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화성 화서문과 서북공심돈 일대를 답사하는 오동건 단원
"수원화성은 살아있는 세계유산…외국인도 시민처럼 머무는 도시가 돼야 합니다. 수원은 단순히 세계유산을 보러 오는 도시가 아닙니다. 시민의 일상 속에서 살아 숨 쉬는 문화를 경험하는 도시입니다"
'2026~2027 수원 방문의 해' 시민추진단 홍보마케팅분과 단원으로 활동 중인 오동건 단원은 수원의 가장 큰 매력으로 "세계유산과 시민의 삶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풍경"을 꼽았다. 러시아어와 역사, 다문화 분야를 연구하며 문화 현장을 누벼온 그는 지금 수원을 세계와 연결하는 문화 커뮤니케이터 역할에 힘을 쏟고 있다.
오 단원은 어린 시절 우연히 접한 '소비에트 연방' 지도에서 러시아에 대한 관심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후 지구본 속 독립국가연합, 러시아 음악과 근현대 한러 관계사 등을 접하며 관심은 점점 깊어졌다. 청소년기에는 러시아 극동·시베리아 지리와 문화, 한러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에도 주목하며 러시아학 연구로 방향을 정했다.
그는 부산외국어대학교에서 러시아어를 전공하며 모스크바국립언어대학교와 노보시비르스크국립대학교에서 교환학생으로 수학했다. 이후 러시아 정부 초청 장학생으로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교에서 역사학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최근에는 고려사이버대학교에서 다문화·국제협력을 공부하며 활동 영역을 넓혔다.
현재는 수원선경산업관 운영 관련 업무를 맡고 있으며, 영국 왕립아시아학회 한국지부 종신회원, 국립중앙과학관 모니터링단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문화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오 단원은 수원이 가진 가장 특별한 경쟁력으로 '살아있는 세계유산'을 강조했다. "수원화성은 단순히 보존된 유적이 아니라 시민들이 산책하고 운동하고 일상을 보내는 공간입니다. 성곽 아래 돗자리를 펴고 시간을 보내는 풍경 자체가 외국인들에게는 매우 인상적인 문화 경험이 됩니다."
그는 특히 국내 거주 외국인을 새로운 관광 자원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원은 안산·화성·평택·천안·아산 등 외국인 주민 비율이 높은 도시들과 인접해 있는 만큼, 다문화 관광 수요를 충분히 끌어들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그는 시민추진단 발대식 당시 이재준 수원시장에게 "국내 거주 외국인과 다문화가족을 대상으로 수원을 적극 홍보해 새로운 관광 흐름을 만들자"는 제안을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
러시아어권 관광객을 위한 차별화된 관광 해설 전략도 눈길을 끈다. 그는 이를 '교차 문화 스토리텔링'이라고 설명했다. 수원화성의 행궁을 러시아 황제들의 행궁과 비교하고, 화성의 공심돈과 포루를 러시아 크렘린 성곽의 탑 구조와 연결해 설명하는 방식이다. 단순한 번역 수준을 넘어 서로 다른 문화 속 공통된 역사와 정서를 발견하게 만드는 해설이다.
![지난 4월 2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수원 방문의 해 시민추진단 발대식에서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왼쪽)과 토론하는 오동건 단원(오른쪽). 오 단원은 국내 거주 외국인 주민과 다문화 가족을 대상으로 홍보를 강화해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자는 전략을 제안하여 주목을 받았다. [사진=수원시 포토뱅크]](/_File/news2026/202605/thumb710_1780386218_2123.jpg)
지난 4월 2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수원 방문의 해 시민추진단 발대식에서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왼쪽)과 토론하는 오동건 단원(오른쪽). 오 단원은 국내 거주 외국인 주민과 다문화 가족을 대상으로 홍보를 강화해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자는 전략을 제안하여 주목을 받았다. [사진=수원시 포토뱅크]
"러시아어권 관광객들이 수원을 낯선 도시가 아니라 자신들의 문화와 연결된 공간으로 느끼게 하고 싶습니다" 그는 제62회 수원화성문화제 글로벌관광메이트 '글링이' 활동 당시 러시아 관광객들과 함께했던 경험도 떠올렸다. 수원전통문화관에서 열린 전통 다도 체험 프로그램에서 러시아 여대생 관광객들과 직접 문화감수성을 주고 받은 순간이다. 그는 러시아 전통 주전자 '사모바르'와 현지 차 문화 이야기를 곁들이며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이끌었다.
"처음에는 긴장했던 관광객들이 러시아 차 이야기가 나오자 환하게 웃었습니다. 언어 하나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정말 빠르게 좁혀준다는 걸 다시 느꼈습니다."
오 단원은 스스로를 '현장 기반 문화 커뮤니케이터'라고 소개한다. 국립현대미술관, 안양박물관, 김중업건축박물관, 국립세계문자박물관 등 다양한 문화 현장에서 활동하며 축적한 경험이 지금의 활동 기반이 됐다고 말한다. 특히 천안문화도시 객원기자로 활동하며 러시아어권 이주민 10명을 직접 인터뷰했던 경험은 다문화 사회에 대한 시각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

러시아 정부 초청 장학생으로 극동연방대학교 재학 당시 지역학 연구를 위해 연해주를 현장 조사하는 오동건 단원. 사진은 러시아·중국 국경 통과 지점인 포그라니치니 마을과 소스노바야파디역 부근
그는 언어와 문화의 연결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정확성'을 꼽았다. 블라디보스토크의 '토비진곶'이 한국에서 '북한섬'으로 잘못 알려지거나, '토카렙스키 등대'가 '마약 등대'라는 희화화된 이름으로 퍼진 사례를 언급하며, 언어 오역이 문화적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는 러시아 학자 레프 콘체비치 박사의 『대한민국지명사전』 편집과 교정, 공동 집필에도 참여하며 한국 지명의 러시아어 표기 체계 정립에 힘써왔다. 현재는 수원시 지명과 유적명의 러시아어 표기 용례집도 집필 중이다. 그는 "수원의 문화유산이 정확한 이름과 의미로 해외에 소개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수원과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의 문화 교류 가능성에 대한 구상도 흥미롭다. 오 단원은 "두 도시는 산업과 문명, 성곽 문화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며 수원화성과 니즈니노브고로드 크렘린, 수원선경산업관과 GAZ역사박물관을 연결하는 문화교류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또한 러시아어권 이주민과 다문화가족을 위한 문화관광 프로그램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단순 체험을 넘어 한국 문화와 공동체 가치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는 교육형 관광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수원향교와 수원전통문화관 같은 공간이 다문화 사회를 위한 문화 안전망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24년 1월 31일 주부산 러시아연방 총영사관에 초대받은 오동건 단원. 그는 러시아 정부 초청 장학생 지원 당시 러시아 총영사관의 추천을 받았다. 왼쪽부터 티무르 끌라르제이쉴리 부총영사, 오동건 단원, 옥사나 두드니크 총영사. [사진=주부산 러시아연방 총영사관]](/_File/news2026/202605/thumb710_1780386468_1716.jpg)
2024년 1월 31일 주부산 러시아연방 총영사관에 초대받은 오동건 단원. 그는 러시아 정부 초청 장학생 지원 당시 러시아 총영사관의 추천을 받았다. 왼쪽부터 티무르 끌라르제이쉴리 부총영사, 오동건 단원, 옥사나 두드니크 총영사. [사진=주부산 러시아연방 총영사관]
마지막으로 오 단원은 '2026~2027 수원 방문의 해'를 맞아 수원을 찾게 될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따뜻한 메시지를 전했다. "수원의 골목과 성곽, 축제와 행사 속에서 자신만의 수원을 발견해 보시길 바랍니다. 관광객이 아니라 수원 문화의 주체로 함께 호흡해 주셨으면 합니다." 수원을 세계와 연결하는 문화의 언어. 오동건 단원의 시선은 지금, 수원을 더 넓은 세계로 향하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