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상 후 수상자와 눈높이를 맞추어 기념사진을 남기는 수원시장
연말은 한 해를 돌아보며 감사와 격려를 나누는 시간이다. 그 의미를 가장 따뜻하고 품격 있게 구현한 자리가 지난 12월 23일 오전 10시, 수원특례시청 별관 2층 대강당에서 열렸다. '수원을 빛낸 특례시민과 함께하는 2025 수원특례시 연말 시상식', 일명 '새빛 어워즈'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날 시상식에는 각 분야에서 묵묵히 수원을 밝혀 온 시민 수상자 140명을 비롯해 가족과 축하 시민, 관계 공무원들이 함께해 대강당을 가득 메웠다. 단순한 행정 행사나 형식적인 시상이 아니라,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과 노고를 진심으로 존중하는 축제의 장이었다.
수상자 소속과 명단이 대형 화면에 소개되고 있다.
필자는 경기도 초·중등 교육계에서 39년간 근무하며 수많은 시상식과 행사를 기획·운영·참관해 왔다. 그 경험의 눈으로 바라본 이번 수원특례시 연말 시상식은 준비, 진행, 마무리까지 어느 하나 허술함이 없는 '시상식의 모범 전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자연스럽고 매끄러운 흐름 속에서 시민과 무대를 배려하는 세심함이 곳곳에서 빛났다.
성탄절을 닮은 무대, 시상식을 축제로 만들다
시상식이 열린 시점은 성탄절을 이틀 앞둔 때였다. 행정지원과 직원들의 기획은 이 계절적 특성을 놓치지 않았다. 단상과 무대는 크리스마스트리와 장식으로 꾸며져 있었고, 대강당 전체에는 연말의 따뜻한 분위기가 가득했다. 무대에 오르는 수상자들의 표정에는 긴장보다 설렘이, 객석에는 박수와 미소가 자연스럽게 오갔다. 시상식이라는 공식 행사가 '축제'로 승화되는 순간이었다.
제1부 축하공연 중앙핸드벨 콰이어는 캐롤송 세 곡을 선보였다.
귀로 먼저 전해진 감동, 품격 높은 축하공연
행사의 시작을 연 1부 축하공연은 중앙핸드벨 미션콰이어 어린이들의 연주였다. '창밖을 보라', '루돌프 사슴코', '징글벨'로 이어지는 핸드벨 선율은 마치 천사들의 합창처럼 맑고 고왔다. 대강당은 순식간에 크리스마스 아침의 교회나 공연장이 된 듯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아이들의 작은 손끝에서 울려 퍼지는 맑은 음색은 참석자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2부에서는 수원시립합창단이 무대에 올랐다. '크리스마스 송'(독창), '일몬도'(2중창), 그리고 앵콜곡 '우정의 노래'(3중창)는 연말 분위기와 완벽하게 어우러졌다. 클래식 공연으로서의 완성도 역시 최고 수준이었다. 시상식 중간에 배치된 이 공연은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흐름에 여유와 감동을 더하는 절묘한 선택이었다.
시장 인사말씀에서 수원을 빛낸 사람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사람을 향한 시정, 시장의 말에서 전해진 진심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의 인사 말씀은 짧지만 깊은 울림을 주었다. 형식적인 축사가 아니라, 시민 개개인의 이야기를 직접 소개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교통사고를 당한 아이를 구하기 위해 한마음으로 움직였던 11명의 시민, 매달 5,000인분의 고기를 기부하는 청년, 하루 1,000명의 시민을 태우며 교통법규를 철저히 지키는 버스 운전기사의 이야기는 객석에 잔잔한 감동을 안겼다.
'수원은 사람으로 완성되는 도시'라는 메시지는 이 시장의 말과 태도 속에서 자연스럽게 전달됐다. 수상자를 바라보는 밝은 표정, 무대에 오르내리는 가벼운 동작 하나까지도 진심 어린 축하의 마음이 느껴졌다.
시간은 효율적으로, 동선은 세심하게
이번 시상식의 또 다른 인상 깊은 점은 탁월한 진행 능력이었다. 수상자는 10명 단위로 한 조씩 무대에 올라 상을 받았고, 이는 전체 진행 시간을 크게 단축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동시에 수상자 개개인의 존엄과 감동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수상자를 축하하고 덕담 나누며 미소를 띠며 기념사진을 남기는 장면
수상자를 축하하고 덕담 나누며 미소를 띠며 기념사진을 남기는 장면
무대 동선 역시 철저히 계산되어 있었다. 수상자와 시상자가 객석에 등을 보이지 않도록 배치했고, 시상자인 수원시장은 5명 단위로 시상 후 180도 방향을 바꾸어 수상자의 불필요한 이동을 최소화했다. 이는 고령의 수상자나 긴장한 시민들을 배려한 세심한 설계였다.
입·퇴장 동선 곳곳에는 담당 직원들이 배치되어 수상자들이 안전하게 무대에 오르고 자리에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왔다. 기념사진은 전담 사진사가 촬영해 개별 수상자에게 전달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어, 누구도 소외되지 않게 했다.
무대 아래 사회자와 단상 위 이재준 시장의 호흡도 인상적이었다. 짧은 시상 순간에도 축하의 말과 정담이 자연스럽게 오갔고, 표창장과 감사패 전달은 자연스럽고 매끄러웠다. 시상식이 '진행'이 아니라 '소통'의 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시상식 말미에 실국장의 시민에 대한 감사와 새해 인사 시간이 주어졌다.
행정의 얼굴, 시민 앞에 서다
시상식 말미에는 부시장과 국·실장이 일일이 소개되었고, 각자가 시민들에게 시정 협조에 대한 감사와 새해 인사를 전했다. 이는 행정을 추상적인 조직이 아니라, 시정을 책임과 봉사로 인식하게 만드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또한 수원시청 산하 각 과 직원들은 자신들의 부서에서 추천한 시민 수상자들에게 꽃다발을 전달하며 축하의 마음을 전했다. 행정과 시민이 같은 무대에서 웃고 박수 치는 모습은 '특례시 수원'이 지향하는 공동체의 모습 그 자체였다.
시상식의 품격은 '배려'에서 완성된다
이번 '2025 수원특례시 연말 시상식(새빛 어워즈)'은 단순히 잘 치러진 행사가 아니었다. 시민을 존중하는 철학, 현장을 아는 행정, 그리고 사람을 중심에 둔 기획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완성도 높은 무대였다.
제2부 수원시립합창단원의 수준 높은 공연 '우정의 노래'
교육 현장에서 수많은 시상식을 경험해 온 필자의 눈에도, 이번 행사는 '시상식은 이렇게 하면 된다'는 교과서 같은 사례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 수상을 받은 시민들뿐 아니라, 그 자리에 함께한 모든 이들이 한 해의 끝자락에서 따뜻한 위로와 자부심을 안고 돌아갈 수 있었던 이유다.
연말의 수원은 그렇게, 사람의 빛으로 가장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