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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탄4동 ‘오이지통장’의 기적… 나눔으로 채워진 수원시 공유냉장고
20년 통장 경력의 손길… '수원시 공유냉장고 2호점' 성공사례 이야기
2026-05-04 16:19:11최종 업데이트 : 2026-05-04 18:00:13 작성자 : 시민기자   길선진

공유냉장고 앞에서 식품을 들고 환하게 웃는 매탄동 장용옥 통장. 이웃을 위한 나눔이 일상이 된 모습을 보여준다.

수원시 공유냉장고 2호점에 식료품을 넣는 매탄4동 장용옥 통장. 이웃을 위한 나눔이 일상이 된 모습을 보여준다.
그녀는 동네주민들 역시 서로를 위한 식료품과 식재료를 공유냉장고를 통해 주고 받는다고 말했다.


나눔으로 시작되는 하루

"내가 조금만 움직이면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한 끼가 된다" 수원시 매탄동 골목 어디선가 들려오는 이 따뜻한 다짐은, 이곳에서 '오이지통장'이라는 정겨운 별명으로 불리는 장용옥 통장(이하 장 통장)의 일상을 여는 문구다.
올해 70세를 맞은 그는 무려 20여 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매탄4동을 지켜오며, 단순한 행정 업무의 경계를 훌쩍 넘어 마을 공동체를 하나로 잇는 '나눔의 연결자'로 살아간다. 오랜 시간 이 땅에 뿌리내리며 거주해 온 그는 그 누구보다 이웃들의 삶을 가까이에서, 그리고 깊이 있게 바라봐 왔다. 오이지를 직접 담가 이웃들과 나누던 데서 시작된 그의 별명은 이제 매탄동 전체에 따뜻함을 전하는 상징이 되었다.


공유냉장고에서 식품을 꺼내며 살펴보는 어르신. 필요한 만큼만 가져가는 나눔 문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공유냉장고 2호점에서 식품을 꺼내며 살펴보는 지역 주민. 수원시 공유냉장고 덕분에 필요한 만큼만 가져가는 나눔 문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수원시 공유냉장고,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큰 변화

그의 나눔이 더욱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2018년 8월, 수원시 공유냉장고를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유통기한이 임박했거나 외관상의 이유로 판매가 어려워진 식품들이 아무런 쓸모 없이 버려지는 현실을 목격한 그는 깊은 안타까움을 느꼈다. 멀쩡히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매일 쓰레기가 되는 것을 보며, 이를 어떻게든 살려서 이웃들과 나눌 방법을 치열하게 고민했다. 마트와 가게에서 모양이 예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버려지는 채소들, 유통기한이 며칠 남지 않았다는 이유로 폐기되는 가공식품들을 보면서 그는 "이걸 그냥 버리지 말고, 이웃들의 밥상으로 돌려줄 수는 없을까"라는 간절한 마음을 품게 되었다. 그의 이런 진심 어린 고민에서 출발한 공유냉장고 2호점은 이제 지역을 대표하는 따뜻한 공동체 문화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공유냉장고 2호점에 식품을 지원하는 바른두레생협 매탄점 내부 모습. 지역사회 나눔의 중요한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수원시 공유냉장고 2호점에 식품을 지원하는 바른두레생협 매탄점 내부 모습. 지역사회 나눔의 중요한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함께 만들어가는 나눔의 생태계

수원시 공유냉장고 2호점을 채우는 일에는 다양한 기관과 단체들이 뜻을 모아 참여한다. 못난이 채소를 전문적으로 유통하는 '어글리어스'는 겉모습은 완벽하지 않지만 맛과 영양은 그대로인 채소들을 꾸준히 지원한다. 대형 식품회사 '동원'에서도 품질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제품들을 정기적으로 보내온다. 바른 먹거리를 추구하는 '두레생협' 역시 중요한 동반자 역할을 한다.

두레생협 매탄점 점장은 "판매는 어렵지만 버리기엔 너무 아까운 식품들을 통장님이 정성스럽게 손질해서 다시 나눌 수 있게 해주신다"며 그에 대한 깊은 신뢰와 감사를 표현했다. 이들 기관과 단체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나눔의 선순환 구조는 점점 더 튼튼하고 지속가능한 모습으로 발전해 간다.
 

실제로 장 통장은 기부받은 식품을 그냥 냉장고에 넣는 법이 없다. 생협 로고가 찍힌 포장지를 일일이 제거하고, 시들거나 상한 부분을 꼼꼼히 다듬은 뒤, 위생적인 포장지에 다시 정갈하게 포장한다. 그냥 넣으면 '남은 음식'처럼 보이지만, 정성껏 손봐서 넣으면 '누군가를 위한 소중한 음식'이 된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버려질 뻔한 식재료에 다시 생명력을 불어넣어 '누군가를 위한 선물'로 탈바꿈시키는 이 정성스러운 과정을 통해, 음식은 단순한 영양 공급원을 넘어 이웃 간의 마음을 전하는 따뜻한 매개체로 거듭난다.


'맛있는 음식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손편지. 공유냉장고를 통한 나눔이 진심 어린 감사로 돌아온다.

'맛있는 음식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손편지. 수원시 공유냉장고를 통한 나눔이 진심 어린 감사로 돌아온다.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나눔의 철학

이렇게 정성스럽게 채워진 수원시 공유냉장고는 매탄동 주민 누구에게나 활짝 열려 있는 따뜻한 공간이다. 회원 여부나 나이, 경제적 형편을 따지지 않는다. 문을 열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조합원들과 주민들은 누가 강요하지 않았음에도 "먹을 만큼만 가져가고, 남으면 다시 나누자"는 아름다운 원칙을 자연스럽게 체득하고 실천한다. 명절에 선물받은 과일이나 과자를 혼자 다 소비하기 어려울 때, 주민들은 당연한 일처럼 그 일부를 공유냉장고에 넣는다. 이런 일상적인 나눔을 통해 냉장고는 단순한 식품 보관 공간을 넘어, 서로의 안부를 묻고 마음을 나누는 '마을의 심장'으로 힘차게 박동한다. 보이지 않는 원칙들이 자연스럽게 지켜지는 이 공간에서는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가장 소중한 규칙이 된다.
 

공유냉장고를 이용하는 지역 어르신들.

수원시 공유냉장고를 이용하는 지역 어르신들.

 

따뜻한 반응과 깊어지는 공동체 의식

이용자들의 반응은 하나같이 따뜻하고 감동적이다. "공유냉장고에서 가져온 반찬을 먹었는데, 오랫동안 잃었던 밥맛이 다시 살아났다"는 한 주민의 후기는 이 공간이 제공하는 것이 단순한 허기를 채우는 일을 넘어선 정서적 위로임을 보여준다. 혼자서 끼니를 때우기 어려운 어르신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생명줄이자 든든한 벗이 된다. 특히 혼자 생활하는 어르신들에게 공유냉장고는 단순한 식품 제공처를 넘어서 누군가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따뜻한 확인의 공간이기도 하다.
 

수원시 공유냉장고 2호점의 단골 이용자인 김정자, 염성화 주민은 "지역주민들이 많은 혜택을 받는다. 뭘로 보답해야할지 너무 고맙다."고 말씀하셨다. 다른 매탄동 주민은 "우리보다 더 연세 많은 분들과 혼자 사는 분들을 위해 양보하려고 애쓴다"며 성숙한 배려심을 보여주었다. 받는 사람이 다시 나누는 주체가 되고, 도움을 받는 이가 또 다른 누군가를 생각하는 이런 아름다운 선순환이야말로 진정한 공동체의 모습이다. 이곳에서는 누구나 받는 사람인 동시에 주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인터뷰 중인 통장. 오랜 시간 이어온 나눔 활동의 의미와 철학을 전하고 있다.

인터뷰 중인 매탄4동 장용옥 통장. 오랜 시간 이어온 나눔 활동의 의미와 철학을 전하고 있다.

 

공식적 인정과 지속되는 도전들

이러한 헌신적인 활동을 인정받아 장 통장은 과거 수원시에서 우수 봉사자 10인을 선정할 당시 그 명예로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경기도지사 표창장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매탄4동 공유냉장고 2호점 역시 수원시 공유냉장고의 성공적인 사례로 주목을 받는다. 이런 공식적인 인정들은 그의 활동이 개인적인 선행을 넘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물론 모든 과정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일부에서는 공유냉장고에 쓰레기를 몰래 버리고 가는 안타까운 사례도 발생한다. 장 통장은 그런 물건이 혹시라도 있을까 매일 공유냉장고를 점검한다. 하지만 이런 수고로움에도 불구하고, 장 통장과 지역 주민들은 '신뢰'라는 소중한 가치를 지켜내기 위해 묵묵히 노력을 이어간다.


소분된 채소들이 가지런히 놓인 공유냉장고. 위생적으로 손질된 식품이 나눔을 기다리고 있다.

소분된 채소들이 가지런히 놓인 공유냉장고. 위생적으로 손질된 식품이 나눔을 기다리고 있다.


살아있는 공동체의 증거

수원시 공유냉장고는 단순히 남는 음식을 주고받는 물리적 공간이 아니다. 이곳은 서로의 처지를 배려하고,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몸소 배우는 '살아있는 공동체'의 축소판이다. 이웃의 얼굴을 다정하게 기억하고, 그 이웃의 빈 밥상을 채우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수고로움을 감수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이 작은 냉장고는 결코 비워지지 않을 것이다. 오늘도 누군가는 정성스럽게 준비한 반찬을 넣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 반찬을 꺼내 저녁밥상을 차린다. 그 사이를 잇는 마음이 바로 이 마을을 움직이는 힘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조금 더 움직이면 누군가에게 큰 도움이 된다"는 변치 않는 진심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한 사람의 숭고한 믿음이 굳건히 자리한다. 장 통장의 이야기는 오늘도 계속된다. 냉장고 문이 열릴 때마다, 누군가의 밥상에 온기가 더해질 때마다, 이 작은 기적은 매탄4동 곳곳으로 퍼져나간다. 바로 그런 점에서, 이곳은 매탄4동의 진짜 기적이라 부를 만한 곳이다.

[수원시 공유냉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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