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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있는 동네 산책하기
연무동에서 마주하는 풍경
2024-10-11 13:03:06최종 업데이트 : 2024-10-11 13:03:04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광교 공원. 몸집이 큰 나무들 아래 사람들이 쉬고 있다. 공원 분수대 물소리가 맑게 들린다.

광교 공원. 몸집이 큰 나무들 아래 사람들이 쉬고 있다. 공원 분수대 물소리가 맑게 들린다.


  낯선 동네에 자주 간다. 골목을 걷는다. 언뜻 보면 도시는 획일화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깊게 들어가면 색다른 풍경을 만난다. 공간에 사람들 시간이 담겨 있다. 왜곡되지 않은 과거 시간이 허름하게 매달려 있다.

  연무동이 그렇다. 여기도 건물과 도로로 구획 지어져 있는 평범한 동네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전하는 특별한 동네다. 길거리 담벼락에 퉁소 바위 이야기가 있다. 그림과 함께 아트월로 만들어 있다. 창룡문 쪽으로 가면 퉁소 바위 공원도 있다. 여기에 전해 오는 이야기도 자세히 기록되어 있고, 어린이공원에도 같은 이야기를 고급 타일 벽으로 만들어 놓았다. 

퉁소 바위 이야기. 이곳은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전하는 특별한 동네다. 창룡문 쪽으로 가면 퉁소 바위 공원도 있다.

퉁소 바위 이야기. 이곳은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전하는 특별한 동네다. 창룡문 쪽으로 가면 퉁소 바위 공원도 있다.


  좁은 길로 들어서니 동네 속살이 보인다. 사람들이 민들레처럼 사는 모습이 연상된다. 집들이 어깨를 기대고 있어 길도 좁다. 구부러진 길 끝에도 야무지게 버틴 집도 보인다. 길은 좁고 구부러졌지만, 달빛이 찾아오기에는 충분하다. 일터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동네 사람들도 넉넉하게 별을 보며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이곳은 한국전쟁 이후 피란민들이 모여 살았다. 당시 사진 자료 등에 보면 무너진 동북공심돈 성벽 아래에 판자로 지은 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용연도 피란민 집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그러다가 1970년대는 서민층이 대거 살았다. 지금은 새로운 다세대 주택이 들어서고, 고층 아파트도 있다. 길도 새로 정비한 곳은 차들이 양쪽으로 다닐 수 있다. 

연무동은 예로부터 감나무가 많았다. 동네 사람들은 감을 팔아 생계를 이었다고 한다. 험난한 인생에 가족을 품고 살았던 이야기다.

연무동은 예로부터 감나무가 많았다. 동네 사람들은 감을 팔아 생계를 이었다고 한다. 험난한 인생에 가족을 품고 살았던 이야기다.


  반딧불이 연무시장에 간다. 원래는 연무시장이었는데, 반딧불이가 붙었다고 한다. 반딧불이는 광교산 상징이다. 반딧불이가 광교산에 군락을 이뤄 서식한다는 연구는 그만큼 자연환경이 맑고 깨끗하다는 의미다. 이 상징성을 살려 길거리에도 반딧불이 그림이 있고, 가로등에도 반딧불이 문양이 있다. 

  시장 입구에는 동네 축제 현수막이 걸려 있다. 감골 축제다. 이곳에 예로부터 감나무가 많았다고 한다. 동네 사람들은 감을 팔아 생계를 이었다고 한다. 험난한 인생에 가족을 품고 살았던 이야기다. 가난했지만, 구김살 없이 살아온 사람들이다. 

쪽박산 어린이공원에 스마트 파고라. 대기질이 나쁜 날에도 깨끗한 공기를 마시며 운동할 수 있다.

쪽박산 어린이공원에 스마트 파고라. 대기질이 나쁜 날에도 깨끗한 공기를 마시며 운동할 수 있다.


  걷기는 단순한 행위가 아님을 깨닫는다.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세상이 내면으로 연결된다. 우리는 삶을 너무 쉽게만 생각한다. 길가에 작은 꽃도 온 힘을 다해 핀다. 마찬가지로 절실함이 삶이라는 생각을 담는다. 낯선 풍경이 삶을 풍요롭게 한다. 다시 걸음에 즐거운 기대가 일렁거린다. 걷기는 발견의 기쁨과 사유의 즐거움을 준다. 

  길가에서 나눔의집을 만난다. 무료급식 간판이 붙어 있다. 교회에서 동네 취약계층에게 음식 제공을 하고 있다. 하루 세끼를 365일 내내 준다. 정성이 지극하다. 식사 한 끼로 사람들은 따뜻한 감동을 저장한다. 나눔의 집은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공간이다. 

나눔의집. 무료급식소다. 걸으면서 마음 따뜻한 공간을 만난다. 걷기가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발견의 기쁨과 사유의 즐거움을 주는 것을 느낀다.

나눔의집. 무료급식소다. 걸으면서 마음 따뜻한 공간을 만난다. 걷기가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발견의 기쁨과 사유의 즐거움을 주는 것을 느낀다.


  연무동에는 사랑을 상징하는 공간이 또 있다. 한국전쟁 이후 상이군경들이 많았다. 전쟁 이후 국가는 재건에 허덕이며 그들에게 손을 쓸 수가 없었다. 10년이 지나고, 군사정권이 들어서고 상이군경 처우 개선을 시작했다. 1963년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박정희 대장 지시로 수원에 창훈대가 세워졌다는 기록이 있다. 현재도 국가유공자와 유족들이 이곳에서 노후생활을 편안하게 지내고 있다. 

연무동도 고층 아파트가 들어섰다. 동네의 전통과 가치만은 사라지지 않고 다음 세대에게 전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연무동도 고층 아파트가 들어섰다. 동네의 전통과 가치만은 사라지지 않고 다음 세대에게 전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광교 공원으로 간다. 몸집이 큰 나무들 아래 사람들이 쉬고 있다. 여긴 공원이 아니라 그냥 숲속이다. 바쁨도 없고 서두름도 없다. 천천히 걷고, 아무 데나 앉으면 좋다. 가까운 곳에서 들리는 물소리에 마음도 젖는다. 

  연무동 길은 어디서든 광교산이 보인다. 그리고 수원천이 감싸는 동네다. 보훈원 등 널리 알려진 공공건물부터 작은 길목에 집까지 저마다 사연과 추억을 지니고 있다. 동네 전체에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가 숨쉰다. 

연무동에 창훈대도 사랑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전쟁 상처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품은 공간이다.

연무동에 창훈대도 사랑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전쟁 상처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품은 공간이다.


  도심은 정형화된 개발로 고유한 개별성이 있는 곳이 드물다. 연무동은 특별한 경험과 기억이 담긴 동네다. 시간의 더께가 쌓인 동네 풍경이 서로 말을 건네고 낯선 행인의 마음을 두드린다. 짧은 시간인데도 마음속에도 오래 남는다. 

연무동은 수원천이 감싸는 동네다. 연무동은 어디서든 광교산이 보인다. 자연환경이 아름답다.

연무동은 수원천이 감싸는 동네다. 연무동은 어디서든 광교산이 보인다. 자연환경이 아름답다.


  인덕원역에서 동탄역으로 가는 철도 공사 사업 현장이 보인다. 광역전철이 이곳을 지난다. 여기도 개발이 진행된다. 길은 새로 나지만, 동네 골목길은 여전히 남는다. 동네 의미와 가치가 사라지지 않고 다음 세대에게 전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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