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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울린 어느할머니의 이야기
가슴이 따뜻한 이야기
2008-11-27 19:10:16최종 업데이트 : 2008-11-27 19:10:16 작성자 : 시민기자   안명수
기억 조차 없는 젋은시절을 다시 끄집어 내시는 얼굴은 어느새 눈물이 고여 있었다.
한참을 말 없이 계시더니 입을 열으셨다.

그분은 방송에서 펜팔로 만나 23세 꽃다운 나이에 결혼을 했다. 
하지만 남편은 잦은 출장 핑계로 외박을 일삼았다. 시부모와 함께살고 있었기에 별일이야 있겠나 싶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지냈다. 
한해 두해 기다리다 지쳐서 직장을 찾아갔더니 작은 집 살림을 하고 있었단다. 

"분통이 터져 집으로 돌아와 몇날 몇일을 울어도 못다울어 내 나이 28세에 이혼을 하고 젓먹이 아이와 2살 터울 아이들과도 생이별을 했다"고 하시며 눈시울을 적신다. 
아이들 생각이 간절하시다며 이야기 하시는 도중에도 얼룩진 수건으로 눈가를 쓸어 내셨다.

"이미 세월이 한참 흘러버려 지금 아이들이 나를 찾아도 갈 수가 없고 어린가슴들이 얼마나 피멍이 들었을까?
나는 죄인이지요"
자식을 버린 비정한 엄마라며 통곡을 하시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저 또한 소리없는 눈물로 위로드렸다. 
그러면서 가슴 한 쪽에서 외쳐 본다.  '할머니..아니 아주머니 용서를 구할 사람은 따로 있지요!' 

나는 이분의 전 남편 얼굴도 이름도 모르지만 여자 입장에서 또 아내 입장에서 도저히 용서 할수가  없을 것 같은데, 이분은 오로지 자식을 놔두고 나오신 죄책감으로 한평생을 살아 오셨나보다. 

우연히 이분의 이야기를 듣고 만나보고 싶었다.사시는 곳을 알아내어  부랴부랴 서둘러 한걸음에 달려와 보니 단칸방에 살고 계셨다. 
다행히 주인 아주머니가 무보증금에 달세 얼마만 내고 살게 해서 그나마 거리의 삶은 되지 않고 있지만 할 수만 있다면 도와드리고 싶다.  

날 울린 어느할머니의 이야기_1
날 울린 어느할머니의 이야기_1

요즘 살기에 힘들다지만 어려운 처지에도 자신보다 남을 생각하시는 분이셨다. 
어느 순간 달그락 달그락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부엌에서 구수한 된장찌게가 보글보글 끓고 있다. 잠시 후 밥상을 들고 들어오시더니 밥먹고 가라면서 대접 가득히 퍼주신 밥.
그 밥은 이 세상에서 가장 비싸고 가장 맛있는 저녁 초대였다. 
집으로 돌아와 여러 방면에 도움의 손길을 청했다. 아주머니 소원이 올 크리스마스에는 꼭 이루어 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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