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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의 발자취를 그리며 효행길(孝行길)을 걷다
프랑스군 참전비, 노송지대, 만석공원 걸으며 효와 충을 기리다
2024-09-24 16:27:15최종 업데이트 : 2024-09-24 16:27:12 작성자 : 시민기자   진성숙

정조대왕비

정조대왕의 시선은 아버지가 잠 드신 융릉 쪽을 향하고 있다.


추석 연휴가 끝난 직후 주말인 21일, 수원그린트러스트가 주관하는 '수원팔색길 걷기 행복여행'으로 효행길 탐방이 있었다. 궂은 날씨 때문인지 소박하게 해설사 포함 6명이 참석했다. 이날은 오경석, 김범순 두 명의 해설사가 안내를 담당했다.

프랑스군참전기념비앞에서 해설하는 오경석해설사

프랑스군 참전 기념비 앞에서 해설하는 오경석 해설사


첫 번째 방문지는 프랑스군 참전비다. 푸르른 소나무가 우거진 숲 옆에 자리잡은 프랑스군 참전비 앞에 서니 숙연해진다. 6.25전쟁은 참혹했는데, 대한민국이 어디있는 나라인지도 모른 채 그저 자유수호의 신념으로 프랑스군 3,500여 명이 참전해 288명이 전사하고 1,500여 명이 부상을 당하였다고 한다. 오경석 해설사는 특히 당시 평균기온 영하 30도에 달하였던 장진호 전투같은 경우에는 모스크바, 스탈린 그라드 전투와 함께 세계3대 전투에 들어갈 정도로 악조건 하에 명승부였다고 설명한다.

마을의 수호신 법화당 모습(미륵당)

마을의 수호신 법화당 모습(미륵당)

괴목정교에 대한 해설을 듣다정조 때 건립된 괴목정교에 대한 해설을 듣다. (2009년 재건) 효행길 18개의 표지석 중 하나.
 

다음으로 방문한 지지대고개는 조선시대의 교통로이자 조선 22대 왕인 정조(1752~1800)가 만든 효행길이다. 효와 사랑을 중심으로 한 왕의 철학을 보여주는 효행길은, 그의 어머니를 위해 특별히 조성된 길이다. 정조는 그 길을 통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효도를 표현하고자 했다. 이 길은 또한 수원화성 현륭원과 서울을 연결한다. 정조는 이 길을 따라 여러 차례 행차하면서 민심을 살피고 각종 정책을 논의했다고 알려져 있다.

정조가 귀경 중 지지대고개에서 발길이 안 떨어져 융건릉 쪽을 향한 채 오래 오래 머물던 눈물의 여정으로 많은 백성들의 심금을 울린 이야기는 두고두고 회자된다. 프랑스군 참전비에서 조금 내려오면 정조대왕비를 만날 수 있는데 동상인 그의 눈길마저 아버지가 있는 화성 융건릉 쪽을 향하고 있는 듯하다. 한참 걷다보면 미륵석불이 있는 법화당(미륵당)이 나타난다. 지금은 보호를 위해 미개방하고 있다. 

노송지대를 찬탄하다

노송지대의 수려함을 찬탄하다. (사진=수원그린트러스트 제공)


노송지대에 다다르니 잘생긴 적송 등 아름드리 나무들이 반겨준다. 정조는 그 당시 이 일대 능행길에 500그루의 소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전란과 자연소실로 일부가 남아 700여 미터에 걸쳐 선비 나무들이 도열해 시민들의 마음의 위안이 되고 있다. 수원시 노송지대는 작년에 [전국 소나무 100대 숲]에 선정된 곳이어서 그런지 나무들의 품위가 남다르게 보인다.

수원의 역사를 즈려밟다

길에 새겨진 수원의 역사를 즈려밟다. 역사의 길.만석호수가 있는 호젓한 산책길만석호수가 있는 호젓하고 미쁜 산책길


조금 지나니 만석거 호수에 다다른다. 오경석 해설사는 "이곳 역시 정조가 농업을 중시하여 1795년 조성한 인공저수지이다. 이 저수지가 축조되어 쌀을 1만석이나 더 생산하였다고 해서 만석거라 이름불리었다"고 하며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지금은 봄에 벚꽃이 만발하고 사시사철 시민들의 소중한 휴식처로 사랑받고 있다. 저수지둘레는 1300미터이고 만석공원의 면적은 총 10만평에 다다른다. 더불어 효행길도 2014년에 지금의 모습으로 새로이 단장되었다. 

저수지를 사랑한 정조 덕분에 일월호수, 서호호수(축만제), 원천호수, 광교저수지 등 호수가 많은 수원은 누가 뭐래도 물의 도시같다.

이날의 주인공은 소나무라고 할 정도로 만석공원에도 잘 가꾸어진 멋진 소나무 군락들이 연신 내방객을 기쁘게 했다. 주위로 영화정과 수원시립만석전시관, 슬기샘도서관, 야외음악당까지 품고 있는 만석공원은 예술문화 공간이자 더할 나위 없는 휴식공간이기도 하다. 공원 축구장에는 새로이 맨발걷기길이 조성되어 많은 시민들이 운동 겸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북구상린 비석

만석거 연꽃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북지상련 기념석여의루정자앞에서 기념사진여의루 정자 앞에서 기념사진. (사진=수원그린트러스트 제공)


마지막 코스로 만석공원 축구장 옆 여의루(餘意樓)라는 이층 누각 앞에서 사진을 찍고 이날의 트레킹을 무사히 마쳤다. 장안문 장천교까지 이어진 효행길은 총 12.3Km이나 이날은 5Km를 여행하였다.
 

정조의 효행길은 단순한 도로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 길을 걸으며 정조는 자신의 철학과 정치적 이상을 구현했다. 그는 효도와 민생을 중시하며 백성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였다. 현명한 군주로서의 모습과 극진한 효를 실천한 따뜻한 인간으로서의 정조를 생각하며 걸어 본 효행길. 마음이 차분해지는 배움과 명상의 힐링로드였다.

 

참가자 중 이중배 님은 "비올 때 트레킹 하기는 처음이다. 그래서 아주 색다른 느낌이었고 전체적으로 해설사 선생님이 설명을 잘해주셔서 역사나 문화공부도 많이 됐다"고 만족하였다.

 

이슬비가 촉촉히 내리는 가운데 오히려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역사 공부에 더 매진하고픈 생각이 들 정도로 진지하고 의미있는 효행길 답사였다. 자원봉사자들은 쓰레기도 줍고 폭풍우에 쓰러져 도로에 나뒹구는 차단막을 제자리에 놓기도 한다. 선행과 함께 꿋꿋하게 나아가는 시민들의 역사적 배움의 길 팔색길 행진은 계속될 것이다.

한편 수원그린트러스트 관계자는 10월에도 첫째, 둘째, 셋째 토요일에 각각 세 가지 코스로 다양한 팔색길 투어를 예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심 있는 시민들은 많이 신청하여 단풍 시즌의 알록달록한 행복 여행을 누리시기를 바란다. 


수원팔색길 걷기 행복여행
예약: 수원시 통합예약시스템 - "팔색길" 검색 후 신청 
대표전화: 031-242-8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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