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 21일 오후 7시 25분에 발생한 북한산 산불. 이 불은 오후 10시 52분에 초진이 완료되었다. (사진 출처=뉴시스)
2026년 들어 2월 10일까지 41일간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은 총 89건으로, 매일 평균 2건 이상 발생했다. 2월 21일은 '산불 동시다발의 날'이었다. 충남 서산·예산을 비롯해 강원 홍천·원주, 경남 창원, 경기 광명, 그리고 서울 북한산까지 하루에 5개 이상의 지역에서 산불이 동시에 발생한 유례없는 하루였다.
올봄,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이 이어지면서 산불 위험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산은 더 이상 도심과 떨어진 공간이 아니다. 광교산과 칠보산을 품은 수원은 산림과 주거지가 맞닿은 '도시형 산림 구조'다. 작은 불씨 하나가 곧바로 마을과 도로, 학교와 요양시설로 번질 수 있다.
이에 수원특례시는 2026년 산불방지 종합대책의 비전을 '산림을 넘어 사람으로' 전환했다. 산을 지키는 정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시민의 생명과 일상을 최우선에 두는 '사람 중심 대응체계'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수원시공원녹지사업소 녹지경관과 산림휴양팀 이정욱 팀장을 만났다.
수원시 봄철 산불진화 모의훈련 (사진 제공=수원시공원녹지사업소)
산림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기존 산불 대응이 산림 피해 최소화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대책은 '주민 대피'와 '도심 혼선 방지'에 무게를 둔다. 시간 경과에 따라 단계를 나누던 방식에서 벗어나, 도심 지리 여건을 반영한 '위험구역(영향권)' 중심으로 기준을 재정비했다.
즉, "산불이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가"보다 "산불이 얼마나 가까이 왔는가"를 따진다. 불길의 거리, 풍속, 화선의 방향을 종합 분석해 단계가 상향되고, 그에 따라 재난문자와 마을방송이 통일된 문장으로 행동요령을 전달한다.
도심에서는 '한 번에 대피'라는 구호가 오히려 혼선을 부를 수 있다. 준비→선제 대피→즉시 대피로 나눈 '수원형 주민 대피 5단계'는 시민이 상황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움직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수원시 산불진화 모의훈련 장면 (사진 제공=수원시공원녹지사업소)
30분 골든타임, 기술로 지킨다
산불은 초기에 잡지 못하면 순식간에 확산된다. 수원특례시는 '30분 골든타임'을 핵심 전략으로 삼았다. 초기 인지-상황 전파-초동 조치-대피 준비까지를 30분 안에 묶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산림 인근에 설치된 CCTV 22대를 ICT 플랫폼과 연계 운영한다. 화면에서 연기나 화재 징후가 감지되면 위치와 사진이 담당자 휴대전화로 즉시 전송된다. 신고에만 의존하던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보는 즉시 움직이는' 시스템으로 전환한 것이다.
또한 1월 20일부터 산불방지대책본부를 운영하며 공무원 113명, 산림재난대응단 79명 등 총 192명이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평상시에는 감시탑·초소 근무와 순찰, 홍보 활동을 수행하고, 산불 발생 시에는 기계화 장비 투입과 현장 대응에 나선다. 특히 봄철 대형산불 특별대책 기간(3월 15일~4월 15일)에는 야간 상황근무와 순찰을 강화해 취약 시간대 감시를 한층 높인다.
수원시 산불진화 모의훈련 장면 (사진 제공=수원시공원녹지사업소)
2026 봄철산불방지 교육훈련 (사진 제공=수원시공원녹지사업소)
15분 내 출동…광역 공조 체계 가동
산불 진화 헬기는 신고 접수 또는 ICT 플랫폼에서 산불 가능성이 확인되는 즉시 출동한다. 평균 초동 대응 시간은 약 15분 내외. 대형 산불로 번질 우려가 있을 경우, 수원시는 인근 지자체와의 협약에 따라 항공 지원 등 공동 대응을 요청한다. 행정 경계를 넘어선 광역 공조 체계는 대형화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안전망이다.
수원형 맞춤 대응…생활권을 지킨다
수원의 산은 '먼 곳'이 아니다. 산림 경계부와 주거지가 맞닿아 있고, 학교와 요양시설 등 취약시설도 인접해 있다. 이에 따라 위험구역을 세분화해 산림 경계부는 선제 통제와 대피 안내를 강화하고, 취약시설은 단계 상향 시 사전 연락과 이동 지원을 우선 적용한다. 산림 내부 진화와 도심 대피, 교통 통제, 취약계층 보호를 동시에 가동하는 '도시형 대응'이 수원형 모델의 특징이다.
산불 원인의 절반은 '생활 속 부주의'
최근 경기도 산불의 50% 이상이 산림 인접지역 소각, 담뱃불 실화, 건축물 화재 전이 등 생활권 부주의에서 비롯됐다. 논·밭두렁 태우기, 쓰레기 소각, 산행 중 흡연, 차량 창밖 담배꽁초 투기…. "조금만 태우고 끄겠다"는 안일함이 대형 산불의 출발점이 된다.
수원시 산불진화훈련에서 수원시장이 현장 지휘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수원시공원녹지사업소)
산불을 실수로 냈더라도 법적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실화의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 방화는 5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산림 인접 지역에서 불씨를 소지한 경우에도 과태료가 부과된다. 한순간의 부주의가 형사처벌과 막대한 손해배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시민 모두가 인식해야 한다.
'산불 제로 도시'는 행정과 시민의 공동 목표·책임
수원특례시가 말하는 '산불 제로'는 단순한 통계 수치가 아니다. 인명 피해 제로, 대형 산불 제로, 도심 대피 혼선 제로를 의미한다. 행정은 조기 탐지-초동 대응-대피 5단계-헬기 및 광역 공조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고, 시민은 생활 속 작은 불씨를 원천 차단하는 실천으로 화답해야 한다.
녹지경관과 신영숙 과장은 "산불 예방은 거창한 일이 아닙니다. 산에서 불을 사용하지 않는 것, 마른 낙엽을 치우는 것, 연기를 보면 즉시 119에 신고하는 것이다"라며 "이 기본을 지키는 시민 한 사람의 행동이 도시 전체를 지킵니다"라고 시민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올봄, 우리의 목표는 단 하나다. 산불 발생 0%를 만드는 것. '산불 제로 도시 수원'은 행정의 구호가 아니라 시민 모두가 약속을 지킬 때 비로소 현실이 된다. 수원시민은 약속을 현실로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