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본 영화 '국제시장'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하나를 고르라면 저 국기 하강식 장면이 아닌가 싶다. 주인공 덕수가 파월 문제로 아내와 말다툼을 하던 중 애국가가 울려 퍼지면서 태극기가 내려가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가슴에 손을 가져다 대는 장면은 두고두고 잊히지 않을 듯싶다. 지난 2월26일 화성행궁 광장에서 열린 태극기 달기 캠페인 그런데 그런 감동적인 장면과는 배치되는 부끄러운 장면도 우리들은 갖고 있다. 바로 국경일에 보는 우리들 모습이다. 국경일에 태극기를 달아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국경일에 거리를 나가 보면 이 날이 과연 국경일인가 의심이 간다. 특히 일반 주택보다도 아파트 주민들이 더 태극기를 안 단다. 일반 주택가도 잘 사는 곳일수록 안 다는 집이 더 많다. 이러고서야 어떻게 한 나라의 국민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태극기가 우리 손에 쥐어지기까지에는 실로 많은 이들의 희생이 따랐다. 그들의 그 같은 값진 희생이 없었던들 어찌 태극기를 이렇게 자랑스럽게 쥐고 흔들 수 있겠는가. '대한민국' 을 소리 높여 외칠 수 있겠는가. 3.1절은 특히 태극기와 인연이 깊은 국경일이다. 우리 한민족이 일본의 식민통치에 항거하고 독립선언서를 발표하여 독립 의지를 세계만방에 알린 날이다. 이 날을 위해 이 땅의 애국지사와 학생들은 일제의 눈을 피해 태극기를 만들고 이를 나누어 주었던 것이다. 이 독립만세 운동에는 남녀노소가 없었을 뿐 아니라 가난한 자와 부자의 구분도 없었다. 여기에다 일체의 무력을 외면한 평화와 질서 운동이었다는 점 또한 특이하다. 태극기는 흰색 바탕에 태극 문양과 네 모서리의 건곤감리를 구성 요소로 하고 있다. 이는 한민족의 평화 정신을 바탕으로 우주와 더불어 끝없이 창조와 번영을 희구하는 우리들의 이상을 담고 있는 것이다. 국경일에 태극기를 다는 일은 국민의 도리다. 나라에 대한 감사의 표시이면서 조국을 위해 몸을 바치신 분들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이기도 하다. 지금은 고인이 됐지만, 작가 박완서는 한 산문에서 '상처론'을 이야기한 바 있다. 역사의 상처는 아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가끔은 덧을 내서라도 상기해야 한다고 하였다. 이런 뜻에서 본다면 국경일에 태극기를 다는 일은 어쩌면 지난날의 상처를 덧내는 일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그와 함께 다시는 그 같은 불행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다짐의 맹세이기도 하다. '삼월 하늘 가만히 우러러 보면/유관순 누나를 생각합니다/옥 속에 갇혔어도 만세부르던/푸른 하늘 그리며 숨이졌대요' 학창 시절 음악 시간에 배웠던 '유관순 누나' 노래가 생각난다. 일제에 대항하다 고문을 당하고 순국한 유관순 열사를 기리는 민족의 노래다. 지금은 이 노래를 듣기도 어렵다. 언제부턴가 잊혀져가고 있는 것이다. 이 또한 부끄러움이다.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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