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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행궁 신풍루 앞 느티나무는 정승나무
2022-03-16 10:23:21최종 업데이트 : 2022-03-16 10:23:17 작성자 : 시민기자   한정규
화성행궁 신풍루 앞 느티나무 [사진]수원시 포토뱅크

화성행궁 신풍루 앞 느티나무 [사진]수원시 포토뱅크


화성행궁이 복원되면서 주변의 지형이 많이 변했고 물길도 바뀌었다. 화성행궁 앞 느티나무도 생육환경이 바뀌면서 고사 위기에 처했다. 느티나무 보호를 위해 쌓은 축대도 수목의 생육에 좋지 않은 환경이다. 광장에 많은 사람이 다니면서 땅이 단단해져 나무의 뿌리는 숨을 쉬지 못할 지경이다. 조속한 시일 내에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2018년 경기도산림환경연구소의 정밀진단 결과 느티나무 3그루 모두 공동화가 심하고 생육환경이 대단히 열악해 후계목 증식 등 보전방안이 시급하다고 한다.

화성행궁이 복원된 이후 신풍루 앞 광장은 역동적인 공간으로 수원시민의 사랑을 받아왔다. 무예24기 시범공연, 장용영 수위의식, 토요상설공연이 열리고 있다. 많은 관광객이 광장에 모여 멋진 공연을 지켜보고 있다. 광장에 있는 느티나무 세 그루도 무사들의 기합 소리, 대취타 소리와 요란한 사물놀이 소리를 들으며 오랜 세월 광장에 서서 수호신처럼 그들과 함께했다.

화성행궁 신풍루 앞 느티나무

화성행궁 신풍루 앞 느티나무


화성행궁 정문인 신풍루와 느티나무 모습은 1907년 독일사람 헤르만 산더에 의해 처음으로 사진에 담겼다. 이 느티나무는 정승나무 라고도 한다. 궁궐의 조경제도에 의해 품(品)자 형태로 심어진 것으로 영의정, 좌의정, 우의정이 이 나무 아래에서 백성을 제대로 돌보고 올바른 정치를 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정조대왕이 아버지인 사도세자가 온양행궁에 3그루의 홰나무를 심은 사실이 있어 이를 기념하기 위해 심었다고 전해지지만, 당대의 기록인 원행을묘정리의궤, 화성성역의궤, 일성록, 홍재전서 등 어떤 기록에도 존재하지 않아 수원사람들의 희망이 담긴 전설 같은 얘기일 뿐이다.

1907년 찍은 화성행궁 신풍루 앞 느티나무 [사진]국립민속박물관

1907년 찍은 화성행궁 신풍루 앞 느티나무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정조대왕의 명으로 정약용이 7년 동안(1789-1795) 조경작업을 마치고 정리한 식목연표는 현륭원에 심은 나무를 정리한 것이다. 1천 2백만 9천 7백 12그루를 심었는데 느티나무를 심었다는 기록은 없다. 화성성역의궤에도 나무 심은 기록이 있지만, 느티나무를 심었다는 기록은 없다. 1831년 화성유수 박기수가 편찬한 화성지에는 왕의 행차로인 필로에 소나무와 버드나무를 심었다는 기록만 있다.

1799년 3월 26일 일성록 기록에 의하면 수원유수 서유린이 금년 봄 수원부에서 나무를 심은 수효에 대해 보고한 내용이 있다. 7만 256그루를 심었는데 그중에서 홰나무가 4그루((槐木四株)이다. 느티나무를 심었다는 유일한 기록이다.

1910년경에 찍은 화성행궁 신풍루 앞 느티나무

1910년경에 찍은 화성행궁 신풍루 앞 느티나무



괴목(槐木)은 느티나무, 홰나무, 회화나무를 통칭하지만, 회화나무와 홰나무는 콩과의 낙엽 활엽수이고, 느티나무는 느릅나뭇과의 낙엽 활엽수로 서로 다른 나무이다. 홍재전서, 다산 시문집 등에서는 느티나무를 홰나무로 번역했고, 일성록에서는 느티나무와 홰나무를 혼용했다. 1799년 봄 수원부에 심었던 홰나무 4그루 중 3그루가 행궁 느티나무일 가능성은 있다. 눈을 씻고 기록을 찾아보자.

화성행궁 느티나무는 1982년 10월 15일에 수원시 보호수로 지정되었다. 지정 당시 나무의 나이가 350년이었고 올해로 390살이 되었으니 1632년 무렵에 태어난 것이다. 화성행궁이 지어질 당시인 1790년경에 이미 150살이 넘었다. 화성행궁을 지을 당시에 우연히 느티나무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몰라도 옮겨 심었을 가능성은 정황상 어렵다고 봐야 한다. 1907년에 찍은 사진 속 느티나무는 현재 느티나무의 굵기와 연대가 비교적 정확한 주변의 느티나무 굵기를 비교해 봤을 때 200년 이상 되어 보이지는 않는다. 나이 측정에 오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화성행궁 신풍루 앞 느티나무 [사진]수원시 포토뱅크

화성행궁 신풍루 앞 느티나무 [사진]수원시 포토뱅크


국립산림과학원 자료에 의하면 나무의 나이를 측정하는 방법으로는 '나이테', '목편 추출', '나무 심은 기록', '나무 둘레 측정' 등이 있다. 느티나무는 나이를 먹을수록 굵어지고 일정한 시점이 되면 줄기 내부가 썩어 공동화가 진행된다. 노거수의 나이를 측정하는 데는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

화성행궁 느티나무는 역사적 기록이 없어 언제 심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궁궐조경제도에서 품(品)자 형태를 가진 국내 유일의 정승나무로서 가치가 높고 화성행궁의 상징적인 나무이다. 신풍루 앞 느티나무 줄기가 무성하고 그늘이 가득한 모습을 오래도록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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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행궁 신풍루, 느티나무, 정승나무, 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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