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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세계에 어른들은 끼지 말자
2013-01-19 18:40:00최종 업데이트 : 2013-01-19 18:40:00 작성자 : 시민기자   박나영

"야, 이건 이렇게 하는거야."
"너는 저거 움직이면 반칙이야"
"이 블록은 요만큼만 옮겨야 돼"
동생네 부부가 제주도 출장을 간다기에 한 이틀 내가 좀 돌보게 되었다. 우리 아이들은 방학이면서 남편이 좀 보면 되기에 지난주 토요일과 일요일 내가 동생네 집에 가서 잠 자면서 이틀간 조카 아이들을 데리고 있게 됐다. 
조카들은 여섯 살, 일곱 살 연년생이었다. 

아이들의 세계에 어른들은 끼지 말자_1
아이들의 세계에 어른들은 끼지 말자_1

토요일 오후, 일곱 살짜리 조카의 친구 둘이 놀러왔다. 4명의 아이들은 조카 방에서 레고를 가지고 블록을 쌓고 집도 지으면서 놀았다.
아이들에게 주기 위해 과일을 깎아 들고 방으로 갔다. 우리 아이들 어릴때 생각이 나서 이녀석들이 어찌 노는지 지켜 보는데 놀러 온 한 아이가 그 무리 속에서 마치 어른처럼 행동하며 아이들을 통제하듯 말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 아이가 리더쉽이 있어 보이기는 했다. 
꽤 어른스럽게 "이렇게 해야 하는 거야, 이건 하면 안되는거야"라는 식으로 어른들로 치자면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아이들을 이끌어 나갔다.
하지만 가만히 서서 지켜보았더니 그건 아닌것 같았다. 결국 그 아이는 노는 도중 내내 계속해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이건 하지마라, 저건 해도 된다"는 등 마치 어른이 아이들 가르치듯 친구들에게 게임의 원칙만을 강조하고 있었다. 

아이들 노는데 끼어들기 뭣해서 과일을 놔두고 나왔다. 하지만 그 4명의 무리 속에서 그 아이가 다른 아이들을 데리고 노는 방식이 내내 신경 쓰였다.
그 아이에게는 부모의 태도가 많은 영향을 끼쳤음이 분명하다. 부모가 아이와 놀아 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아이와 함께 놀면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아이의 놀이를 간섭하고 어른의 잣대로만 규칙을 만들어 지시하고 따르도록 하다보니 아이도 그렇게 배운 것이다. 이것은 결국 놀이 본래의 의미를 깨트리고야 마는 결과를 초래한다. 

내가 아이를 키워 본 경험으로는 부모는 아이의 놀이를 간섭하기보다 순수하게 아이와 함께 논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때를 보아서 간단한 힌트만 줌으로써 놀이의 또 다른 재미를 발견하게 한다거나 스스로 궁리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흔히 '아이는 놀이의 천재'라고들 한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계속 새로운 놀이를 고안해내기 때문이다. 
휴일에 아이를 데리고 나들이를 가보면 이것을 확실하게 알 수 있다. 나무 한 그루, 작은 시냇물만 있어도 아이는 즉시 눈을 빛내며 새로운 놀이를 생각해내곤 한다. 

내가 아는 어떤 아이들은 거꾸로 놓인 자전거가 있으면 그 페달을 빙빙 돌려서 사이렌을 울리기도 하고, 청소하려고 뒤집어 놓은 탁자의 다리를 고리 던지기의 표적으로 삼아 놀기도 한다. 
이처럼 아이들은 아주 간단한 놀이 속에서 또 다른 놀이 방법을 찾아내고 이러한 발견을 통해 발상의 전환을 하게 된다. 이게 바로 아이들의 창의성이다.

영국의 유명한 서머힐 유아원에서는 온갖 장난감과 교재가 어지럽게 널린 가운데 공부한다고 한다. 
만약 우리나라의 어머니들이 이런 광경을 본다면 눈을 둥그렇게 뜬채 "아니 이렇게 정신 사나운 데서 공부는 무슨......" 하며 혀를 찰지도 모른다. 물론 어른의 눈으로 볼때는 이를 무질서라고 밖에 달리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 같은 어지러움 속에도 분명히 그들 나름대로의 의미와 질서가 있다. 
잔뜩 쌓아놓은 나무 조각들은 아파트나 백화점이고, 플라스틱 레일을 고속도로 삼아 미니카에 인형을 태워 질주한다. 이런 식으로 아이들은 그들만의 세계에서 꿈을 펼치는 것이다. 

그런데 엄마 아빠가 무심코 집어든 블록 한장이 아이만의 가상 왕국을 망칠 수도 있다. 아이들은 분명히 자시들만의 창의성을 바탕으로 뭔가를 고안해 내고 있는데 이미 나이가 서른이 넘어 마흔이 되는 엄마는 그 나이의 기준에 맞춰 블록을 만드니 아이들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지경이 되는 것이다.
또한 아이들은 무질서한 가운데 창조성을 발휘하는데, 엄마는 "얘들아, 방점 치워가며 놀아라"거나 "너희는 이게 방니니? 돼지우리니?"하면서 무조건 깨끗이 정리하기만을 강요하기도 한다.

부모나 교사의 참견은 결국 귀찮은 일을 피하고 싶어 하는 어른의 편의주의 사고방식에서 나온 것이지 결코 아이를 위한 것은 될 수 없다. 
이런식의 간섭은 놀이에 대한 집중을 방해하고 한껏 나래를 펼치던 상상력에 제동을 걸어 아이의 두뇌발달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아이는 인형과도 대화할 수 있으며, 비행기를 기차로 재빠르게 변신시키는 정도는 누워서 떡 먹기일 정도로 상상력이 뛰어나다는 사실. 이제 막 자라는 아이들을 둔 우리 엄마아빠들이 그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러한 아이들의 상상력을 제대로 키워줄려면 아이가 놀이에 집중해 자신의 세계에 몰입해 있을 때는 주위를 정리하라고 강요하지 말아야하며, 아이들의 세계에 빠져 놀때 "이렇게 해해라, 저렇게 해라"라며 어른만의 기준에 맞는 가이드라인으로 이끌어서도 안된다.

조카 아이와 함께 놀았던 다른 친구가 그의 엄마로부터 지나치게 많은 강박관념과 주입식 교육을 받고 있는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이다. 아이들을 키우는 우리 엄마아빠들이 상상의 천국인 내 아이의 머릿속에 규격화된 틀을 심어주는 실수를 저지르지 마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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