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칼럼] '삼남매가 용감하게' 수원이 참 예쁘게 나오네요
김우영 언론인
2022-12-19 10:27:12최종 업데이트 : 2022-12-19 10:27:01 작성자 : e수원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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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저녁 약속 시간보다 일찍 집을 나섰다. 산책을 하기 위해서다. 팔달문 시장을 거쳐 남수문 동쪽 동남각루-봉수대-창룡문을 지난 뒤 성 밖으로 나가 동공원으로 들어섰다, 지난 가을 억새꽃이 장관을 이뤘는데 당시보다는 덜하지만 그래도 아직 남아 있는 억새꽃들이 많아 여전히 보기에 좋았다. 천천히 걸어서 용연에 도착했다. 바람은 차가웠고 평일 오후지만 그래도 꽤 많은 사람들이 연못 주변에 앉아 주변 풍경에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 수원천을 건너려고 방화교 쪽으로 가는데 통행이 통제되고 있다. 무슨 영화인지 드라마인지를 찍는 모양이다. 가까이 갈 수가 없어서 먼빛으로 보니 남녀 배우들이 다리위에서 연기를 하고 있다. 거리가 있는데다 평소 드라마를 보지 않아 누가 누군지 모르겠다. 가까이 있는 스텝에게 무슨 촬영을 하느냐고 물어보니 '삼남매가 용감하게'란다. 어디서 들은 것 같기도 하다. 나중에 검색을 해보니 KBS2TV가 9월 24일부터 방송하고 있는 주말 드라마인데 시청률이 거의 20%에 육박한단다. KBS2TV 드라마 '삼남매가 용감하게' 한 장면(KBS2TV 화면 촬영) 드라마를 촬영한 행궁동 수원천변의 한 카페(사진/김우영) 50부작으로써 장녀로 가족을 위해 양보하고 성숙해야 했던 큰딸과 연예계 톱스타로 가족을 부양해야 했던 장남, 두 사람이 만나 행복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란다. 우리나라 가정의 장녀, 장남이 어떤 속앓이를 하는지 알 수 있는 드라마라고 소개하고 있다. 궁금증에 지난 주말 일부러 시간을 내서 시청했다. 정말 그때 방화교에서 촬영했던 장면들이 나왔다. 처음부터 본 것이 아니라 줄거리는 모르겠다. 인터넷에서 더 검색해보니 방화교 뿐 아니라 수원 곳곳에서 촬영했다. 방화수류정과 그 위 언덕 성벽, 수원천변 카페, 행궁동, 광교 이편한세상 아파트 연못 등이 배경으로 아름답게 펼쳐지고 있다. 행복씨네의 '오늘 카레'라는 집도 나오는데 아치형 터널 뒤에 화성 성벽과 지동 언덕위의 교회도 보인다. 하지만 수원곳곳을 안다고 자부하는 나도 어딘지 알 수 없다. 아마도 세트장일 듯하다. 요즘 수원, 특히 행궁동이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 각광받고 있다. 글로벌 OTT 넷플릭스를 타고 전 세계에 K-드라마의 저력을 보여준 ENA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김밥집으로 나온 선경도서관 앞 음식점은 행궁동을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반드시 들러 사진을 찍고 가는 곳이 되었다. 몇 년 전 방송된 KBS2 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에서도 팔달산 계단에서 연인이 만나는 장면이 자주 등장했고, SBS '그해 우리는', OCN '경이로운 소문', MBC의 '운빨로맨스'는 행궁동에서 많은 부분을 촬영했다. 이보다 훨씬 앞서 MBC '대장금'과 SBS '왕과 나'는 화성행궁에서 찍었다. 행궁동은 현재 이른바 '핫'한 지역이 됐다. 몇 해 전부터 특색 있는 카페와 음식점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땅값과 집값, 월세 권리금도 크게 올랐다. 어떤 도시처럼 원주민 유출 현상(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면 어떡하나 라는 걱정이 들 정도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빈곤‧정체지역이 활성화되면서 기존의 저소득층 주민이 떠나는 현상이다. '신사 계급, 상류 사회, 신사 사회의 사람들'을 뜻하는 젠트리(gentry)와 화(化)를 의미하는 피케이션(fication)의 합성어다. 나는 행궁동 사람들이 떠나지 않고 계속 머무르면서 이 이 정겨운 모습을 오래도록 유지하길 바란다. 그래야 '삼남매가 용감하게' 같은 드라마 촬영이 이어질 것이고 더 많은 관광객들이 모일 것이기 때문이다. '삼남매가 용감하게' 드라마 촬영지인 용연(사진/김우영) 한 누리꾼이 댓글에 "'삼남매가 용감하게'에 수원이 참 예쁘게 나오네요"라고 썼다. 늘 걷던 길에서 만나는 풍경이지만 화면으로 다시 보니 정말 멋지다. 7~8년 전 무리를 해서라도 이곳에 작은 집 한 채 사놓았어야 하는데. 허, 이렇게 변할 줄 누가 알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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