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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가 필요한 이들에게 희망 주는 그림책, 작가 주윤희
그림을 보면서 나만의 이야기를 상상해 보세요!
2024-11-20 17:32:36최종 업데이트 : 2024-11-20 17:36:10 작성자 : 시민기자   장선진
"으아아앙~"
아기 코끼리의 울음소리는  얼마나 될까? 아기라지만 큰 덩치만큼 숲을 가득히 울릴까? 여전히 눈물이 마르지 않아 글썽인 채로 친구에게 호소한다. 
"아이코! 내 코가 없어졌어!" 코끼리에게 코가 사라졌다니,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울고 있는 코끼리 '내코'를 만나러 책장을 넘겨보자. 
사람들은 작가가 자기 책을 많이 가지고 있는 줄로 안다며, 지금 가진 두 권을 가지고 왔다.

 '사람들은 작가가 자기 책을 많이 가지고 있는 줄로 안다'며 지금 가진 그의 책, 두 권을 가지고 왔다.


「아이코 내코」, 「다고쳐 박사의 비밀」 그리고 제10회 앤서니 브라운 그림책 공모전 수상작인 「어떤 날」을 그리고 쓴 작가 주윤희.

지난 19일, 금곡동 그의 작업실 근처에서 만났다. 마감이 얼마 남지 않아서 전날에도 늦도록 작업하고 늦게 일어났다고 했다. 다른 날로 미루어 만나도 된다 했어도 약속시간을 지키려 부랴부랴 나왔다. 슬렁슬렁 여백을 지향하지만 매사가 철두철미하다.

"너무 추워요." 자리에 앉으면서도 양손으로 팔을 감싼다. 부는 바람에 눈이 시렸다며, 냅킨으로 고인 눈물을 닦았다. 바람을 맞으며 달린 것이다.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눈물이 주르륵 흐르더라고요. 누군가 봤다면, 저 사람은 왜 저러나 했을걸요." 처량하게 상상되는 장면에 호응하여 말하였다. "마치 사연이라도 있는 것처럼!" 

혼자살이 하면서도 집 밥을 챙겨 먹고, 아점(아침 겸 점심)과 저녁 두 끼를 챙긴단다. 얼른 식사 주문부터했다. 입을 열도록 말이다. 

지난 여름 동안은 어떻게 지냈나요?
"교통사고로 인한 골절로 깁스를 하고, 회복된 지도 얼마 안 되었어요." 이전에도 큰 사고 경험으로 자기 차량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그런 형편을 염려하였더니, "택시비가 엄청났죠." 웃어 대답한다. "목발을 짚고 가서 수업 동안은 또 깁스를 풀고 있었어요." 역시나 별일 아니라는 듯 말한다.

소임을 다하고자 하는 그의 성실한 마음가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가르침과 배움의 과정에서 함께 치유를 경험하고, 보람을 느낀다는 그는 일주일의 매일을 강의로 가득 채울 정도로 지난 계절에 열정을 다했다.

요사이는 근황은 어떤가요?
"다음 책을 준비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요. 요사이는 콕 박혀서 밤낮을 지냈어요. 오면서 단풍이 이렇게 들었나 싶었어요. 나오니 이렇게 좋은 것을." 올 해 안에 마무리 해야 하는 출판 일정에 맞추려고 모든 약속도 연말 이후로 미룬 상황이란다. 

다음 책도 내코의 연작인가요?
"아니오. 이번 책은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출판사에 의뢰한 것이에요. 출판사에서는 여러 작가를 소개하여 과학관에서 적당한 작가로 저를 지목한 것이죠. 책과 더불어 2차 저작물인 영상까지 만들 예정입니다. 감정에 관한 내용이죠. 개와 고양이가 주인공인데, 사귀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고." 
눈 여겨 두었다던 동네 맛집에서 작가와 함께 솥밥을 먹었다.

눈 여겨 두었다던 동네 맛집에서 작가와 함께 솥밥을 먹었다.


어떻게 해서 그림책 작가가 되었나요?
"미술을 전공 했어요. 운 좋게도 학교 졸업도 전에 첫 직장으로 광고회사에 들어갔지요." 이름도 없이 '막내'라 불리던 3개월 인턴 생활은 녹록하지 않았어요. 그 시절만 해도 벽돌만 한 외장하드들을 들고 충무로를 드나들었죠. 물심부름, 커피심부름은 물론 나보다 높은 모든 상사들을 위한 수발까지. 정작 업무라 할 만한 일은 하나도 없는데, 모든 사원들 중 가장 바쁜 사람은 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학교에서 배운 것은 실제 쓰임에는 한참 부족하여 현장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위한 프로그램 사용을 새로 배웠어요. '돈 주고 배워야 할 터인데 가르쳐 주는 것에 고마운 줄 알라'는 사수의 말은 지금도 잊히지 않아요. 정말 힘들게 배웠어요. 3개월이 지난 뒤에는 그래도 정규직원 제의를 받았지만, 그만두고 싶었어요. 공부를 좀 더 해야겠다는 적당한 핑계로 거절하고 첫 직장 경험을 끝냈어요." 기간 중에 회사에 캐릭터 만들기 제의가 있었단다. 막내라는 이유로 창의적 업무 수행을 기대하여 맡긴 그 업무가 무척 재미있었던 기억으로 다음 행보를 계획하였다.

캐릭터 작가로 꿈을 가졌으나, 이렇다 할 관련 경력이 없었으니 지원하는 회사에 불합격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디자인 학원에 수강을 신청하고, 무조건 공모를 중심으로 한 수업을 요청하며, 1년짜리 정규 수업 10개월 개별적으로 마쳤다. 그렇게 이러저러한 공모에 지원하고 수상 경력을 쌓았다. 이윽고 문구회사의 캐릭터 디자이너가 되었다. 귀여운 캐릭터들을 만들고 각종 제품이 결과로 출시되는 것이 신기하고 좋았다.

그러던 중 옛 동료의 권유로 대형 유아복 메인브랜드 디자이너가 되었다. 동대문을 오가며 원단을 배우는 것부터 숨 가쁜 삶으로 새롭게 시작하여 업계에서 다시금 인정받게 되었다. 시즌마다 성공적 매출 증대로 빠른 승진과 더불어 탄탄한 직장생활을 했다. 그런 중에 갑작스럽게 찾아온 건강상의 이유로 쉼을 얻는다. 찬찬히 자신을 바라볼 객관적 시간이었다. 언제고 다시 돌아오라는 직장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재미를 찾아 새롭게 도전한 것이 그림책이었다.
 
"왜 하필 지금이냐 하지만 '지금이어야만 한다. 지금에만 가능하다.' 생각했어요." 그리고 말을 이었다. "천직이라 할 만큼 직장생활과 디자인을 좋아했어요. 그런데 직급 상승을 계속하면 관리직으로서 결국은 일 자체로 얻는 재미와 활력을 잃게 될 테니까요." 익숙한 것에 안주하기 마련 아니겠는가?
 
돌이켜 보면 매번 업종의 활황기에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었다는 것도 행운이었단다. 그렇지만 꿈을 이루기 위하여 매 순간 최선을 다한 생생한 이야기들은 결코 우연이나 운이 아닌 겸양이었다.
그림책 작가 주윤희가 독후활동을 위해 만든 책 주인공인 아이코와 내코의 관절인형을 들고 사진을 찍었다.

그림책 작가 주윤희가 독후활동을 위해 만든 책 주인공인 아이코와 내코의 관절인형을 들고 사진을 찍었다.


작가님 책 주인공은 왜 코끼리로 했나요? 어린이에게 캐릭터로 친숙한 동물이 아니려니와, 큰 대상의 동경이라면 힘센 호랑이, 사자 같은 것도 가능할 텐데요. 몸집 큰 초식동물이란 것이 이유일까요. 내코는 어떤 캐릭터인가요?
"사실, 내코는 저예요. 코끼리는 다른 동물을 먼저 공격해서 잡아먹지 않잖아요. 그렇지만, 힘이 세서 다른 동물들이 함부로 하거나 섣부르게 건들 수 없고. 몸집 작고 초라해서 방어를 위해 늘 싸울 태세로 살아냈어요. 그러면서도 한없이 무섭고 두려움은 여전했죠. 내코 이야기가 거듭되어가면서 동시에 저도 함께 성장하고 있어요." 
 
동네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겨서도 한참의 대화가 이어졌다.
"그림책 작가로서 마침내 책이 나와서 뿌듯한 반면 뭔가 '거창함'은 없었어요. 정말 아무 변화가 없을 수도 있어요." 직장 생활에서는 프로젝트가 끝날 때마다 가시적 성과가 있었기에 기대하는 마음에 더욱 그러했다. 당장 이탈리아로 가는 비행기 표부터 끊었단다. 삶의 변곡점마다 긴 여행을 떠났다. 직장 생활을 그만두었을 때, 또 첫 책이 나왔을 때에도.
 
오늘의 나는 일단 실행하고, 내일의 내가 수습한단다. 낯선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사람살이의 정도 느끼고……. 그곳에서 담은 풍경 그림들 덕분에 어반 스케치(살고 있는 도시, 혹은 여행을 간 지역을 현장에서 그리는 그림)를 강의하고도 있다. 최근까지 여행 잡지의 기자로도 활동했다.
최근에 구입한 스케치북에 '어반스케치'를 하였다면서 보여주었다.

최근에 구입한 스케치북에 '어반스케치'를 하였다면서 보여주었다.


여전히 그려내고 또 지우고 새로 그리는 그의 열정적 삶은 늘 새로움이 가득하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들과 만나며, 아주 삶의 방식으로 사는 그는 "지금에야 자연스럽고 참다운 나를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출간된 책들은 몇 권이나 팔렸어요?
"모두 2쇄 이상까지는 들어갔어요."
책의 출판만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출판 시장의 흐름도 고전을 면하지 못 하는 중이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으로 세간의 관심이 증가되었다지만, 전반에 걸친 영향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주 작가도 일러스트레이터 일과 주로 책을 매개로 하여 다양한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수원에서는 이를 테면 강의나 북 토크 같은 행사, 원화 전시회 등으로 만날 기회가 아직 없나요?
"은평구에서 상주 작가로 있었고, 주소지도 본가가 있는 서울인 상태라서 현재 거주지와는 별개로 아직은 서울에서 주로 활동합니다. 수원에서는 그림으로 마음 살피기 주제를 기획한 독립서점에서 근래에 기회가 있었어요. 수원 둥지를 떠날 수가 없네요. 매력 많고, 살기에 정말 좋아요. 지내면서 행정복지센터에서 평생학습도 수강하고 있지요."

고향인 서울이나 지금 살고 있는 수원 이외에도 다양한 지방에서도 활동이 있을 텐데, 특별히 기억에 남았던 곳들이 있었나요?
"전라도는 참 좋아요. 정감이 있어요. 외숙부가 사는 대전에서는 안온함을 느낍니다. 그림책 작가로 전향할 때 가족들과 주변의 만류로 외롭고 힘든 시기를 지냈어요. 그때 시인인 숙부 댁에서 한 달 살이를 하면서 많은 정서적 위안과 응원을 받았어요. 외숙모도 소설가로 활동하시죠."
작가는 그림책 어떤 날의 원화로 만든 엽서를 선물로 준비해 왔다.

작가는 그림책 어떤 날의 원화로 만든 엽서를 선물로 준비해 왔다.


바쁘다는 그는 몇 시간을 훌쩍 넘기도록 기꺼이 할애하였다. "몇 마디 한 것 같은데 그러고 나면 시간이 이렇게 금방 흘러가네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즐거워요." 모든 색을 사랑하지만, 올리브 그린과 주황색을 좋아한다 했다. 아마도 스스럼없이 사람을 반기는 온화함 때문이 아닐까?

작업실 근처로 돌아오는 길에는 수변공원을 따라 함께 걸었다. 밤낮으로 산책하는 주민들이 많단다. 근처 상점을 가리켜 말한다. "술 한 잔하기에 아주 멋진 곳이에요. 여기는 치즈케이크가 맛있어요." 가는 동안 사는 동네를 소개하며 삶터에 애정을 드러냈다. "여기예요." 어느새 다다랐다.

용기를 주는 작가, 주윤희.
헤어지면서, 망설이는 누군가에게 건네는 한마디.
"지금 그 자리에서 시작하세요.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아요."
자신도 매번을 예측할 수 없으나 해마다를 더욱 기대한다는 그의 마지막 당부다.

모두 더욱 꿈꾸고 희망으로 행복하길 바라며. 
장선진님의 네임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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