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the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비발디의 '여름'을 연주하고 있다.
"더우면 도서관으로" "내가 읽은 책이 곧 나의 우주". 수원시립선경도서관 건물에 붙은 대형현수막 내용이다. 두 가지 내용 맞는 말이기에 모두 공감이 간다. 장석주 작가의 "내가 읽은 책이 곧 나의 우주"는 의미심장하다. 책 읽기는 독자의 세계를 확장해 준다. 삶을 보다 의미 있게 만들어준다. 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한 권의 책이 인생을 통째로 바꾸어 준다는 것, 알만한 사람은 다 알기에 그렇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와 의미가 통한다.
다만 "더우면 도서관으로"는 읽고 나니 피식 웃음이 나온다. 내 또래의 기성세대는 경험했다. 여름철 무더위를 이겨내는 방법의 하나로 은행이나 백화점을 찾았다. 에어컨이 흔하지 않아 선풍기에 의존하던 시절 피서지로 찾았던 것이다. 지금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가정의 에어컨 보유율이 98% 정도 된다고 한다. 그래서 웃음이 나온 것이다. 도서관, 지금은 문화 향유의 공간이다. 음악회, 전시회는 늘상 열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경도서관에서 홍보 중인 수원시 2025년 '올해의 책'

콘서트와 전시회가 열리는 선경도서관 1층 로비는 문화의 광장이다.
8월 9일 오전 수원시립선경도서관 로비를 찾았다. 경기the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도서관 속 음악회를 보기 위해서다. 이름하여 'Summer Concert'. 주최 더뮤엘, 주관 경기the오케스트라, 협력 수원시, 선경도서관이다. 아내와 함께 관람자 명부에 등록을 했다. 관람자가 대부분 가족 단위이거나 친구 지인이다. 연주 프로그램을 보니 대부분이 우리 귀에 익은 곡이다. 들으면 입으로 흥얼거릴 정도로 친숙한 곡이다.
넓은 로비 공간, 첫눈에 띈 것은 시민 여러분의 참여로 선정된 2025년 수원시 '올해의 책'이다. 선정도서는 어린이도서 '내 꿈을 응원해, 권투장갑'(유설화), '내가 할배냥'(홍민정), 일반도서 '살아 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 수업'(이호),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차인표), 수원문인협회에서 추천한 수원의 작가&도서 '김운기 & 매화시첩'이다. 또 한쪽에는 추억의 책장으로 선경도서관 인기 대출 도서 30권이 가 90년대 중반, 90년대 후반, 2000년대, 2010년대, 2020년대로 구분하였다. 책 제목만 읽어도 시대 흐름을 알 수 있다.
이제 본격적인 콘서트다. 경기the오케스트라 단원 22명이 입장한다. 이어 허석환 지휘자가 입장하니 큰 박수가 쏟아진다. 허 지휘자는 단원 구성을 소개한다. 전문연주자가 아니고 아마추어라고 한다. 분업이 따로 있는데 매주 수요일 모여 90분간 연습하는데 연주 열정이 넘쳐 1주일 내내 악기와 친하게 지낸다. 65세 단원도 있는데 여기 계신 분도 1∼2년 정도 꾸준히 하면 무대에 설 수 있다고 입단을 권유한다.
곽두영 바이올리니스트 협연 모습
2층에서 내려다 본 콘서트 장면
콘서트 중간중간에 퀴즈 3개로 관객을 참여시킨다. 문제1) 수원관내 20여 개 도서관에서 장서가 가장 많은 도서관은? 문제2) 첼로의 약자 표시는? 문제3) 비발디가 사계를 작곡할 때의 나이는? 모두 4지선다형 문제인데 정답은 문제1) 선경도서관(48만권 소장), 문제2) Vc, 문제3) 47세 때. 정답을 맞춘 관객에게는 작은 선물도 준비했다.
출연한 단원 22명의 악기 구성을 살펴보았다. 제1 바이올린 8명, 제2 바이올린 5명, 비올라 1명, 첼로 2명, 플로트 2명, 클라리넷 3명, 콘트라베이스 1명. 지휘자는 이들이 아마추어라고 소개는 했지만 오늘 연주 실력을 보니 프로에 버금가는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았다. 이들이 오늘 콘서트에서 가장 신경을 쓰고 연습 횟수가 많았던 것은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이라고 소개한다. 비발디 협연은 바이올리니스트 곽두영이 하였다.
이들은 앵콜곡도 정성껏 준비했다. 첫 앵콜곡은 가브리엘의 넬라판타지아. 클라리넷 협연은 정연준 연주자가 맡았다. 두 번째 앵콜곡은 롯시니의 윌리암텔 서곡. 빠르고 웅장한 곡인데 22명의 단원이 너끈하게 소화해낸다. 관람객은 음악에 맞추어 손뼉을 치면서 즐거움을 함께 했다.

음악 해설은 물론 관람객 퀴즈, 선물까지 준비한 지휘자

선경도서관 건물의 대형 현수막이 눈길을 끈다.
허석환 지휘자는 "이번 공연은 우리의 제안을 선경도서관에 받아들여 성사되었다. 아마추어에 그동안 설 기회가 많지 않았다."며 "내년에는 시립도서관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음악회를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직업 중 지휘자의 만족도가 높다고 하는데 오늘 음악회는 시작할 때 표정이 굳었던 단원들이 점차 환하게 웃는 표정으로 바뀌어 성공작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허석환 지휘자와의 인터뷰 장면
율전동에서 유치원에 다니는 딸(7살)과 함께 참석한 한 가족은 "친구가 이번 콘서트를 소개해 주어 찾아 왔는데 오랜만에 귀에 익은 클래식 음악을 접할 수 있어 더 없이 좋았다."고 했다. 7살 어린이는 "라라랜드 OST 음악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이 어린이는 퀴즈 3번 문제 정답을 맞추기도 했다.
한편 선경도서관 1층 로비에서는 오는 24일 14시 '필연 콘서트'가 열린다. 주제가 재즈와 국악이 만나는 아트쿠도다. 아트쿠도는 국악의 정서와 재즈의 자유로움을 동시에 보여준다. 전통 판소리와 민요를 중심으로 두되, 재즈와 펑크 사운드를 접목한 것이다. 주최·주관은 경기도/경기아트센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