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어느 유명 영화감독의 이혼청구
법무법인 강산 임승택 변호사
2019-06-27 07:29:33최종 업데이트 : 2019-06-26 10:33:20 작성자 : 편집주간 강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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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어느 유명 영화감독의 이혼청구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어느 유명 배우와 사랑에 빠진 유명 영화감독이 상대방 배우자를 상대로 제기한 이혼소송 제1심에서 패소했다고 한다. 이혼 절차를 밟게 된 지 2년 7개월 만이다.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파탄에 이르렀더라도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기존의 대법원 판례를 따른 것이었다.
바람난 배우자가 그 상대방 배우자를 상대로 이혼청구 할 수 있을까? 결혼한 배우자가 외도를 하고 집을 나가 아예 살림을 차리고 난 다음 상대방 배우자에게 이혼청구를 할 수 있을까? 이는 흔한(?) 논쟁이지만, 유명 영화감독이 상대방 배우자에게 제기한 이혼소송 사건뿐만 아니라 외도하고 집을 나가 살림을 차리고 아이까지 갖게 된 어느 재벌 회장이 상대방 배우자를 상대로 제기한 이혼소송 사건도 함께 언론에 보도되자 이를 계기로 특별히 새로울 것 없는 위와 같은 논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이러한 논쟁을 이해하려면, 위 유명 영화감독과 재벌 회장이 제기한 이혼소송의 법률상 근거가 무엇인지를 알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민법 제840조는 제1호부터 제6호까지 재판상 이혼사유를 규정하고 있는데, 그 중 위와 같은 이혼 사건은 제6호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라는 규정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근거한다.
즉, 어떤 사유로든 혼인의 실체가 소멸하였다면 그에 맞게 혼인관계가 정리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되어야 한다는 견해(혼인이 파탄되었다면 이유를 불문하고 재판상 이혼사유가 된다는 의미에서 이를 '파탄주의'라 부른다)와 혼인의 실체를 고의로 파괴한 배우자에게 재판상 이혼청구권을 인정한다면 혼인제도가 요구하는 도의성과 사회통념에 반하고 오히려 축출이혼을 허용하게 되고 말 것이라는 우려가 있어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허용될 수 없다고 해석하는 견해(혼인의 소멸에 책임있는 배우자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이를 '유책주의'라고 한다) 등으로 나뉜다. 위 유명 영화감독과 재벌 회장은 앞선 견해에 근거하여 이혼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대법원 판례는 아직까지 위 두 견해 중 유책주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지만, 현재 우리 사회는 파탄된 부부관계를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강제로 유지시키는 것도 무의미하고, 여기에 과거와 달리 여성의 경제적 자립도가 높아지고, 과거와 달리 이혼과정에서 재산분할청구, 면접교섭권, 양육권과 친권 등에 있어 양성 평등 보장이 법적·제도적으로 보장되고, 손해배상청구를 통하여 응징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파탄주의로 해석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강화되는 경향에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러한 경향에 따라 대법원도 유책주의의 예외를 허용하기 시작하였다. 즉, 상대방 배우자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는 경우, 이혼을 청구하는 배우자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와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뤄진 경우, 세월의 경과에 따라 유책배우자의 유책성과 상대방 배우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이 악화하여 상방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무의미해졌을 경우 등에는 유책주의를 적용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대법원 판례의 변화조짐에 대하여, 많은 학자와 법조인은 가까운 장래에 이혼의 인식과 가치관의 변화, 여성의 사회적 진출 및 경제적 자립, 이혼 과정에서의 양성평등 등을 이유로 파탄주의로 나아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런데 위와 같은 실제 두 이혼소송 사건을 접하면서 오히려 드는 생각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권 행사라는 것이 과연 이혼에 대한 인식과 가치관 변화, 여성의 지위 향상만 관련된 문제인가 하는 의문을 낳게 한다. 불법을 저지른 자에게 이를 공고히 할 수 있도록 권리를 부여하는 꼴이 되는 것은 아닌가, 결과론적이긴 하지만 법이 불법의 적법화를 조장하는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좀 더 근본적인 문제가 도외시 되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
한편, 두 이혼사건 중 특히 재벌 회장의 상대방 배우자에 대한 이혼소송 사건에서 상대방 배우자의 사회적 지위가 일반인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실상 그 지위와 활동은 남성인 재벌 회장의 주된 지위와 활동에 보조적인 것에 불과할 뿐이라는 의구심이 든다는 점에서도, 바람난 배우자의 이혼청구권 인정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좀 더 다양한 시각과 논점으로 논쟁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임승택 변호사 약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