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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대에서 바라본 풍경, 정조의 시선으로 수원을 그리다
팔달산 정상에서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수원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2026-05-27 11:25:23최종 업데이트 : 2026-05-27 11:25:17 작성자 : 시민기자   김향미

팔달산 정상에 있는 서장대 모습, 연일 관광객으로 가득하다

팔달산 정상에 있는 화성장대(이하 서장대) 모습, 연일 관광객으로 가득하다

 
수원에서 가장 높은 산을 꼽으라면 단연 광교산(582m)이다. 하지만 광교산은 수원과 용인을 함께 아우르는 규모를 자랑하는 명산이기에, '수원 시내'의 아기자기한 풍경과 역사적 중심지인 '화성행궁'을 가장 입체적으로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을 찾자면 단연 다른 곳을 떠올려야 한다.
 

바로 팔달산(143m) 정상에 우뚝 솟은 수원화성의 가장 높은 지휘소, 서장대(西將臺)이다. 산의 높이는 그리 높지 않으나 주변이 시야에 트여있어, 이곳에 서면 수원의 온 도심이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서장대는 수원 일대를 조망할 수 있는 군사적 요충지다. 조선 제22대 대왕 정조는 화성행궁과 긴밀하게 연계하여 적의 움직임을 살피고 도성을 방어하기 위해 이곳을 요새화했다. 1794년(정조 18년)에 창건된 이 2층 누각은 당시 수원화성에 주둔했던 정예 부대, 장용영 외영 군사들을 참관하고 점검했다. 서장대 뒤편에는 군사적 방어의 목적으로 높이 쌓아 올린 성곽 시설물인 '서노대(西弩臺)'가 든든하게 자리하고 있어, 이곳이 과거 국방의 현장이었음을 느끼게 한다.

 

이날 팔달산 정상의 서장대는 시대를 넘어 행궁과 수원 시내를 연결하는 전망대 역할을 하고 있다. 경사가 완만하고 정비가 잘 된 산책로 덕분에 시민과 국내외 관광객의 발길이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끊이지 않는 문화와 휴식의 공간이기도 하다. 실제 오르는 길도 그리 가파르지 않아 아이들과 동행해도 별반 문제가 없다. 또 이 봉우리를 중심으로 좌, 우의 성곽을 다 탐방할 수 있어 기왕이면 서장대를 거쳐 화성 성곽 전체 길을 둘러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평일 오후, 서장대 앞마당에서 세계 각국에서 온 이들을 만났다. 프랑스에서 온 한 관광객은 자국 파리(Paris)까지의 거리를 가리키는 이정표 앞에서 신기한 듯 연신 미소를 지으며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다. 영국에서 왔다는 부부 관광객은 서장대에서 내려다보이는 수원 시내를 보며 과거와 현대의 조화를 눈으로 느끼고 있었다. 국경과 언어를 초월해 수원의 아름다움과 역사가 전 세계인에게 전달되는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서장대에 세워진 이정표, 각국과의 거리를 나타내고 있다

서장대에 세워진 이정표, 각국과의 거리를 나타내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국내 여행객들이 서장대 단청 사이로 걸린 한 시판을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었다. 바로 정조대왕이 남긴 '어제화성장대시문(御製華城將臺詩文)' 시문이다.

 

이 시는 1795년(정조 19년) 정조대왕이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을 맞아 단행했던 '을묘원행' 당시에 쓰였다. 정조는 서장대에 올라 주간과 야간에 걸쳐 혹독하게 진행된 군사훈련(성조)을 친히 참관하고 지휘했다. 군사들의 일사불란한 움직임과 철통같은 방어 태세를 본 군주의 가슴 속에는 뜨거운 감회가 차올랐을 것이다. 화성의 규모와 장용영 군사들의 씩씩한 기상, 그리고 나라를 지키겠다는 국방의 의지를 담아 정조가 직접 지은 시문을 오늘날의 글로 풀어보면, 230여 년 전 군주의 목소리가 더욱 생생하게 다가온다.

 

서장대 단청 사이로 걸린 한 시판, 어제화성장대시문(御製華城將臺詩文)

서장대 단청 사이로 걸린 한 시판, 어제화성장대시문(御製華城將臺詩文)

 

 

그 내용을 풀이해 보면 다음과 같다.

 

화성장대(華城將臺)에서 친히 군사훈련을 보고 시를 지어 문 위에 걸다

현륭원(아버지 사도세자의 묘소)을 호위하는 일 중대하여 성을 쌓았으나,

나라의 재정을 허비하지도, 백성을 수고롭게 하지도 않았네.

성은 평지를 따라 웅장하게 둘러 있고,

장대는 먼 하늘에 기대어 높이 솟아 있구나.

수많은 성가퀴(성 위의 낮게 쌓은 담)의 규모 장대하고,

삼군(장용영 군사)의 의기는 호쾌하기만 하네.

한나라 고조의 대풍가(大風歌) 한 곡조를 연주하니,

붉은 해가 군사들의 비늘 갑옷 위에 눈부시게 빛나는구나.

 

서장대 정면에 걸린 '화성장대(華城將臺)'라는 편액 글씨 역시 정조대왕이 군사훈련을 마친 뒤 친히 쓴 필체다. 안타깝게도 원래의 현판은 후대의 화재와 세월의 풍파 속에서 소실되었으나, 현재 우리가 마주하는 현판은 철저한 역사적 고증을 거쳐 수원시가 정조의 글씨를 바탕으로 재현한 현판이다.

 

비록 복원된 현판이지만, 그 속에 담긴 서장대의 기풍과 정조대왕의 애민정신은 여전히 빛이 바래지 않고 있다.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기 위함이 아니라, 오직 백성의 노고를 아끼고 강력한 국방을 통해 백성들이 평화롭게 살 수 있는 나라를 염원했던 성군(聖君)의 마음이 글귀마다 살아있는 듯하다.

 

수원화성의 굳건한 축이자, 가장 높은 봉우리, 그리고 화성행궁을 자애롭게 내려다보는 이곳 서장대는 앞으로도 우리의 역사와 문화적 우수성을 말없이 보여 줄 것이다. 낮에는 푸른 하늘과 어우러진 도심의 활기를 선사하고, 밤이 되면 성곽을 따라 흐르는 조명과 도시의 불빛이 어우러져 멋진 야경을 선물하는 서장대. 

 

서장대에서 내려다보이는 수원 시내의 모습

서장대에서 내려다보이는 수원 시내의 모습

 

바쁜 일상을 내려놓고, 가족과 간단한 점심을 챙겨 수원화성과 이어지는 이 길을 걸어보면 가족 간의 대화는 물론이고, 서장대를 스쳐 지나가는 바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화성행궁이 바로 내려다보이는 이곳 서장대는 수원의 멋진 모습을 조망하는 매력적인 장소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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