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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행리단길 장미 산책, 골목을 걷다 우연히 발견한 나만의 꽃길 이야기
공방거리에서 장안문까지, 골목마다 숨어 있던 행리단길 장미와 꽃길 풍경
2026-05-27 10:19:36최종 업데이트 : 2026-05-27 10:19:34 작성자 : 시민기자   안선영
담벼락 위로 초여름처럼 번져가던 붉은 덩굴장미를 바라보며.

담벼락 위로 초여름처럼 번져가던 붉은 덩굴장미를 바라보며!


팔달문 근처 공방거리에서 천천히 걷기 시작한 날이었다. 처음부터 장미 투어를 계획한 것은 아니었다. 익숙하게 지나던 골목에서 우연히 시선을 붙드는 풍경 하나를 발견했을 뿐이다. 어느 집 담벼락을 메운 붉은 덩굴장미였다. 성벽처럼 벽을 타고 올라간 장미가 초여름 햇빛 아래에서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오늘은 장미를 따라 걸어볼까?" 행리단길은 자주 오는 동네지만 이상하게도 메인 거리만 걷게 될 때가 많았다. 카페와 맛집을 향해 빠르게 지나가기 바빴던 골목들. 그런데 장미 한 송이가 걸음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그 뒤부터는 목적지가 아니라 꽃이 길을 정해주기 시작했다. 골목 어귀에서 장미가 보이면 그 길로 들어가고, 담벼락 너머 초록 넝쿨이 보이면 다시 천천히 걸었다. 익숙한 동네가 갑자기 처음 오는 마을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걸음을 붙잡던 행리단길 장미 아래 오후가 있는 풍경.

사람들의 걸음을 붙잡던 행리단길 장미 아래 오후가 있는 풍경.


행리단길에서 장미 명소로 가장 유명한 곳 가운데 하나는 카페 '온새미로'이다. 장미 시즌이 되면 늘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이날도 카메라를 든 출사팀이 촬영 중이었고, 지나가던 사람들도 걸음을 멈췄다. 건물 외벽을 따라 흐드러지게 피어난 장미는 분명 아름다웠다. 햇빛 방향에 따라 꽃 색이 다르게 보였고, 초록 잎 사이로 얼굴을 내민 꽃들이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 왜 이곳이 '행리단길 장미 맛집'으로 불리는지 단번에 이해가 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오래 머물지는 않게 되었다. 많은 이들의 시선이 한곳에 모이는 풍경을 보고 있노라니 오히려 다른 생각이 들었다. "그럼 나는 오늘, 나만의 장미 명소를 찾아봐야겠네!" 그렇게 다시 사람 많은 메인 거리에서 벗어나 골목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되었다.

조용한 골목 안, 대문 곁으로 나만의 꽃길이 천천히 펼쳐진다.

조용한 골목 안, 대문 곁으로 나만의 꽃길이 천천히 펼쳐진다.


행리단길 골목 투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순간! 조금만 안쪽으로 들어가도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카페 간판 대신 담벼락이 보이고, 관광객 대신 동네 주민들의 생활 풍경이 나타나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 예상하지 못한 꽃들이 피어 있었다.

놀라웠던 점은 오히려 개인 주택 앞 화단이 더 아름답다는 사실! 담장 위로 장미가 흐르듯 피어난 집도 있었고, 작은 대문 앞에 화분을 정성스럽게 늘어놓은 집도 있었다. 누군가 매일 물을 주고 가지치기를 했을 시간까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풍경이다.

물론 개인 주택인 만큼 정확한 위치나 주소를 소개할 수는 없다. 하지만 행리단길을 천천히 걸어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이 동네는 골목을 돌아다닐수록 예상하지 못한 아름다움이 계속 나타난다. 유명한 포토존보다 우연히 발견한 작은 화단이 더 오래 기억에 남으리라!

무심히 지나던 거리에도 계절은 조용히 꽃을 심어두고 있었다.

무심히 지나던 거리에도 계절은 조용히 꽃을 심어두고 있었다.


걷다 보니 꼭 장미만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행리단길 메인 차도 주변에는 계절 꽃들이 함께 심어져 있었다. 형형색색 꽃들이 도로를 따라 이어지면서 골목 전체 분위기를 훨씬 부드럽게 만들어주고 있다.

장미가 화려한 주인공이라면? 길가 화단의 작은 꽃들은 조용한 조연 같다. 지나가는 사람 대부분은 무심코 스쳐 지나가지만 한 번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 계속 보이게 되는 신스틸러 말이다. 작은 꽃 한 송이가 거리 전체 인상을 바꾸기도 한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계절이 도시 풍경을 바꾸는 방식은 생각보다 섬세하다. 거대한 축제나 조형물보다 누군가 정성껏 심어놓은 꽃 몇 송이가 오래 기억에 남을 수도 있다. 행리단길이 사랑받는 이유도 이런 생활 풍경 때문인지 모르겠다.

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곳, 시 한 줄 따라 걷다 마주한 문학의 꽃길.

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곳, 시 한 줄 따라 걷다 마주한 문학의 꽃길이다.


우연히 발견한 장소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문학인의 집 주변이다. 담장 아래로 꽃길이 이어져 있었는데,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중간중간 시 구절이 적혀 있다. 순간 이곳이 산책길이 아니라 '문학의 길'처럼 느껴졌다.

꽃을 보며 걷다가 시 한 줄을 읽게 되는 경험은 생각보다 특별했다. 어떤 문장은 지금 계절과 잘 어울렸고, 어느 구절은 걸음을 멈추게 만든다. 화려한 전시가 아니어도 거리 자체가 작은 문화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된다.

행리단길은 카페 거리로 알려져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화와 생활이 함께 섞여 있는 동네다. 오래된 집과 새로 생긴 공간이 나란히 있고, 꽃길과 시 구절이 자연스레 이어진다. 그래서인지 오래 걸어도 쉽게 질리지 않는다.

좁은 골목 틈새마다 작게 피어나던 초여름의 마음들.

좁은 골목 틈새마다 한아름 피어난 초여름의 마음들.


계속 걷다 보니 점점 욕심이 사라졌다. 처음에는 "예쁜 장미를 찾아야지" 하는 마음이 컸는데, 시간이 지나자 꽃 종류는 중요하지 않게 느껴졌다. 장미든 들꽃이든 누군가 보라고 심어둔 풍경 자체가 좋았다. 이름 모를 꽃들이 피어 있거나 작은 풀꽃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화려하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오히려 그런 풍경들이 더 사람 냄새 나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관광 명소를 찾아다니는 여행과는 조금 다른 기분이다. 인증사진을 남기는 대신 천천히 동네를 읽어가는 산책에 가까웠다. 그래서인지 익숙한 행리단길이 전혀 새로운 공간처럼 느껴졌다.

수원화성 성곽 아래 바람 따라 흔들리던 북지터의 풀꽃 풍경.

수원화성 성곽 아래 바람 따라 흔들리던 북지터의 풀꽃 풍경이 더 아름답다.


골목을 따라 걷고 또 걷다가 어느새 수원화성 북지터까지 도착했다. 처음에는 장미를 따라 걷기 시작했는데 마지막에 반겨준 것은 장미가 아니라 작은 풀꽃이다. 바람 따라 흔들리는 초록빛 풀과 들꽃 풍경이 이상하리만큼 편안하게 다가왔다.

북지터 주변은 관광지 분위기와는 다르다.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여유롭다. 그래서인지 계절 풍경이 더 또렷하게 보인다. 사람들 발걸음 소리보다 바람 소리가 먼저 들리고, 꽃보다 초록빛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 풍경 앞에 서 있으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 가장 예뻤던 것은 장미 자체가 아니라 누군가 정성껏 가꿔놓은 마음이었구나?!! 화단 하나, 담장 아래 꽃 몇 송이에도 그 집의 계절이 담겨 있었다.

장안문으로 향하는 길 끝, 나팔꽃 물결과 함께 나만의 꽃길 투어가 완성된다.

장안문으로 향하는 길 끝, 나팔꽃 물결과 함께 나만의 꽃길 투어가 완성된다.


팔달문에서 시작된 나만의 꽃길 투어는 결국 장안문 근처에서 끝이 났다. 마지막 길목에서는 도로를 따라 심어진 나팔꽃이 반겨주었다. 장미로 시작한 산책이 다른 꽃들로 이어지며 마무리되는 순간! 생각해보면 오늘의 산책은 '유명한 장미 명소 찾기'와는 조금 달랐다. 사람 많은 포토존보다 이름 없는 골목 화단이 더 좋았고, 잘 꾸며진 카페보다 담벼락 장미가 더 오래 기억에 남았다. 꽃은 늘 유명한 장소에만 피어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

행리단길은 천천히 걸을수록 더 많은 풍경을 보여주는 동네다. 메인 거리만 걷기에는 아까운 장소다. 골목 하나를 돌아 들어가는 순간 예상하지 못한 꽃길이 나타나고, 작은 화단 하나가 하루 기분을 바꾸기도 한다. 올봄 수원에서 가장 좋았던 산책을 떠올리라면, 아마 이날의 행리단길 골목 투어를 가장 먼저 이야기하게 될 듯하다.

[행리단길 기본 정보]
주소 : 경기 수원시 팔달구 신풍동·장안동 일대
운영시간 : 골목 자유 관람 
주차 : 화성행궁 공영주차장 및 인근 공영주차장 이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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