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맹기호 시인
"시는 그냥 쓰고 싶어서 썼습니다. 이유는 없습니다."
맹기호 시인의 말은 그의 시처럼 담담하다. 그러나 그 담담함 속에는 반세기 넘는 시간과 사람, 교단과 예술을 오간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스며 있다. 평생을 교육자로 살았고, 그 곁에서 시를 쓰고 그림을 그려온 그는 이제 '그리움'이라는 가장 인간적인 감정으로 독자 앞에 선다.
오는 2월 3일 오후 5시, 수원 팔달구 행궁로에 자리한 시집 전문서점 '산아래 詩 다시공방'에서 맹기호 시인의 북토크가 열린다. 주제는 그의 시집 『그리워서 그립다』. 시민과 독자가 함께 시를 읽고 묻고 나누는 자리다.
수원에 뿌리내린 삶, 교단에서 길어 올린 언어
맹 시인이 수원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70년 1월 18일이다. 충남 아산에서 수원시 매산동으로 이주한 이후, 그는 망포중학교와 영덕중학교, 상촌중학교, 매탄고등학교 등 수원 관내 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교육자로서의 삶은 그에게 '가르침'보다 '지켜봄'에 가까웠다. 학생들의 성장, 관계의 미묘한 결, 계절처럼 바뀌는 마음의 결들이 그의 시적 자양분이 됐다.
시와의 인연은 더 이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교사의 권유로 방과 후 글쓰기 지도를 받으며 언어의 감각을 키웠다. 그는 이를 "지금으로 치면 추수지도"라고 웃으며 말하지만, 그때의 경험은 평생 그의 내면에 남아 조용히 시를 불러냈다.
맹기호 시집 『그리워서 그립다』 표지
사랑과 존재, 가장 오래된 질문
맹기호 시인의 시 세계를 관통하는 중심축은 분명하다. 사랑, 그리고 존재 탐구다.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나아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다. 시집 『그리워서 그립다』는 최근작은 아니지만, 그의 시 세계가 가장 또렷하게 응축된 책이다. 시집에는 '사랑', '존재 탐구', '동무', '인연'이라는 네 개의 큰 주제로 70여 편의 시가 실려 있다.
강과 바람, 저녁노을과 들풀 같은 일상의 풍경은 그의 시에서 곧 인간의 얼굴이 된다. 「파도」에서 그는 묻는다.
'얼마나 그리우면 / 저토록 끊임없이 달려와 제 몸을 부술까'
또 「개망초」에서는 기다림의 마음을 이렇게 풀어낸다.
'그리움을 / 은하수처럼 뿌리면 / 님이 오실까'
쉽게 읽히지만 가볍지 않다. 그는 "시는 읽는 사람이 힘들이지 않고도 감동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며 "쉽게 쓰는 것이야말로 내가 시를 쓰는 이유"라고 말한다. 그의 시가 오래 남는 이유다.
맹 시인이 이문열 작가를 만났다. (사진 제공=맹기호)
맹 시인의 예술 세계는 시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는 서양화가이자 판화 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최근에는 판화에 깊이 빠져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작품은 '민본 정조의 방동사니'다. 조선의 임금 정조가 그린 '방동사니(잡풀)' 그림에서 영감을 얻은 이 작품은, 이름 없는 민초를 나라의 근본으로 여긴 정조의 민본 사상을 오늘의 언어로 풀어낸다.
그의 예술관은 분명하다. "모든 예술은 음악을 기저로 한다." 시를 쓸 때도, 그림을 그릴 때도 그는 리듬과 호흡을 먼저 떠올린다. 그래서 그의 시는 소리처럼 읽히고, 그림은 시처럼 여백을 남긴다.
맹기호 작가의 판화 작품 '민본 정조의 방동사니'
선배 작가들과의 대화(왼쪽부터 윤수천, 이문열, 맹기호). 사진 제공=맹기호
시로 만나는 자리, 질문이 오가는 북토크
이번 북토크는 일방적인 강연이 아니다. 독자의 질문에 답하고, 참가자들이 돌아가며 시를 낭독한 뒤 시의 의미를 함께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시인과 독자가 같은 원 안에 앉아 시를 매개로 대화하는 자리다.
문학과 미술을 넘나들며 활동해온 맹기호 시인은 한국문인협회, 한국미술협회, 국제PEN한국본부 등에서 활동했고, 경기수필가협회장을 맡고 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자신을 "그냥 쓰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존경하는 문학가로는 이문열 작가를 꼽으며 "아름다운 분"이라고 표현한다.
경기수필가협회 문학기행 소설가 이문열 선생님 댁 방문 기념사진(2025.4.23). 사진 제공=맹기호
그리움으로 건네는 조용한 질문
교육자에서 예술가로, 그리고 다시 시로 돌아온 맹기호 시인의 삶은 거창하지 않다. 다만 성실하고 오래되었다. 『그리워서 그립다』는 그 시간들이 응축된 결과물이다. 이번 북토크는 시집 한 권을 넘어, 한 사람이 살아오며 품어온 질문과 그리움을 함께 나누는 시간이 될 것이다.
그가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나는 누구인가."
그 질문 앞에서, 그의 시는 조용히 곁에 앉아 말을 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