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물과 영화, 갤러리를 따라 걷는 수원 행궁길
행궁 사랑채에서 수원 구 부국원까지…골목에 남은 생활사와 오늘의 문화를 만나다
2026-07-30 17:11:37최종 업데이트 : 2026-07-30 17:11:32 작성자 : 시민기자 강남철
|
|
행궁길에 자리한 행궁사랑채 '요즘행궁' 전경. 한옥 건물 앞에서 방문객들이 잠시 쉬고 있다. 화성행궁 남쪽에서 팔달문을 지나 향교로까지 이어지는 길에는 수원의 여러 시간이 겹쳐 있다. 오래된 우물과 영화 촬영 한옥, 전시장과 청년 공간, 거리 갤러리와 근대 건축물이 차례로 나타난다. 행궁길은 공방과 음식점이 모인 관광 거리로 알려졌지만, 천천히 걸으면 수원 시민의 생활사와 영화의 기억, 오늘날 예술가들의 활동이 이어지는 문화의 길임을 알 수 있다. 골목에 흩어진 이야기를 확인하기 위해 행궁사랑채에서 수원 구 부국원까지 직접 걸었다. 출발점인 행궁 사랑채는 여행객이 쉬면서 주변 정보를 살펴보는 공간이다. 사랑채를 나오자, 바로 옆에 돌로 둘러싼 한데우물이 보인다. 지금은 물을 길어 쓰지 않지만, 주민들이 오가던 옛 골목의 생활을 떠올리게 한다. 1961년 영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에서 옥희네 집으로 등장한 한옥. 기와지붕과 담장, 나무 대문이 옛 골목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우물 맞은편에는 1961년 신상옥 감독의 영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촬영 한옥이 남아 있다. 내부는 공개되지 않지만 대문과 담장, 기와지붕에서 옥희와 어머니, 사랑방 손님이 등장한 영화 속 장면을 짐작할 수 있다. 넓은 정원과 소나무가 어우러진 열린문화공간 후소 전경. 입구에는 테마전 《수원의 영화, 수원의 극장》 안내물이 세워져 있다. 골목을 따라가면 넓은 정원을 품은 열린문화공간 후소가 나온다. 1977년 지어진 주택을 고쳐 1층은 전시·교육 공간으로, 2층은 수원 출신 미술사학자 오주석의 서재와 자료실로 꾸몄다. 현재 1층에서는 테마전 《수원의 영화, 수원의 극장》이 열리고 있다. 1940년 《수업료》, 1961년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2015년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를 통해 영화 속 수원 풍경을 보여준다. 수원극장과 중앙극장 등 옛 단관극장의 자료도 함께 전시한다. 후소 조성우 학예사는 "전시뿐 아니라 제가 직접 진행하는 테마전 연계 현장 설명과 교육을 토·일요일 오후 2시 후소에서 진행한다"라며 "많은 분이 참여해 수원의 영화와 극장 이야기를 함께 살펴보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행궁길에 자리한 민간 복합문화공간 가회당 전경. 전시와 공연, 교육 활동을 알리는 안내물이 건물 앞에 놓여 있다. 후소를 나와 조금 더 내려가면 민간 복합문화공간 가회당이 나타난다. 지하 소극장과 전시·연습 공간을 갖추고 공연과 전시, 팝업과 교육을 진행한다. 공공이 운영하는 후소와 민간이 꾸린 가회당이 가까이 자리한 점도 눈에 띈다. 갤러리 아트랩에서 관계자가 관람객에게 벽면에 전시된 그림책 원화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가회당에서 남창초등학교 뒤편 골목으로 들어가면 7월 10일 문을 연 갤러리 아트랩을 만난다. 1층은 전시실, 2층은 그림책을 활용한 체험 공간으로 꾸몄다. 새로 문을 연 작은 갤러리가 행궁길 문화공간의 폭을 넓히고 있다. 행궁길 옆 하남지터 전경. 옛 연못의 역사와 발굴 내용을 알리는 안내판 너머로 넓게 열린 터가 보인다. 다시 행궁길로 나오면 건물 사이로 넓게 열린 하남지터가 나타난다. 수원화성 남쪽에 있던 연못 자리로, 현재 보이는 곳은 복원을 마친 연못이 아니다. 발굴에서 확인한 경계와 섬의 흔적을 바탕으로 복원을 준비하고 있다. 팔달사 건물에 함께 자리한 청년 공간 청누리와 공공형 갤러리 이음 전경. 입구에 이음갤러리 개관전 안내 현수막이 걸려 있다. 하남지터에서 팔달문 방향으로 내려가면 팔달사 건물에 마련된 청누리와 공공형 갤러리 이음을 만난다. 청누리는 청년 활동공간이며, 같은 건물에는 지역 예술인을 위한 전시장이 들어섰다. 이음 갤러리 부관장 이수진 작가는 "지난 6월 24일 개관전을 열었다. 신생 갤러리라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10월까지 전시 일정이 차 있다"라며 "전시를 준비하는 작가뿐 아니라 시민들도 관심을 갖고 찾아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송산주차장 건물 외벽에 조성된 남문로데오갤러리. 유리 전시창 안에 작품이 걸려 있어 시민들이 길을 오가며 감상할 수 있다. 이음 갤러리를 나와 조금 더 걸으면 송산 주차장 외벽에 조성된 남문로데오갤러리가 보인다. 건물 벽을 따라 설치한 전시창 속 작품은 별도의 입장 절차 없이 길을 오가는 시민들과 만난다. 남문로데오거리를 지나 향교로로 방향을 틀자 거리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길 안쪽에는 향교로라는 이름의 유래가 된 수원향교가 자리하고, 길을 따라가면 대한성공회 수원교회와 수원 구 부국원이 이어진다. 수원 구 부국원에서 열리고 있는 기획전 《콩, 한 알의 이야기》 전시장. 콩의 재배와 유통, 토종 콩과 식문화에 관한 자료가 전시돼 있다. 수원 구 부국원은 1923년 일본인 농업회사가 종자와 종묘, 농기구 등을 판매하기 위해 세운 건물이다. 광복 뒤에는 법원과 교육기관, 병원과 인쇄소 등으로 쓰였다. 철거 위기에 놓였던 건물은 수원시가 매입해 보수했고, 지금은 수원의 근현대사를 살펴보는 전시·교육 공간으로 운영한다. 행궁 사랑채에서 시작한 걸음은 수원 구 부국원 앞에서 마무리됐다. 우물과 한옥에서는 주민 생활과 영화의 기억을 만났고, 후소와 가회당, 갤러리 아트랩, 이음갤러리에서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이어지는 문화활동을 살펴봤다. 규모가 크거나 화려한 곳은 아니지만 자세히 보면 수원의 역사와 문화가 시민의 일상 가까이에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가족이나 친구와 이 길을 천천히 걸으며 자신이 사는 도시의 이야기를 직접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
연관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