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과 복제, 예술세계로 초대
<세컨드 임팩트> 수원시립미술관 전시 관람기
2024-11-19 11:09:42최종 업데이트 : 2024-11-19 11:09:34 작성자 : 시민기자 양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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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립미술관 입구 햇살이 좋았던 11월, 행궁동에 위치한 수원시립미술관을 찾았다. 여유 있게 미술 작품을 보며 감성적인 미술의 세계로 빠져들고 싶은 계절이다. 수원시립미술관은 울긋불긋 단풍이 절정으로 물든 팔달산 아래 자리잡고 있었다. 수원시립미술관이 지난 4월부터 전시하고 있는 <세컨드임팩트>는 '원본'과 '복제'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조명하고 있다. "우리는 어째서 원본으로 태어나 복제가 되어 죽는가?"라는 영국 시인 에드워드 영의 심오한 질문을 던지며 전시가 시작되었다. 많은 것들이 쉽게 복제되어 만들어지고 비슷한 사고와 생활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시인의 질문은 내 마음속에 오래 머물게 했다. <세컨드 임팩트> 전시 전경 이번 작품 전시의 의도는 크게 세 가지 주제를 가지고 있었다. 먼저, 원본성은 '되찾아야 할 상태이며 유일한 가치'로 바라보는 것이다. 이때 원본은 대체될 수 없는 가치를 지닌 '무엇'을 말하며 이는 복제본에 대해 초월적인 위치와 위계를 갖는다. 둘째는 모두가 복제가 되어버리는 배경과 원인에 대해 주목한다. 수많은 예술 작가는 '무엇을 새롭게 하는가?' '우리에게 무엇이 새로운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마지막으로 원본과 복제의 관계성에 주목한다. 그렇다면 과연 '원본'이란 무엇이고 '복제'란 무엇인가? 수원시립미술관의 소장품들은 원본과 복제의 법적 정의와 관람 방식, 사고실험 등 각 관점에서 생각해 볼 만한 키워드를 함께 제시하고 있다. 전시 작품들은 크게 4가지로 분류되어 있었다. 먼저 법적으로 분류되는(원저작물, 복제물, 2차적 저작물) 작품들을 소개하고, 그 다음으로 맹점 형성으로 작품을 깊이 있게 보기 위한 통찰적 감상을 위한 전시, 예술 사진으로서 작품 소개, 마지막으로 원본과 복제의 미묘한 관계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가장 먼저 맞이한 건 법적인 면에서 '2차적 저작물'이라 할 수 있는 <서장대>와 <인왕제색도>라는 작품이었다. 두 작품은 각각의 고유한 연출과 해석을 가미하여 창의성을 인정받은 독립적인 저작물이다. 복제물과 구분되는 2차적 저작물의 성립 요건은 창작성과 원자작물의 허가이다. 이후 원본이 활용된 의도와 목적에 따라 오마주, 패러디 등으로 분류된다. 특히, 작품의 원저작물인 <인왕제색도>는 정선이 인왕산을 바라보며 비가 갠 풍경을 그린 것으로 정선의 대표작이자 한국회화사를 대표하는 걸작이다. 이이남 작가는 미디어라는 재료를 활용해 인왕산에 꽃이 피고 눈이 내리는 모습으로 탄생시켰다. 시간과 계절의 흐름에 집중한 이 작품은 마치 과거의 그림이 살아 움직이는 듯했다. 이 작품은 작가가 작품에 대한 존중과 헌사의 맥락으로 오마주로 분류할 수 있다. <인왕제색도-사계> 작품 전시 그 다음은 예술 사진으로 소개된 작품이었다. 사진이 예술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쟁은 사진의 등장과 동시에 시작되었다. 사진은 1800년대 중반부터 100년의 논쟁을 지나 제8의 예술로 인정 받았다. 현대에는 '기록 및 자료용 사진'과 '예술사진'으로 나눌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예술 사진이란 어떤 것일까? 이를 주제로 서북공심돈, 장안문과 팔달문의 사진이 제시되어 있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오래 발걸음을 머물게 한 것은 수원화성의 옛 모습과 현재의 모습이 고스란히 같이 담겨 있는 안성석 작가의 <역사적 현재>라는 작품이었다. 스크린과 프로젝터를 사용해 현실의 공간에 과거의 공간을 불러왔다. 장안문과 팔달문의 현재와 과거가 교차된 모습으로 공간 속에 기억이 존재하고 역사가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비록 사진 속 인물들은 서로 다른 모습이지만 과거의 수원에 살던 사람들이 내가 다니던 길로 다녔고 물건을 사고, 생활을 하는 본질적인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여 미묘한 감정이 들었다. 마치 과거와 현재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사진은 원본의 복제라고 하지만 작가의 새로운 시도는 복제도 새로운 원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듯했다. <역사적 현재> 팔달문과 장안문의 과거와 현재 전시 작품을 보며 원본과 복제에 대해 자연스럽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번 <세컨드임팩트> 전시는 원본의 아이디어를 사용했지만 각각의 작품들에는 작가만의 개성이 입혀 있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말한다. 기존의 것을 발견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작가들의 노력이 돋보였던 전시다. 수원시립미술관 <세컨드임팩트> 전시는 2025년 3월 3일까지 열리며, 오후 3시에는 전시 해설도 진행하고 있다. 관람료(4,000원)는 수원 시민, 다자녀 가구 등은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수원시 청년(19세~39세)이라면 매주 금요일 '청년 문화의 날'에도 무료 관람이 가능하다.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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