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궁동 행리단길 입구, 주말과 공휴일에는 '차없는 거리'를 운영하고 있다.
늦가을이지만 날씨가 좋아서 어디론가 가고 싶어진다. 단풍구경을 많이 가는 계절이기도 하지만 우리 곁에서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는 행리단길과 벽화골목, 행궁동 벽화마을로 가볍게 가족 나들이나 연인들끼리 데이트를 즐겨 보는 것은 어떨까?
수원시는 행궁동 주민자치회와 함께 올해 12월 말까지 '행궁동 함께 걷는 거리(옛 차 없는 거리)'를 시범 운행하고 있다. 매주 토·일요일, 공휴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행리단길(화서문로 34번지~정조로 869-1번지 구간)의 차량 통행을 제한해 안전한 보행로로 만들고자 하고 있다.
행궁동 함께 걷는 거리는 행궁동 주민자치회에서 제안해 수원시와 함께 운영하는 사업이다. 수원시는 관련기관 협의 등 행정적인 지원을 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보도자료를 통해 "안전하고 쾌적한 보행문화 확산을 위해 '행궁동 함께 걷는 거리'를 시작하게 되었다. 행궁동에 방문할 예정인 분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라고 전한바 있다.(아시아경제, 2024. 09. 23. 보도 인용, 이영규 기자)
수원시 행궁동은 수원화성 일대의 장안동, 신풍동, 북수동, 남창동, 매향동, 남수동, 지수동 등 12개 동네를 일컫는 이름이다. 수원의 중심지였던 행궁동은 1997년 수원화성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면서 엄격한 개발 규제로 시간이 멈춘 듯 한곳이 되었다. 그런 행궁동에 주민과 시민 단체, 예술가들이 뜻을 모아 벽화를 그리면서 벽화마을을 완성, 지금은 수원 화성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 명소로 떠올라 생기가 도는 곳이 되었다.
행리단길, 길을 따라 가로수가 뻗어 있는 모습이 시선을 사로 잡는다.
행리단길은 '수원화성'의 성안 마을인 행궁동을 따라 형성 되어 있는 골목길을 일컫는다. 아기자기 하게 꾸민 상점과 카페, 공방과 갤러리, 세계 각국의 전통음식점들이 자리 잡고 있다. 평일이라서 그런지 거리에는 제법 많이 차들이 다니고 있어서 조금 위험해 보이기는 하였다.
차들이 없다면 여유롭게 사진도 찍고 주변을 둘러 볼 수 있을 것 같은 아쉬움이 있었지만, 주말에 차 없는 거리를 운영하고 있다고 하니 그 때 방문을 한다면 더 안전하고 편하게 행리단길을 걸을 수 있어 좋을 것 같다. 방문했을 때가 마침 점심시간 즈음이어서 맛집을 찾은 이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 중에 고등학생이라고 밝힌 4~5명의 학생들을 볼 수 있었는데, 간단하게 행리단길의 좋은 점을 이야기 해달고 하였더니 " 행리단길이 다른 어느 지역보다 좋은 것 같다. 가족끼리 나들이하기에도 좋고, 연인들끼리 데이트하기에도 좋은 곳이라서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아온다." 어렸을 때부터 계속 행궁동에서 살고 있었다는 한 학생은 "어릴 때 기억은 많이 나지 않는데 옛날보다 지금의 거리가 더 깨끗하고 좋아졌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과거의 모습과 비교하여 이야기해 주었다.
신풍동 벽화골목에서 처음 마주한 '안녕하세요 길'
행리단길에도 행궁동 왕의 골목이라는 벽화골목(신풍동 벽화골목)이 있다고 해서 찾아가 보았다. 벽화 골목길로 들어서니 '안녕하세요 길'과 '손이가요 손이가' 길로 나누어져 있는 이정표가 보였다. 먼저 '안녕하세요 길'로 가 보았다. '안녕하세요 길' 골목 끝으로 돌아 나가니 어르신 두 명이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어서 잠깐 인사를 나눴아. 이들은 여기 신풍동 벽화골목에서 30여년 째 거주한다고 말했다. 주변이 행리단길로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데 생활하는데 혹시 불편하지는 않은지 물었더니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니 사람 사는 것 같아서 좋다. 이렇게 기자라는 젊은이도 찾아 와서 말도 걸어주고 아주 좋다. 골목 안으로 돌아 들어가면 드라마에도 나왔던 곳이 있다."라면서 벽화골목을 안내해주었다.
행궁동벽화마을
다시 큰 길을 따라 나와서 횡단보도를 건너니 '행궁동 벽화마을'이라는 표시가 보였다. 여기가 예전에 내가 와 봤던 벽화골목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길에 멈춰 서서 옛 추억을 떠 올려 보았다. 그때는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 녀석과 함께 우연히 길을 따라 걷다가 마주친 곳인데, 이번에는 마음먹고 찾아 왔는데도 찾기가 힘들었다. 주변 시민들에게 물어 보아도 행리단길은 잘 알지만 행궁동 벽화마을을 잘 모른다고 하니 여기가 진짜 수원의 숨은 명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행궁동 벽화마을은 2011년 대한민국공간문화대상 대통령상수상지이다. 그러고 보니 처음 방문했을 때가 2011년이나 2012년이었던 것 같다. 골목길을 걸으니 10여 년 전의 생각이 나기도 하고 그 때 있었던 벽화와 건물이 없어진 곳도 있고 새롭게 단장이 된 곳도 있었다.
여기에서는 '사랑하다 길'이 눈에 들어 왔다. 여러 개의 열쇠고리가 채워져 있는 길로 시작되는데 그 때도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였지 싶다. 풋풋한 여인들의 모습을 담은 벽화가 많으며, 커플들에게 인기가 있다. 사랑하게 길을 따라 걸어가니 소박하지만 잘 가꾸어진 정원이 나왔다. 정원 안에 마련되어 있는 벤치에는 근처 공방에서 나왔다는 수강생들이 차를 마시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지금은 행궁동 벽화마을의 건물들이 거주하는 공간이기 보다는 공방이나 카페 등으로 운영되는 곳들이 많았다. 골목 끝으로 나오니 수원에서 아주 오래 되었다는 금보여인숙의 잉어벽화를 볼 수 있어 반가웠다.
행궁동 벽화마을은 '2011년 대한민국공간문화대상 대통령상수상지'이다.
행궁동벽화마을의 '사랑하다 길'
행리단길과 벽화골목, 행궁동 벽화마을을 천천히 느긋하게 둘러보다가 마음에 드는 예쁜 카페에서 차 한잔과 함께 휴식을 즐기거나 맛집들이 많으니 미식여행을 즐기는 것도 괜찮다. 구석구석을 둘러보기 위해서는 편한 신발을 신는 것을 필수이고 곳곳에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으니 벽화 앞에서 예쁜 사진을 찍거나 조형물과 함께 나만의 포즈를 취해 남겨보는 것도 좋겠다. 벽화를 만지거나 훼손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도 꼭 기억하면서 둘러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