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율천동 밤밭문화센터 퀼트반 회원들이 수업 중 바느질에 몰두하고 있다.
"처음엔 무료함을 달래려고 시작했어요. 그런데 바느질을 하다 보니, 제 인생의 한 부분이 되어 있더라고요." 수원 밤밭 문화센터 퀼트반을 이끄는 김선미 강사의 말에는 오랜 시간 손끝으로 쌓아온 삶의 결이 묻어난다. 단정한 천 조각들이 이어져 하나의 작품이 되듯, 김 강사의 퀼트 수업은 각기 다른 삶을 살아온 수강생들을 자연스럽게 하나로 잇고 있다.
무료함을 달래던 취미, 삶을 바꾸다
수원 토박이(영화초, 수원여중, 매향여자정보고)인 김선미 강사가 퀼트를 시작한 계기는 소박했다. 결혼 후 일상에 찾아온 무료함을 잊고자 시작한 바느질이 생각보다 재미있었고, 무엇보다 자신에게 잘 맞았다. 태어날 아이를 위해 이불을 만들고, 가방을 만들어 지인들에게 선물하자 돌아오는 반응은 예상 밖의 기쁨이었다.
"선물 받는 분들이 정말 좋아하시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니 제가 더 좋았어요." 꾸준히 작업을 이어가며 실력도 자연스레 쌓였다. 그러자 주변에서 하나둘 수업 요청이 들어왔고, 김 강사는 바느질 취미를 넘어 본격적인 강사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현재 퀼트 강사 경력이 20년이다.
김선미 강사가 강의장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퀼트 경력 32년, 강사 경력 20년이다.
율천동 밤밭문화센터까지 이어진 인연
현재 김선미 강사는 수원 율천동 밤밭문화센터에서 퀼트반을 운영하고 있다. 수원시가족여성회관과 화서동 주민센터에서의 강의 경험이 인연이 되어, 긍정적으로 수업을 지켜본 동장의 추천으로 율천동 주민센터(밤밭 문화센터)까지 이어졌다. 지역 곳곳에서 이어진 퀼트 수업은 단순한 기술 전수가 아닌, 주민들의 일상에 스며드는 문화 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초급부터 고급까지, 한 교실의 풍경
밤밭문화센터 퀼트 수업은 주 1회, 2시간씩 진행된다. 흥미로운 점은 초급·중급·고급반이 한 교실에서 함께 수업을 듣는 방식이다. 김 강사는 경력이 있는 수강생보다는 초급·중급 수강생을 중심으로 설명을 이어간다. "처음 오신 분들도 부담 없이 따라올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해요." 서로의 작품을 보며 배우고, 자연스럽게 도움을 주고받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조용히 바늘이 오가는 시간 속에서 웃음과 대화가 끊이지 않는다.
그룹별 지도를 하고 있는 김 강사
50~60대 여성들, 바느질로 친구를 만나다
퀼트반의 주 연령대는 50대에서 60대. 퀼트가 처음인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참여할 수 있다. 손으로 무언가를 완성해 나가는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끼고,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어울리게 된다.
"무료한 시간을 바느질로 채우면서 친구도 사귀고, 갱년기도 훨씬 수월하게 넘기시는 것 같아요." 수강생들은 처음엔 어색해하지만, 퀼트라는 공통의 매개체를 통해 점차 가까워진다. 서먹하던 분위기는 웃음으로 바뀌고, 교실은 활기를 띤다.
율천동 밤밭문화센터 1층에 전시된 퀼트 소품
수강생이 만든 '사자(獅子)실패'
"바느질은 치유입니다"
김선미 강사가 수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치유'다. 그는 바느질이 단순한 취미를 넘어 마음을 어루만지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 "단절된 일상에서 우울하게 지내는 것보다, 이렇게 손을 움직이며 무언가를 만들어 가는 시간이 삶의 보람으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실제로 수업을 통해 변화를 겪은 수강생들의 모습은 김 강사에게도 큰 보람이다. 우울증을 앓던 한 수강생이 퀼트를 통해 다시 웃음을 되찾은 이야기는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꼽힌다. 또 그의 지도 아래 자격증을 취득한 젊은 수강생 역시 자랑스러운 제자다.
수강생 작품 '손가방'
수강생 작품 '북어'
자투리 천이 작품이 되는 마법
퀼트는 원래 천이 귀하던 시절, 자투리 천을 이어 만든 데서 유래했다. 김 강사는 퀼트를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나라의 누비와도 닮아 있어요. 요즘은 재봉틀로 하는 '머신 퀼트'와 손바느질로 하는 '핸드 퀼트'가 있는데, 시대에 맞게 두 방식을 적절히 조합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안 입는 옷과 남은 원단이 생활 소품으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은 환경 친화적이기도 하다. 실용성과 예술성, 그리고 지속 가능성까지 갖춘 취미인 셈이다.
김 강사의 1:1 개별지도 장면
4개월차 수강생의 퀼트 작품
손으로 만드는 기쁨을 시민들과 나누고 싶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김 강사는 수강생들의 작품 전시회를 꿈꾼다고 답했다. 장소와 기회가 된다면, 그동안의 결과물을 시민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는 것이다.
"손으로 만드는 기쁨을 더 많은 분들께 알리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퀼트를 망설이는 이들에게 그는 주저 없이 말한다. "망설이지 말고 나오세요.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성취감은 정말 큰 활력소가 됩니다.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
바늘 한 땀, 한 땀 이어지는 시간 속에서 삶은 조금 더 단단해진다. 수원 율천동 밤밭문화센터 퀼트반은 오늘도 조용하지만 힘 있는 변화들을 만들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