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조원공원 가로등 아래 울려퍼지는 맹꽁이 세레나데
조원동 맹꽁이공원, 우리동네 생명의 보물창고
2024-06-25 14:28:15최종 업데이트 : 2024-06-25 14:28:11 작성자 : 시민기자   김효임
장안구청 맞은편 버스정류장 인근 조원공원에는 맹꽁이소리로 가득하다

장안구청 맞은편 버스정류장 인근 조원공원이 맹꽁이 소리로 가득하다.


지난밤 장안구청 사거리 신호등을 건너는데 도로변 쪽에서 맹꽁이 소리가 쉴 새 없이 들려왔다. 장안구청 맞은편 조원공원은 수원에서 유명한 맹꽁이 서식지다. 여름이 시작되는 비가 내리는 때면 맹꽁이 소리가 난다. 해마다 이맘때 들을 수 있던 맹꽁이 소리지만 올해는 유난히 우렁차고 구성지게 들린다. 

장안구청 맞은편 버스정류장에서 맹꽁이 소리를 듣다가 가만가만 공원 쪽으로 올라가 봤다. 살금살금 맹꽁이들의 합창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공원으로 올라가보면 눈먼 맹꽁이 한 마리쯤은 직접 맨눈으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과 호기심이 발동한 것이다.

조원공원은 맹꽁이들이 서식하는 곳이다

조원공원은 맹꽁이들이 서식하는 곳이다


조심스레 조원공원에 올라가 봤더니 얼마 전 내린 비로 흙은 젖었고 밟으면 살짝 발자국이 남을 정도로 축축했다. 소리가 나는 쪽에는 작은 물 웅덩이가 있었는데 물이 가득했다. 맹꽁이 알로 추정되는 작은 알갱이들이 웅덩이를 뒤덮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벌써 수많은 개체가 널려 있었다. 맹꽁 맹꽁 하는 소리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으며 마치 자기들끼리 합창을 하듯이 하는 것 같아도 아주 가까이 가면 인기척을 느끼는지 소리가 멈춘다. 그러다가 다시 살금살금 조금 멀찍이 서있으면 맹꽁이 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한다. 맹꽁이 세레나데다. 

맹꽁이들이 가득한 조원공원 물웅덩이

맹꽁이들이 가득한 조원공원 물웅덩이

자세하게 살펴보면 맹꽁이 또는 개구리알로 추정할 수 있는 개체들이 가득하다

자세하게 살펴보면 맹꽁이 또는 개구리알로 추정할 수 있는 개체들이 가득하다.


생명이란 무엇일까? 맹꽁이 세레나데를 감상하며 잠깐 동안 서서 듣는 그 음악소리에 취해 자연의 신비에 거룩함마저 든다. 단조로운 소리 같지만 맹꽁이 소리를 계속 들어보면, 때묻지 않은 순수함과 열정이 느껴지는 것이 여느 음악회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감동적이다. 이 소리는 혼자가 아닌 우리를 실감하게 해주는 맹꽁이 공동체 연주이고, 또 그것이 생명을 잇고자 하는 사랑의 세레나데라는 것이고, 비록 작은 물웅덩이지만 그 보금자리를 지켜내고야 말겠다는 굳은 의지의 표현이고, 우리가 이렇게 살아있었노라는 삶의 교향곡인 셈이다.

작고 귀여운 맹꽁이 그의 또다른 이름은 쟁기발 개구리다

작고 귀여운 맹꽁이 그의 또다른 이름은 쟁기발 개구리다.


허리를 구부리고 작고 귀여운 맹꽁이 하나를 만나 사진을 찍고 있는데 한 어르신이 다가와서 물어본다.

"맹꽁이 나왔어요?"

숲길에 맹꽁이가 많아서 잘못하면 맹꽁이가 다칠까, 걱정된다면서도 맹꽁이 소리가 좋아서 왔다고 했다. 올해 76세로 장안구청 맞은편 주택에 살면서 아침저녁으로 잠깐씩 산책을 한다고 말한 그 어르신은 "한동안 이 일대를 다 파헤쳐 놔서 맹꽁이들이 다 없어져버렸나 걱정했는데 맹꽁이 소리를 들으니 이 녀석들이 잘살고 있었네요. 일 년에 딱 요맘때만 들을 수 있는 맹꽁이 소리잖아요. 저는 항상 맹꽁이를 응원하는 마음이에요. 휴대전화에 녹음해서 들어보면 얼마나 힘 있고 우렁찬지 몰라요. 수원시가 이런 환경보존 정책은 정말 잘하고 있다고 봐요."라고 말했다.  
 
조원공원을 산책하는 지역어르신

조원공원을 산책하는 지역 어르신


이 작은 생명 개체가 이렇게 도심 가까이에서 어떻게 이리도 멋진 소리를 내는지 놀라운 일이다. 살아있음을 노래하는 생명의 노래로 인간뿐 아니라 맹꽁이도 살아있노라고 부르는 노래, 일 년에 딱 지금만 들을 수 있는 자연의 노래다. 인간이 내는 기계적 소음이 아니라 자연이 만들어준 노래다. 이 시기가 지나고 한여름이 되면 이 조원공원 숲에서는 또 매미가 나도 살아있었노라고 떼창을 부를 것이다. 사람들이 조금만 욕심을 덜 부리면서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 이렇게 신비한 소리를 듣고 감상할 수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맹꽁이는 본래 농경사회를 이룬 우리나라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양서류였다. '쟁기 발 개구리'는 맹꽁이의 또 다른 이름이다. '논을 갈아엎을 때 튀어나오는 개구리'라는 의미로, 농기구인 쟁기처럼 땅을 잘 파고 숨는다는 뜻에서 부르는 이름이다. 그 이름답게 광교산 자락 조원공원 서식지에서 잘 숨어지내는 모양이다. 이제 온 힘을 다해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는 맹꽁이들을 응원한다. 혹시 조원공원 인근을 지나다 맹꽁이를 만난다면 잘 있었느냐고 사랑의 눈길로 바라봐 주시길 바란다. 
김효임님의 네임카드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독자의견전체 0

SNS 로그인 후, 댓글 작성이 가능합니다. icon 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