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천 우거(寓居) 때의 이야기다. '옥산집' - 안주는 차려놓은 반찬을 먹기만 하면 된다 판교장터 옛 건물 - 양조장 예전에는 판교 우시장이 널리 알려져 5일장이 유명했다고 한다. 지금은 일부 건물만 남아 옛 정취를 가늠하게 하고, 아직도 장터골목은 세월을 잊은 듯하다. '옥산집'. 옛날 모습 그대로인 건물에 걸터앉는 의자, 탁자가 전부인 막걸리집이다. 주모는 올해 여든이신 할머니이고 특별한 안주는 없다. 탁자위에 호박무침, 새우젓, 김치 등이 놓여 있어 그냥 집어 먹으면 그뿐이다. 할머니는 '사우저시(새우젓이) 맛있다'고 운을 뗀다. '아니 사위 좆이 맛있다니요?' 할머니는 웃기만 한다. '소문난 정육점'에 들르니 연세 많은 할머니가 정육 기계를 돌리고 칼질을 한다. "고기 썰 때 손 조심하세요." 하니 정육점 할머니는 크게 쓸어라. 작게 쓸어라 등 탓만 듣다가 손 조심하라는 손님은 처음 접해 본단다. 까만 머리 깎아 본 지가 오래된다는 '판교 이발소' 멋쟁이 할아버지는 이발하고 나면 아예 막걸리 한 통을 내온다. 국도변 마을입구 구멍가게. 막걸리를 즐겨하시는 할아버지는 가게에 들르기만 하면 일단 막걸리 한잔 마시라고 말을 건넨다. 읍내에서 생활용품을 구입 하던 중 우리 부부에게 '미소치과'를 찾는 할머니가 있었다. 이곳저곳에 물어물어 치과까지 모셔다 드린 이야기를 하니, 동네 할머니 왈 "그 치과가 바로 우리 아들 치과야 "하면서 반가워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오늘, 마침 길에서 만나 인사를 드리니 일부러 집 앞까지 따라오면서 두릅 순을 건네준다. 안면이 익지 않는 할머니가 인사를 한다. 알고 보니 전에 버스 정거장에서부터 내가 보따리를 들어다 준 허리가 불편한 할머니다. 연신 고맙다고 한다. 또 다른 방향의 할머니는 멀리서도 먼저 나를 알아본다. 그리고 아들이 서울서 가져온 모자를 준다. 그뿐이랴. 마을이장님은 이쪽방향으로 오기만 하면 현관을 두드린다. 그리고 상추, 쪽파를, 신아무개님은 고구마 그리고 아들이 사왔다는 막걸리 한 박스, 조아무개 두 분은 밤, 쪽파, 달래 등을 먹어보라고 가져온다. 모두 몸소 재배한 것이다. 그저 고마울 뿐이다. 건너편에 사는 할아버지는 가끔 식구들을 몰고 우리 집을 구경시킨다. 건물 벽에는 그림이 그려있고, 마당에는 개, 고양이가 있어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끔 아이들은 "아저씨 물 좀 주세요." 머리가 하얀데 어째 아저씰까? 이 모든 것은 우리 부부가 느려터지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느림은 그토록 행복하다'.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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