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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수원수목원' 가을에 방문하니...
가을 숲에는 닭다리 튀김이 있었다
2024-11-12 11:03:50최종 업데이트 : 2024-11-12 11:03:44 작성자 : 시민기자   장선진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수원수목원의 가을 풍경이다.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수원수목원의 가을 아침 풍경


가을 숲을 찾아가자!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수원수목원(이하, 서울대 수원수목원)은 '권선구 서호로 16'에 위치한다. 서울대 수원수목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학교수목원이다. 1907년 수원캠퍼스 구내 수목원을 조성, 1926년 '수목원 안내서'를 발표하면서 시작되었다. 이곳에는 1913년에 우리나라 최초 리기다소나무 조림지를 조성하였다. 자생식물을 비롯한 북반구 국외 도입식물(47과 101속 185종)을 증식, 보전, 전시, 연구하는 기능을 한다. 현재는 동·서편의 22만 1000m² 부지에 대학 실습 및 일반인 프로그램을 통한 교육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2020년 서울대 수원수목원에는 수원시 지원으로 숲해설센터가 설치되었다. 매년 봄부터 가을까지, 대개 4월에서 11월까지 일반에 개방된다. 수원시민 누구라도 통합예약시스템을 통한 사전 예약으로 방문이 가능하다. 매달 다양한 주제로 숲 해설과 체험 프로그램이 무료로 진행된다. 
 
서울대 수원수목원의 숲해설에 참여한 시민들 모습이다.

서울대 수원수목원의 숲해설에 참여한 시민들 모습이다.


100년 넘은 세월 동안에 숲은 계속 천이 되었다. 천이란? 생물 군집이 환경이나 양분 변화 또는 경쟁 등 다양한 생태요인으로 시간이 자남에 따라 군집된 식물이 변화되는 과정을 말한다. 100년 숲이라 부르는 '노거수관찰원'에는 문자 그대로 100년 이상 된 나무들이 하늘을 행하여 높다랗게 뻗어있다. 대표적인 칠엽수는 성인 두 사람이 팔을 뻗어서 겨우 만날 정도로 큰 둥치를 지녔다.

밑동이 불룩불룩 솟아난 나무들은 왜일까? 질문에 대하여 사람들이 열매를 얻기 위해 몽둥이로 줄기를 쳐댔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서울대 수원수목원은 산림의 경제적 이용보다는 교육과 연구를 위한 목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것을 상기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낌없이 내어줄 것을 요청한 그것에는 어떤 사정이 있었을까? 일제 강점기 수탈이나 전쟁 시기에 배고픔 때문이었을까? 모두가 잘살아 보자며 외쳐 애쓰던 어려움의 세월을 지나면서였을까? 어떠하든 인간의 이용을 위해 내어주며 고통 받았을 나무에 대한 미안함에 숙연한 마음이다. 한편으로는 상처와 아픔은 흔적을 남겼지만, 치유되어 더 굵고 단단하게 성장한 강인한 생명 에너지를 나무로부터 전달받은 것만 같다. 힘차게 발걸음을 내딛게 된다. 

서로 다른 이들이 숲에 함께 모였다.

서로 다른 이들이 숲에 함께 모였다.


숲에서는 은백양과 수원사시나무의 자연교잡종, 은사시나무도 만날 수 있다. 이 나무는 현신규 박사가 육종하여 전국에 대량 보급한 공로로 현사시나무로도 불린다. 해설사는 잎자루를 흔들어 보이면서 사시나무 떨듯하다는 말을 설명했다. 다른 나무에 비해 잎자루가 길어 미세한 움직임에도 잎이 크게 떨리는 특징이 있기에 유래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현 박사가 리기다소나무와 테에다소나무의 우수한 성질을 인공적으로 교잡해서 개량한 '리기테다소나무'들도 볼 수 있다.

군집을 이룬 다양한 참나무들이 낙엽을 떨구어 걸을 때마다 바스락 거리는 소리를 듣는다. 가볍게 부수어지는 소리가 경쾌하다. 외래수종관찰원에는 외국종들이 단풍든 잎이 무성히 달린 대왕참나무와 큼지막한 도토리를 사방에 떨군 루브라참나무도 왕왕 보인다. 사방에 떨어진 일본 목련 잎을 하나를 주웠다. 얼굴에 가져다 대어보니 가릴 만큼 크다. 뽀뽀나무 앞에 다다라서는 하나둘씩 키득키득 웃는다. 오해는 말라. 파파야와 비슷해 스페인어로 파파야(Papaya)를 뜻하는 포포에서 그 명칭이 유래되었으니. 열매의 약성이 좋다는 말에 또다시 눈들이 반짝거린다. "언제 쯤 열리나요?" 

근처 나무에 난 구멍들이 여전히 어떤 쓰임을 가지는가에 머무를 우리의 관심을 환기시킨다. 신기하게 구멍을 살피자, 해설사는 오색딱다구리가 많이 산다고 하였다. 숲은 다양한 생물들의 터전이기도 하다. 신도시 개발과 도시의 확장으로 인해 딱따구리 서식지 반경이 대폭 줄어들었다. 어디 딱따구리뿐이랴 만. 이곳에는 딱다구리가 파놓은 구멍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숲에서는 쉼 없이 새들 지저귐이 들리고 있었다. 큰 나무들이 고요히 선 숲이 아름다운 소리로 그 매력을 더한다. 
 
나무를 오르는 청설모.

나무를 오르는 청설모.


걸음을 멈추어 나무에 대한 설명을 듣노라니, 청설모 몇 마리가 재빠르게 기고 이리저리 나무들을 가뿐히 뛰어 노닌다. 청설모(靑鼠毛) 문자를 풀면, 청서(소나무와 잣나무에 서식하여 푸를 청靑과 쥐 서鼠)의 털, 겨울나기를 준비하여 이름에 걸맞도록 길고 수북한 털옷으로 갈아입었다.

외래종이란 오해도 있지만, 토착동물이다. 한국에 사는 북방청서의 학명은 coreae, coreanus다. 한 가지 더, 우리나라에서 다람쥐라 부르는 줄무늬 다람쥐는 chipmunk이고, squirrel은 청서계통을 가리킨다. 그래서 영어명은 korean squirrel. 청설모는 다람쥐와 다르게 동면하지 않고 나무 위에 집을 짓고 살아간다. 나무열매, 밤, 도토리, 잣, 솔방울, 호두 같은 것이 주된 먹이다. 다람쥐를 잡아먹는다는 항간의 오해가 서글플 법도 하다.

청설모가 남긴 솔방울의 모습.

청설모가 남긴 솔방울의 모습.


사람을 보고도 놀라지도 않는다. 평화로이 잇댄 마음을 가진 이들의 방문이 익숙하게 되었나 보다. 열심히 씨앗을 긁어먹고 남긴 앙상한 구과도 적잖이 볼 수 있었다. 구과는 소나뭇과 나무에 달린 열매로, 솔방울이 대표적이다. 사람들은 마치 "새우튀김 같다." "도깨비방망이 같다." "튀긴 닭다리 같다."라는 등 비슷한 모양새를 서로 떠올려 이야기하며, 깔깔거려 웃는다. 그 사이 사람들의 숲에 대한 흥미도 더욱 높아졌다.

계절에 따른 해설만이 아니라. 프로그램에는 다양한 숲 체험과 놀이가 포함되어 있다. 함께 참여한 중년 남성은 심폐소생술 교육을 신청하려다가 인원이 많아 대신하여 신청했다는 참여 동기를 밝혔다. 남다른 사연에 모두 한바탕 웃고 나니, 다시금 말을 이었다. "초등학교 어린 시절에 산은 송충이를 잡으러 가는 곳 정도였다." 그러고는 가는 미소를 띤다. 더 이상의 말이 없었지만, 볕뉘 가운데 함께한 누구라도 생략된 많은 말들을 공감할 수 있었다.

거울을 이용하여 다른 시각으로 숲을 바라본다.

거울을 이용하여 다른 시각으로 숲을 바라본다.


기꺼이 비용을 지불할 만한 알찬 경험이다. 그렇지만, 만족도가 높았던 만큼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도 누구라도 이런 높은 문화적 경험을 계속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도 동시에 들었다. 며칠 새에 한 번 더 다녀왔다. 어린 자녀들과도 함께 오고 싶다. 앞서 오후에 다녀왔던 숲과 달리, 햇살이 퍼지는 오전의 숲은 다른 매력을 품고 있었다. 계절에 따라서도 다른 모습을 보여줄 테니, 내년 봄이 되어 숲이 열리거든 계절마다 챙겨서 방문해야겠다. 매서운 겨울을 잘 지내고, 다시 만날 생명들에 대한 기대로 벌써 설렌다. 우리 다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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