아는 승복의 자세
2013-01-17 15:14:42최종 업데이트 : 2013-01-17 15:14:42 작성자 : 시민기자   정진혁

출장중에 전화가 왔다. 아내였다. 무척 다급한 소리로 숨이 넘어갈듯 했다. 나도 순간 덩달아 긴장이 됐다.
"왜? 왜 그러는데? 무슨 일이야?"
"저기 말이지. 차가..."
"차가? 차가 왜? 어디 다친거야?"
차 이야기를 꺼내는 아내의 말에서 불길한 느낌이 확 다가왔다. 
"아니, 다치진 않았는데 후진을 하다가 그만 주차장 기둥 모서리에 긁혀 버렸어. 조수석 문짝이 움푹 들어갔단 말야"

휴~우. 일단 안심.
그러나 화가 났다. 그런 일이라면 그냥 마음 가라 앉히고 조용히 해도 될 말인 것을, 출장중인 남편에게 숨을 헐떡이며 전화를 걸면 어쩌나. 참 내... 십년 감수했다.
사람 다친게 아니니 다행이다 싶어 아내더러 카센타에 가서 판금을 맡기라 일렀다. 판금 도장을 맡기면 움푹 들어간 부분에는 다른 물질로 채운 뒤 페인팅을 하고 나서 열처리를 해주기 때문에 감쪽같이 해결할수 있다. 

이 과정을 카센터에서는 '빠다 바른다'고 하는데 그 '빠다'가 뭔지는 정확히 모르나 막연한 추측으로는 버터처럼 생긴 물질을 발라 움푹 패인 부분을 겉모양과 똑같이 두툼하게 채운 뒤 굳게 하고, 그 부분에 페인팅을 하고 다시 열처리를 하는 과정인듯 하다. 그래서 '빠다' 바른다고 하는듯.
예전의 경험으로 봐서는 찌그러진 부위가 얼마나 크느냐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을수 있겠으나 대략 10만원 안팎이면 충분한 일이라 생각했다.

아내더러 판금을 맡기라고 이른 후 5일간의 출장을 마친 뒤 집으로 가서 차를 보니 말끔히 수리를 해 놓았다.
수리는 잘 된 것 같다며 비용은 얼마나 들었냐고 물었더니 25만원이나 줬다는게 아닌가. 놀랐다. 혹시나 싶어 어떻게 찌그러졌는지 구체적으로 짚어보라고 해서 확인해 본 결과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둔게 있었다. 가로세로 4cm와 12cm정도의 크기였다. 움푹 들어간 크기는 약 7mm~1cm정도나 될까. 살짝 들어갔다는 것이다.
그정도면 상식적으로 볼때 겨우 10만원이면 충분할텐데 25만원이나 줬다는 말에 도무지 납득이 안갔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_1
상식이 통하는 사회_1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 대전에서 카센타를 하는 친구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한뒤 의견을 구하자 이 친구 역시 피식 웃으면서 "그 카센타가 조금..."이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친구에게 해 주는 조언이기는 해도 다른 카센타도 알고 보면 이 친구에게는 동업자이니 바가지 푹 씌웠다고 말하기는 곤란한 듯 했다.

대충 말귀를 알아 들은후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묻자 차 수리 후에는 카센타에서 수리내역서를 주었을테니 그걸 보고 확인해서 정말 비싸게 받은것 같으면 조금 돌려 달라고 말해보라는 것이었다.
알았다며 아내더러 혹시 수리후 내역서 같은거 받은거 있냐 했더니 그런거 안받았다고 한다. 이번에는 인터넷을 뒤져보니 카센타에서 수리를 하고 난 뒤에는 공임을 받은 내역과 수리된 부분 등을 상세하게 기록한 견적서를 제공하는게 의무화 돼있다고 나와 있었다.
역시 아줌마가 갔으니 그런 규정조차도 지키지 않은 것이었다. 

다음날 카센타에 가서 전후좌우를 죄다 설명하면서 이건 좀 심한거 아니냐고 하자 사장님이 직접 나와서 그렇게 공임비가 나온줄 몰랐다며 사과를 했다.
너무 쉽게 일처리가 되는것 같아 의아했는데 직원이 중간에서 좀 욕심을 부린것 같았고 사장님은 나에게서 이의 제기를 받고서야 그 사실을 안것 같았다.

사장님은 수리 내역을 상세하게 설명한 뒤 공임이 12만원 정도가 적절하다며 13만원을 돌려주는게 아닌가.
그 정도면 되겠다 싶어 나도 수긍을 하고 돈을 받아 돌아왔다. 
처음에 카센타에 갈때는 일전불사를 단단히 각오했고, 만약 안되면 소비자보호원에 고발까지 할 생각이었는데 의외로 사장님이 상식선에서 일처리를 해줬다. 자기네 잘못도 시인하면서 미안하다고 사과도 했다.   
큰 소리 나지 않고 해결 된 것이 다행이었다. 사실 그쪽에서 수리비 내역이 맞다고 박박 우길 경우 정말 한판 싸워야 하니 그것도 피곤한 일이고, 또한 소비자 보호원에 고발하는 것도 그 절차나 시간이 만만한게 아니라 무척 번거로운 일이었다.

카센타를 돌아 나오면서 상식이라는 것을 생각해 봤다.
누구나 실수할수 있고 잘못도 할수 있다. 물론 잘못이 고의일수도 있다.
하지만 고의든 실수든 즉시 잘못을 인정하고 수정하는것이 바로 상식이 통하는 세상 아닐까 싶다. 그런 면에서 수리비를 바가지 씌워 받은건 상식에서 벗어난 일이지만, 직원의 실수를 곧바로 인정하고 수리비 일부를 돌려준 카센타 사장님은 상식이 통하는 분이다.

살다 보면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가는 경우를 종종 당한다. 이때 상식으로 통하도록 마음을 열면 다행이지만 정말 상식이 통하지 않는 경우도 많이 겪는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항상 상식이 통하는 사회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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