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머리를 만지며 마음을 잇다…1년 넘게 이어온 미용실 부부의 특별한 봉사
교동 지엔느 헤어라미 꾸준한 봉사 눈길
2026-08-12 15:05:31최종 업데이트 : 2026-08-12 15:05:29 작성자 : 시민기자   박효영

지엔느 헤어라미 미용실 부부사진

지엔느 헤어라미 미용실 부부사진


1년이 넘도록 노숙인과 어려운 형편에 놓인 어르신들에게 무료로 미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부부가 있다. 수원시 교동에 위치한 '지엔느 헤어라미' 미용실을 운영하는 부부다. 이들 부부는 매월 한 차례, 하루 동안 가게 문을 닫고 오롯이 노숙인과 취약계층 어르신들을 위한 미용봉사에 나선다. 30년이 넘도록 미용업에 종사하며 쌓아온 기술을 이웃을 위해 기꺼이 내어놓고 있다.

입소문도 났다. 부스스하게 자란 머리카락을 정돈하고 싶지만 비용이나 상황 때문에 일반 미용실을 찾기 어려웠던 사람들이 하나둘 미용실을 찾기 시작했다. 이제는 봉사하는 날이면 부부를 찾는 이들의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저희 부부가 미용업을 한 지도 벌써 30년이 훌쩍 넘었네요. 그래서 많이들 찾아오시나 봐요."

솜씨가 좋다는 이야기가 노숙인들 사이에서 자자하다는 말에 부부는 쑥스러운 듯 웃었다. 부부가 미용봉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대한성공회 수원교회와의 인연이었다.
 

"처음에는 요양원이나 복지관 등을 찾아다니며 봉사활동을 했어요. 그러다 대한성공회 수원교회 김홍일 신부님과 김경수 신자회장님의 권유로 노숙인과 취약계층 어르신들에게 미용봉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죠."


노숙인들이 머리를 하기 위해 미용실에서 대기하고 있다.

노숙인들의 머리를 해주고 있는 미용실부부, 머리를 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노숙인


처음 노숙인들을 만나 미용봉사를 하던 날, 부부는 이들의 머리 상태를 보고 적잖이 놀랐다고 한다. 하지만 머리를 손질하면서 단순히 '정리되지 않은 머리'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각자의 삶을 조금씩 바라보게 됐다.나름대로 청결을 유지하려고 노력한 흔적, 오랜 기간 손질하지 못해 머리카락이 엉킨 흔적, 덥수룩하게 자란 머리를 스스로 정리해보려 했던 흔적까지. 머리카락 곳곳에 남은 흔적은 그들이 거리에서 얼마나 힘든 시간을 견뎌왔는지를 짐작하게 했다.

"처음에는 거리에서 생활하는 분들을 비슷한 모습으로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직접 머리를 만져보니 모두 다른 사정과 상황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부부에게 미용봉사는 단순히 머리를 자르는 일이 아니었다. 30년 넘게 다른 사람의 머리를 손질하며 살아오면서 때로는 익숙함에서 오는 권태와 지루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자신들이 가진 기술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하면서 오히려 새로운 삶의 보람을 찾게 됐다.


미용 서비스를 받은 박진철 씨는 한층 말끔해진 자신의 모습을 거울로 바라보며 말했다."완성된 헤어스타일을 보니 예전에 멀끔했던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요. 원장님께 정말 감사드려요. 많이 더러웠을 텐데 눈살 한 번 찌푸리지 않으셔서 오히려 제가 죄송할 정도예요."
 

머리카락이 너무 길게 자라 서로 엉켜 빗조차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던 여성 노숙인 진연미 씨도 환한 미소를 보였다."이 상태로는 미용실에 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어요. 정리가 안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말끔하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이제 조금은 사람답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미용봉사가 주는 변화는 외적인 모습에만 머물지 않는다. 정돈된 머리와 단정해진 모습은 누군가에게는 다시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작은 용기가 되기도 한다.실제로 머리를 손질한 뒤 용기를 내 취업 면접에 나선 우민규 씨도 그중 한 명이다.
 

"나름대로 꾸민다고 꾸며서 면접을 봐도, 제가 사장님이어도 저보다는 다른 사람을 채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용기를 내기가 쉽지 않았죠. 그런데 원장님 덕분에 용기를 내서 원서도 내고 면접도 잘 봤습니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미용 서비스가 이들에게는 새로운 시작을 위한 계기가 되고 있는 셈이다. 머리를 자르고 단정한 모습으로 거울 앞에 선 순간, 다시 한번 세상과 마주할 용기를 얻는 것이다.그 용기의 시작을 지엔느 헤어라미 부부는 1년이 넘도록 묵묵히 지켜주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부부는 한목소리로 답했다."육체적으로 크게 아프지 않고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하고 싶어요. 노숙인분들과 어르신분들 모두 어렵고 힘든 상황에 놓인 우리의 이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이웃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면서 살아가고 싶어요."
 

화려한 말보다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로 이웃에게 손을 내미는 부부. 이들이 매달 건네는 것은 단순히 깔끔하게 정돈된 머리가 아니다. 다시 사람들 앞에 설 수 있다는 자신감과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는 작은 용기다.

지엔느 헤어라미 미용실은 매월 둘째 주 화요일 오전 10시부터 취약계층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미용봉사를 진행하며, 오후 1시부터는 노숙인을 위한 미용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노숙인, 수원다시서기, 미용실

연관 뉴스


추천 2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

독자의견전체 0

SNS 로그인 후, 댓글 작성이 가능합니다. icon 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
QUICK MEN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