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이 마중공원을 산책하거나 운동을 하고 있다. 얼마 전 만난 한 지인은 요즘 날씨를 이야기 하다가 "겨울 바람보다 봄 바람이 더 차요."라고 말한 적이 있다. 기후변화가 심각하고 날씨 예측이 쉽지 않은 요즘 이 말은 참 많은 생각을 불러오는 말이었다. 3월을 시작하는 날 춘삼월이라는 이름에도 맞지 않게 눈이 내렸으니 봄이 오는 길목에 동장군이라는 놈이 꽁꽁 틀어막고 봄을 겁박하기라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래도 봄은 온다. 얼마 전 마중공원을 산책했다. 봄 마중하러 마중공원에 간 것이다. 마중공원은 1번 국도를 따라 오른편으로 권선2동 성당이 있는 곳에서 비행장 사거리까지 약 2만 평에 가까운 곳을 공원으로 조성되었다. 이곳에는 생태 연못, 어린이 놀이터, 물놀이장 등 어린이를 동반하는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시설과 잘 조성된 잔디광장에는 게이트볼장이 그 옆에는 풋살구장, 농구장, 각종 운동시설이 들어서 있고, 애견인들을 위한 반려견 쉼터도 따로 또 조성되어 있다. 산책하는 길에는 저류지와 개울이 있어 여러 종류의 새들이 날아오고 한쪽에는 초화원과 마중공원 행복나눔 텃밭 정원도 조성했다. ![]() 작년 가을 즈음에 방문한 행복나눔상자텃밭의 모습 작년 가을쯤 행복 나눔 텃밭에서 만난 한 시민은 "텃밭에서 싹을 틔우고 잘 자라는 것을 보면 마음이 흐뭇해지고 그 새싹들을 얼마나 예쁜지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힐링이다."라고 했었다. 봄을 맞이하는 길목에서 언 땅을 뚫고 세상으로 나온 작은 싹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그 작은 싹이 얼마나 대견하고 위대해 보이는지 모른다. 개울가 나뭇가지들에서도 봄눈을 불려 애기 손톱보다 작은 새싹을 만들어 올린다. ![]() 마중공원은 약 2만평으로 생태연못, 잔디광장, 애견쉼터 행복나눔 텃밭 등이 조성되어 있다. 오후 햇살이 따뜻한 마중공원을 등지고 걸으며 들었던 생각은 '아! 봄이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마중공원 찾은 첫 번째 소리의 새는 직박구리다. 직박구리들은 유난히 시끄러운 소리로 우는데 "삐익 삐이익" 가까이 다가오지도 못하게 경계하는 것처럼 울어대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어서 위를 쳐다보면 어김없이 보이는 새다. 작은 새에 속하지만 박새나 곤줄박이보다 크고 미끈하게 잘빠진 몸매에 회색빛으로 머리 깃털이 삐죽삐죽, 부리는 날카롭다. 직박구리는 과일을 좋아하는 새인데 벚꽃이 지고 나면 까맣게 열린 버찌를 고르고 골라서 예쁘게 잘 익은 것만을 골라서 먹는 녀석이다. 소리만 들으면 꼭 싸움닭처럼 어쩜 저리도 앙칼지나 하는 생각이 드는 녀석이지만 모습은 멋쟁이 신사같다. 이날도 야광나무에서 겨울을 지내고 남은 빨간 야광나무 열매를 먹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 마중공원에서 만난 직박구리 또 조금 공원을 걷다가 만난 새는 박새다 작은 새소리가 어쩌면 그렇게 청초하고 아름다운지 조금은 귀를 기울여야 하고 아주 작고 움직임이 빨라서 카메라로 포착하기 어려운 새다. 길을 가다 가만히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서 있어 보라. 마치 흰와이셔츠에 넥타이을 두른 것 같은 흰뺨과 검은 줄무늬가 수려하다. 필자는 조류모니터링을 하면서 이 박새의 부화과정을 자세히 관찰한 적이 있는데 그렇게 알을 낳고 부화하는 과정을 지켜봐서인지 더 애정이 가는 새다. 부지런하고 울음소리도 예뻐서 봄이 오는 길목에서 조금만 더 주의깊게 살펴보면 반갑게 마주할 수 있다. ![]() 마중공원에서 만난 박새 다음으로 만난 새는 겨울을 지내고 난 갈대숲에서 만난 붉은머리오목눈이다. 보통 뱁새 또는 비비새라고 불리는 이 붉은머리오목눈이는 사람들이 참새로 착각하기 쉬운데 자세하게 살펴보면 참새보다 작고 귀엽다. 겨울을 지내고 난 갈대숲에서 갈대껍질을 벗겨 그 안에 사는 곤충을 잡아먹고 산다고 알려진 이 새는 떼로 움직인다. '이 덤불 속에 쥐라도 있나'하는 느낌이 들만큼 10마리도 넘는 개체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부시럭 부시럭 소리를 낸다. 긴 꼬리와 짧은 부리, 갈대 줄기를 꽉 부여잡고 있는 발이 인상적이다.
![]() 마중공원에서 만난 붉은머리 오목눈이 텅빈 공원이라 생각했지만 그 곳에는 이렇게 자세하게 살펴보면 수 많은 생명들이 둥지를 틀고 살아가고 있음을 생각하는 순간 이 공간이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며 오후 햇살을 가득 받고 걷고 또 걸었다. 게이트볼 장에는 삼삼오오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봄을 즐겼고 드문드문 걷는 사람들도 많았다. 산책을 하다 만난 A씨는 "당뇨 때문에 운동이 필요해서 하루 1시간 정도씩 거의 매일 마중공원을 산책해요. 집이 수원터미널 근처인데 공원에 오면 사람들도 만나고 걷고 나면 기분이 좋아요."라고 말했다. 아이와 함께 봄을 즐기는 시민들과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하는 시민도 보였다. 성큼 다가온 봄이다. 이제 애기 손톱만큼 우리 곁으로 가까이 다가온 봄의 소리. 새들의 노랫소리에서 느끼고, 햇살의 따스함으로 느끼고, 겨울을 이기고 생동하는 식물의 푸른 잎과 작은 나무의 꽃눈에서 느낀다. 봄이 오는 소리를 들으며 마중공원 산책하는 시간은 그야말로 아름다웠다. ![]()
연관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