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전통문화관. 안에 들어가면 밖과 다른 매력을 느낀다. 봄이다. 햇볕이 따뜻하고 바람도 달곰하다. 겨울 추위를 이긴 꽃들이 마음을 열고 일어서기 딱 좋은 시간이다. 이럴 때는 어디든 나서고 싶다. 망설이다가 도심 걷기를 한다. 장안문을 지나 걷다 보니 눈에 들어오는 것이 화성사업소다. 원래 한옥기술전시관이 있던 곳이다. 화성행궁에 있던 화성사업소 청사는 주차장으로 조성하게 되어 여기로 왔다. 도심에 콘크리트 건물이 즐비한 데 혼자서 당당하게 있다. 버스정류장 옆에 있어, 지나는 사람들이 모두 눈길을 보낸다. 바로 옆에는 수원전통문화관이 쌍둥이처럼 앉아 있다. 안에 들어가 보니 전통식생활체험관과 예절교육관이 있다. 안은 밖과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멋진 소나무 아래 뜰이 제법 넓다. 겉에서 볼 때는 무뚝뚝한 친척 집 같았는데, 안에 들어오니 다정다감한 외갓집 분위기가 난다. 잠깐 산책을 해 본다. 온몸이 편안하다. 걸음도 늦어진다. 아무런 생각 없이 마음이 열린다. 바쁘게 살면서 무엇이든 성과를 내고 싶은 열망에 살고 있다. 멍하게 걷다 보니 부질없다는 생각에 다다른다. 잠깐인데 헝클어진 내면에 질서가 부여되고 차분한 나와 마주하게 된다. ![]() 화서문 안쪽에 화홍사랑채. 기와지붕만으로 부드러운 멋이 있는데, 팔작지붕은 화려하고 아름답다. 어떤 곳을 방문해도 일이 끝나면 서둘러 나오는 습관이 있다. 여기는 잠시 쉬고 싶다. 일단 밖과 공기가 다르다. 눈에 들어오는 것도 편안하다. 황금색 목재가 돋보인다. 콘크리트가 아닌 목재가 어떻게 큰 힘을 지탱할 수 있을까. 목재끼리 서로 당기고 누르면서 버티는 듯하다. 톱이나 끌만의 연장으로 이렇게 웅장한 집을 지을 수 있는 선조들의 지혜가 보인다. 발길을 화서문으로 옮긴다. 여기도 한옥을 만난다. 외지에서 오는 관광객에게 안내를 돕고 있는 화서사랑채다. 가야금, 대금, 판소리 등을 배울 수도 있다. 야외에서 공연 등을 하는 작은 문화예술공간 역할도 한다. 1층이 있고, 옆에 2층 건물이 붙어 있다. 기와지붕만으로 부드러운 멋이 있는데, 팔작지붕은 화려하고 아름답다. 2층 누마루도 격식이 높은 집안 분위기를 낸다. '목재는 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 인정한 탄소저장고로 목재 이용은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고 있다.'라는 글이 쓰여 있다. 나무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방출하며, 남아있는 탄소를 저장하는 성질을 갖고 있다. 즉 한옥은 목재로 짓는다. 이 목재가 온실가스 흡수원으로서 탄소저장 기능을 한다. ![]() 행궁동 행정복지센터 옆 '행궁아해꿈누리'. 보육 공간을 한옥으로 지었다. 행궁동 행정복지센터 옆에는 '행궁아해꿈누리'라는 현판을 단 한옥이 있다. 길 하나로 떨어져 행궁을 바라보고 있는데 어떤 곳인가 궁금했다. 미래를 이끌어 나갈 아이들의 꿈을 키워주는 공간이라고 한다. 1층은 아이러브맘카페 2층은 장난감 도서관이다. 카페는 수원화성 관광객도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보육 공간은 보통 현대적 시설로 만든다. 그런데 한옥으로 지었다. 물론 화성행궁이 있는 근처라 여기에 어울리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쉽지 않았을 거다. 더군다나 한옥이라 소방시설과 안전시설 설치 등이 어려웠을 것이다. 이런 어려움을 감내하며 한옥으로 지은 사람들의 의지에 감탄한다. 화홍문 앞에 화홍사랑채도 도심 속에서 만나는 한옥이다. 이곳은 방화수류정과 화홍문 풍경을 마주하고 있어 더 멋스럽다. 전통문화와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어, 관광객과 시민이 많이 찾는다. ![]() 화홍문 앞 화홍사랑채. 안에 들어가면 작은 정원이 아름답다. 문을 들어서니 소박한 1층 건물이다. 밖에서 예상한 것과는 다른 열린 공간이 펼쳐진다. 작은 공간에 자연을 끌어들였다. 툇마루에 앉아 정원을 바라보니, 탐스러운 햇살이 가득하다. 불현듯 이런 집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창살도 허투루 만든 것이 없다. 직선을 반복한 것 같지만 변화를 줬다. 단순함과 지루함을 없애주기도 하지만, 거기에 자연스럽게 조형이 만들어진다. 행궁 광장에 정조테마공연장도 수원을 찾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안긴다. 1층으로 평범한 가옥 같지만, 지하로 공연장이 있다. 무예 24기 상설 공연을 비롯해 수원의 특색을 보여주는 공연을 한다. 멀리서 오는 여행객은 행궁동 여기저기가 낯설다. 정조테마공연장은 낯선 곳에서 만나는 전통 가옥 공간이다. 한옥은 누구나 익숙한 정서가 있다. 이방인도 정서적 만족감을 느끼고 공간에 쉽게 몰입하게 된다. 수원화성박물관 주차장에 수원예총도, 팔달구청에서 창룡문으로 가는 대로에 수원미디어센터도 나지막한 한옥이다. 편리를 추구하는 시대에 고리타분한 한옥 건축이 어리석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바보스러운 고집이 좋다. 우리 것을 대하는 인식과 신념이 보인다. ![]() 행궁 광장 정조테마공연장. 공연장으로 수원을 찾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안긴다. 도심에 수많은 건축이 저마다 이미지를 뽐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옥은 화려한 치장도 없이 조용한 배경이 되어 앉아 있다. 콘크리트 일색인 도시에서 예스러운 건축인데 자연스럽게 어울려 있다. 오히려 무던한 모습이 마음을 끈다. 길을 가다 보면 건물 높이에 햇볕도 못 받고 그늘만 걷는다. 한옥은 지붕도 낮아서 사계절 파란 하늘을 바라볼 수 있다. 그래서 한옥은 도심에 있는 자연이라는 느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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