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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수원화성, 눈부신 풍경이 평온해 보인다
자연경관이 문화유산을 더욱 빛나게 하네
2024-12-02 10:23:55최종 업데이트 : 2024-12-02 10:23:54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수원화성의 아름다움은 화홍문과 방화수류정에서 절정을 이룬다. 눈꽃을 입은 모습은 아름다움을 넘어 황홀하다는 느낌이다.

수원화성의 아름다움은 화홍문과 방화수류정에서 절정을 이룬다. 눈꽃을 입은 모습은 아름다움을 넘어 황홀하다는 느낌이다.


  눈 오는 날 수원화성 풍경은 어떨까. 엊그제까지만 해도 가을빛이었는데, 온통 눈으로 덮였다. 겨울을 앞두고 더욱 검어진 나뭇가지는 비스듬히 휘어져 있는데도 멋지다. 그 위에 수북이 쌓인 눈은 순결하여 눈부시다. 모두가 어떤 시련과 근심도 없이 평온해 보인다. 

  며칠 전에 화서공원에서 서장대를 올랐다. 맑은 영혼을 간직한 억새는 솜털이 무성한 어린애처럼 흔들렸다. 색은 옅어서 회색빛 돌담과도 잘 어울렸다. 억새밭 옆을 지날 때도 멋지지만, 성곽 위에서 바라보면 또 다른 운치가 있었다. 가을 하늘을 우러러보면 자맥질하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서북각루 외곽 길에 억새가 긴 겨울잠에 들었다. 바람에도 휘지 않던 몸이 서둘러 온 겨울에 자리를 내주었다.

서북각루 외곽 길에 억새가 긴 겨울잠에 들었다. 바람에도 휘지 않던 몸이 서둘러 온 겨울에 자리를 내주었다.


  그러던 억새가 하루 만에 겨울잠에 들었다.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허리를 꺾었다. 바람에도 흔들릴지언정, 휘지 않던 몸이 서둘러 온 겨울에 자리를 내준 것이다. 계절의 변화에 부드럽게 대응하는 삶의 자세를 본다.

  성곽 허리춤에는 억새를 바라보는 소나무가 많다. 서북각루 외곽 길을 따라 서암문으로 오르는 길은 소나무가 모여 있다. 눈 덮인 소나무는 온화함과 부드러움이 넘친다. 행궁 후원에 미로한정과 함께 있는 소나무들도 푸른 생명을 자랑한다. 정조대왕은 추운 겨울에도 푸른빛을 잃지 않는 소나무의 모습이 절개를 지키는 충신의 모습처럼 보여 여기에 많이 심지 않았을까. 수원시청 홈페이지에는 '민족의 기상, 절개, 지조, 장수 등'을 상징해 시 상징물로 지정했다는 안내가 있다. 

성벽 안과 밖에 서 있는 나무가 큰 키를 이용해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있다.

성벽 안과 밖에 서 있는 나무가 큰 키를 이용해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있다.


  수원화성에 자주 오르는데 그때마다 팔달산에 온다. 눈이 오기 며칠 전에도 서북각루 안쪽에 뽕나무를 보러 갔다. 정조는 각 고을에 뽕나무를 심는 것을 권장했다. 《일성록》에 수원화성에 뽕나무를 심었다는 기록이 전한다. 그 나무가 늘 궁금했는데 김우영 작가(《수원의 오래된 나무 이야기》 공동 저자)를 만나 실체를 확인했다. 뽕나무 두 그루가 웅장하게 버티고 있었다. 

  국가유산청(청장 최응천)이 발행하는 월간지 《국가유산사랑》이 창간 20주년을 맞았다. 이에 독자에게 '마음속 최애 국가유산'을 물었다. 그 결과 1위 경복궁, 2위 경주 석굴암, 3위 합천 해인사 팔만대장경이었다. 그럼 4위는 어디였을까. 수원화성이다. 선정 이유는 과학의 성과와 아름다움이 공존해서, 교과서에서 배운 국가유산이자 자녀와 공유하고 싶어서, 정조를 존경하고 그가 이루고자 했던 멋진 나라를 수원화성을 통해 느끼고 싶어서였다. 

수원화성은 팔달산 자락에 있다. 여기에 나무들도 성곽과 잘 어울린다. 오랜 세월을 버텨온 거목들이 침묵을 토해내고 있다.

수원화성은 팔달산 자락에 있다. 여기에 나무들도 성곽과 잘 어울린다. 오랜 세월을 버텨온 거목들이 침묵을 토해내고 있다.


  대중은 수원화성을 과학의 성과와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국가유산으로 생각한다. 실제로 정조는 화성을 지을 때 아름다움을 강조했다. 성곽 건설은 외적을 방어하는 것이니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에 정조는 "아름다움이 적을 이기느니라!"라고 간결하게 대답했다(《정조실록》, 정조 17년 12월 8일).

  성곽은 돌과 벽돌로 쌓았지만, 둥글게 이어져 보는 이의 마음조차 편안하게 한다. 군데군데 시설물도 군사 시설 분위기는 없다. 하늘을 향해 있는 지붕이 깊은 멋을 내고 있어 건축미가 돋보인다. 치성이며 적대까지 그 어느 것도 눈에 거슬리는 것이 없이 안정적이다. 

수원화성의 아름다움을 더 빛나게 하는 것은 자연유산이다. 수원천 양편에 수양버들이 늘어져 있다.

수원화성의 아름다움을 더 빛나게 하는 것은 자연유산이다. 수원천 양편에 수양버들이 늘어져 있다.


  수원화성은 평지 읍성이면서 산성 형태다. 절반 안 되게 서쪽에 팔달산 기슭에 성곽이 있다. 팔달산 자연환경을 그대로 품었다. 억새밭과 소나무 군락은 수원화성이 평지에 세운 읍성이라면 볼 수 없는 풍경이다. 봄에 벚꽃 피는 풍경도 팔달산에 있는 나무들 덕이다. 

  팔달산을 내려오면 장안공원이 있다. 여기도 나무들도 성곽과 잘 어울린다. 오랜 세월을 버텨온 거목들이 침묵을 토해내고 있다. 성곽 안에서도 성곽 밖에서도 두런두런 서 있는 나무들 풍경은 그냥 보아 넘길 것이 하나도 없다.

수원화성은 전 국민이 좋아한다. 이유는 과학의 성과와 아름다움이 공존해서라고 한다.

수원화성은 전 국민이 좋아한다. 이유는 과학의 성과와 아름다움이 공존해서라고 한다.


  수원화성의 아름다움은 화홍문과 방화수류정에 와서 절정을 이룬다. 눈꽃을 입은 모습은 이름다움을 넘어 황홀하다는 느낌이다. 수원 8경으로 화홍관창(華虹觀漲- 맑은 물이 화홍문 일곱 수문의 폭포수가 되어 무지갯빛으로 부서져 내리는 모습), 남제장류(南堤長柳- 수원천 긴 제방에 수양버들), 용지대월(龍池待月- 방화수류정 아래 연못 용연에서 달 뜨는 장면)을 드는데, 여기에 용연적설(龍淵積雪)을 새로 넣어도 충분할 듯하다. 

서북각루 안쪽에 뽕나무. 정조가 심었다는 기록이 전한다. 11월 22일 모습이다. 이때만 해도 가을이 한창이었는데, 며칠 사이에 온통 눈으로 덮였다.

서북각루 안쪽에 뽕나무. 정조가 심었다는 기록이 전한다. 11월 22일 모습이다. 이때만 해도 가을이 한창이었는데, 며칠 사이에 온통 눈으로 덮였다.


  국가유산에는 문화유산과 자연유산도 있다. 수원화성 주변은 특별한 천연기념물이나 명승은 없지만, 도시 내 녹지로 중요한 공간이다. 수원화성의 아름다움을 더 빛나게 하는 자연유산이기도 하다. 앞으로 관광 지도에 수원화성과 함께 눈 덮인 자연경관도 그렸으면 하는 마음을 내비쳐본다. 아울러 수원화성 주변 생물 종 등 생태계 보전을 위한 관리 시스템도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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