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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동시장 못골시장..재래시장의 정겨움
2013-01-29 14:41:23최종 업데이트 : 2013-01-29 14:41:23 작성자 : 시민기자   김진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e수원뉴스 독자님들을 위해 먼저 유머 한마디.
어떤 초등학교에서 영어 단어 시험을 실시했다. 문제는 'Before가 우리말로 무엇인지 쓰시오.'였다.
평소에 공부를 안 하던 학생이 선생님이 잠깐 신발의 흙을 털기 위해 시선을 거둔 직후 거의 전광석화 같은 동작으로 앞 친구의 시험 답안지를 훔쳐봤다. 컨닝이었다.
그 친구 시험지엔 '~전'이라고 씌어 있었다. 하지만 이 학생은 답을 똑같이 쓰면 훔쳐본 게 들통날까봐 고민하다가 이렇게 썼다.
'지짐이'.

지동시장 못골시장..재래시장의 정겨움_1
지동시장 못골시장..재래시장의 정겨움_1

생업의 현장에서 업무에 지친 시민 여러분들께 한번 쉬어 가시라고 한 유머인데 너무 썰렁하지는 않으셨는지 모르겠다.
'치~익 치지지직...지글지글.., 치~익 치지지직'
무슨 소리인지 금세 안다. 지짐이 부치는 소리. 듣기만 해도 침이 꼴깍 넘어간다. 설도 다가오고 있으니 지짐이 부치는 소리가 더 가까이 들리는듯 하다. 기름 한방울 안 묻어도 눌지도 않고 타지도 않은채 지짐이가 만들어지는 최첨단 후라이팬이 팔리는 요즘과 달리 예전에는 솥 뚜껑에 돼지 비계 기름 발라서 지짐이를 했지만 그게 어찌나 그렇게 고소하고 맛있던지.

어제 남편과 함께 지동시장과 못골시장으로 장나들이를 간 길에 지짐이 집에 들렀다. 남편이 요즘 입이 궁금하다며 지짐이를 좀 사가자고 하길래 시장에 자리잡은 지짐이 집에 들러 동태전과 동그랑땡, 고추튀김까지 다양하게 사 들고 나서자 남편은 기분 뿌듯하고 배가 부른듯 콧노래까지 불렀다.

우린 못골시장에 가면 입구에서부터 눈길을 사로잡는 반찬가게부터 들른다. 
많지 않은 반찬을 하는 요즘 조금의 반찬을 만들기 위해 주재료와 부재료를 일일이 다 사서 지지고 볶고 하다보면 벌써 지치고 비용은 비용대로 들어가니 적당한 양은 반찬가게에서 조금씩 사다 먹는게 훨씬 간편하고 돈도 적게 들기 때문이다.

요즘은 벌써 냉이 나물이 나왔다. 그게 제철을 만난 듯 향이 어찌나 진하던지 봄날의 한복판에 와 있는 느낌이었다. 
우리네 식탁의 대부분이 채소로 채워지는 식습관 때문인지 채소 반찬 앞에 눈길이 멎는다. 사시사철 나오는 마늘쫑 볶음, 말린 고사리 볶음과 말린 호박볶음에 하얀 속살이 뽀얀 배추 겉절이까지.
숫자 많은 반찬은 누가 다 살까 걱정되게 많지만 매일 팔리고 내일 아침이면 새 반찬으로 다시 가득 채워진다니 우리네 사람들이 채식을 얼만큼 좋아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또 시장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즉석 먹거리다. 알뜰하게 장을 보고 남은 적은 돈으로도 먹을 수 있는 모양과 색이 다양한 떡, 김이 모락모락 순두부, 빈대떡, 잔치국수, 김밥, 팥죽 등 그 종류가 많기도 하다. 
나이 지긋한 분들이 찾는 시골 장터에서나 볼 수 있는 순대 국밥집도 있다. 

지동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왼쪽에는 순대국밥집들이 타운을 이루고 있다. 순대를 잘라서 포장으로 팔기도 하고 순대국밥에 채소순대볶음, 그리고 돼지머리 누른고기까지 다양하다. 여기 들어가면 남자들은 소주 한두병 안 마시고는 나올수가 없다. 순대가 맛있어서.
장터 국밥집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이곳에 국밥 한그릇 먹으러 들어가면 탁자에 의자를 빼곡히 놓고 어르신들이 순대볶음과 돼지머리고기를 안주 삼아 탁주를 기울이고, 자리가 비좁아 불편할 것도 같은데 분위기는 화기애애 하시다. 

보는 이도 정겨워지는 시장 풍경이다.
시장에는 자전거를 끌고 장을 보러 나오신 할아버지, 전동 휠체어를 타고 나온 몸이 불편한 장애인, 목발을 짚고 나오신분도 계시고 강아지 데리고 나온 아줌마에 장 구경 나오신 할머니들과 유모차 끌고 온 젊은 주부들도 많이 계신다. 
수원천이 흐르는 풍경까지 더해져 수원의 재래시장은 어느 유명한 지방의 5일장에 못지 않은 정취가 함께 한다. 

지동시장 못골시장..재래시장의 정겨움_2
지동시장 못골시장..재래시장의 정겨움_2

굳이 차리지 않아도 눈치 볼 것 없는 사람들. 시장은 사람도 낯도 가리지 않으며 그래서 시장에 들르는 사람들도 시장을 낯설어 하지 않는다. 
동네 곳곳에 마트가 생기면서 시장이 거의 없어질거라 떠돌던 말을 들었을 땐 곧 그렇게 되는 줄 알았었다. 인터넷이 급속도로 확산되던 약 10년전쯤 지구상에 있는 모든 책과 활자매체는 죄다 사라질것 같았던 분위기와 흡사했다.

그러나 빠르고 기계적인것만 능사가 아니란걸 우리는 안다. 특히 오래전부터 시장에서 자랐고 엄마 손잡고 시장을 돌아다니며 뻥튀기와 국화빵을 사 먹어 본 추억속에 있는 우리는 재래시장이 사라지는 것을 원치도 않고 그럴리도 없다고 여겼다.

수원에 전통의 재래시장이 살아남아 우리에게 이런 기쁨을 주는 것도 그런 시민들의 생각과 사랑 덕분이 아닐까 한다.
지동시장, 못골시장, 팔달문시장 상인은 모두가 사장이고 모두가 주인이다. 시장을 찾는 시민들 역시 모두 다 왕이고 소중한 고객이다. 그래서 오늘도 시장은 살아있다. 우리 시민 모두의 마음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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